학습 목표
중력장에서 공간이 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중력 렌즈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블랙홀이 생성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돌아보면 과거의 인연들에게 모두 서투르지 않았나란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게 연인이었을 수도, 친구였을 수도, 가족이었을 수도, 과거의 나일 수도 있어요. 서툴렀던 과거는 시간 속에 점점 옅어져서 아득한 기억의 지평선 너머 아스라이 흩어집니다. 오늘 공부할 물리학을 통해 헤어진 연인이나 사랑하는 가족, 친했던 친구, 그리고 과거의 어리석었던 나, 영원할 것 같고 익숙했던 존재들을 기억의 지평선 너머로 담담하게 보내주며, 그럼으로써 서로의 끝이 새로운 길 모퉁이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됩니다.
물리학 I과 물리학 II의 연결고리
아인슈타인은 등가 원리에 입각하여 어떠한 역학 실험으로도 중력과 관성력을 구별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관성계과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가속되는 비관성계는 완전히 동등하다는 것이죠. 이는 서로에 대해 나란히 가속되고 있는 좌표계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확장됩니다. 이를 통해 관성계에만 한정시켰던 특수 상대성 이론의 인위성이 해결되죠.
이전 단원까지 질량을 가진 물체에 생기는 효과인 중력과 관성력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했다면 이젠 질량이 없는 빛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해 볼 차례입니다.
1. 중력장
1) 등가 원리와 빛
그림과 같이 위로 가속되는 공간을 가로질러 진행하는 빛이 있습니다. 공간 밖의 정지해 있는 사람(=관성계)이 관찰한 공간은 위로 가속 운동하고, 빛은 빨간 점선을 따라 직진합니다. 하지만 가속 운동하는 공간에 있는 사람(=비관성계)이 관찰한 빛의 궤적은 아래로 굽어진 형태입니다. 위로 올라오는 바닥의 상대적 운동에 기인한 것이죠.
그렇다면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지표면에 정지해 있는 관찰자(=관성계)가 보는 빛의 궤적은 어때야 할까요?
등가 원리에 따르면 그 어떤 역학 실험도 g로 가속되는 좌표계와 중력이 작용하는 관성계의 구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빛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빛 또한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휘어진 궤적으로 움직인다는 추론을 합니다. 이 추론은 등가 원리란 대전제를 연역해서 얻은 결론이었기에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휨을 입증할만한 데이터가 필요했어요.
적과의 동침, 에딩턴의 개기일식
아인슈타인의 추론은 수학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지만 그 답을 얻기 위해 천문학자들에겐 개기일식이 필요했습니다. 태양이 빛나는 낮에는 별을 전혀 볼 수 없고, 반대로 밤에는 태양이 없어 실험할 수 없기 때문이었죠. 1913년, 에딩턴이 일식이 발생할 때 태양 뒤의 별을 보는 데 성공함으로써 빛이 중력에 의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추론이 사실로 밝혀집니다. 아래 그림처럼 태양 뒤에 가려진 별이 보이려면 필연적으로 빛은 태양 근처에서 휘어야만 합니다.
독일의 아인슈타인과 영국의 에딩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의 혼란을 겪은 뒤 적과 아군이 환희와 매혹을 함께 나눈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과학계를 위한 긍정적 신호이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의 벽을 넘어선 유의미한 국제 협력이었죠.
2) 변형되는 공간, 장(field)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는 결론을 두고 아인슈타인이 해석한 과정을 살펴봅시다. 중력이란 응당 질량이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그렇다면 질량이 없는 빛에 작용하는 중력은 0일 텐데 진행 경로가 어떻게 휠 수 있는 걸까요? 게다가 빛이 휜다는 사실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걸 뜻합니다. 이는 광속 불변 원리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아인슈타인은 광속 불변 원리를 고수하면서 빛의 휨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결론은 과감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애초에 중력이란 건 없다고 봤어요. 단지 질량의 존재가 그 질량 주위의 시공간을 왜곡하고, 이 시공간의 왜곡이 자유로이 움직이는 모든 물체가 따라야 하는 시공간상의 경로를 결정한다고 본 것이죠. 즉, 빛은 질량에 의해 휜 공간을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휘어져 보이는 것입니다.
그저 자연법칙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공간 개념이 객체와 상호 작용하여 변형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발전하였어요.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새로운 공간을 장(field)이라 정의하고, 질량과 상호 작용하는 시공간을 중력장이라 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세워진 일반 상대성 이론은 힘이 작용하는 입자의 운동을 휘어진 시공간을 따르는 입자의 운동으로 대체하였어요.
3)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공간이 왜곡됨에 따라 시간이 왜곡됩니다. 그 이유는 어떤 상황이 와도 광속의 절대성이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처럼 공간과 시간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공간이 왜곡되었다면 그 물체 주변의 시간도 왜곡되어야 해요.
GPS 시스템은 궤도상의 위성과 지구 사이에서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GPS 위성은 지구에 있는 우리에 비해 지구의 중력장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결국 위성에서의 시간과 지구상의 시간은 동일하지 않으며, 실제 지구에서의 시간은 위성에서의 시간보다 살짝 느리게 흘러야 합니다. 실제로 지상 2만 킬로미터 상공 궤도에서 인공위성의 시간과 비교해서 지상에서의 시간은 39 마이크로초 더 느리게 흐릅니다. 70년이 지나면 지구와 인공위성의 시간의 갭은 1초 차이가 날 거예요. 이 시간의 갭이 미약할지라도 이를 무시하고 거리 계산을 보정하지 않으면 GPS를 통해 얻은 결과는 지구에서 쓸 수 없게 됩니다.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비유
동심원을 이루며 여러 겹으로 된 회전목마를 생각합시다. 상대론에 따르면 빨리 움직이는 물체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 중심에서 멀리 있는 회전목마에 탄 사람일수록 선속도가 커지므로, 시간이 더 천천히 갑니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은 자기가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원심력(=관성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 관성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할 겁니다(=mrw^2). 등가원리에 따르면 관성력과 중력은 같은 겁니다. 따라서 회전목마를 탄 사람은 중심에서 먼 곳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속도 때문이 아니라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중력이 크면 클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릅니다.
4) 중력 렌즈
중력 렌즈 현상은 1924년 처음 언급되었으나 그 당시 과학자들은 중력 렌즈 효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과학자의 제안에 따라 아인슈타인이 1936년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중력 렌즈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도 합을 맞추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10억 광년 떨어진 두 개의 별이 각자 방출하는 빛의 박자를 맞추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1979년, 퀘이사라는 천체가 관찰되면서 10억 광년 떨어진 두 개의 별은 사실 동일한 별에서 나온 빛이 중력 렌즈에 의해 굴절하여 만든 두 개의 상이었음이 밝혀집니다.
2. 블랙홀
1) 우주 방정식
전자기력이 전자기장에서 비롯되듯이 중력 또한 중력장에서 비롯됩니다. 전자기장의 특질이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정의되듯이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에 대응되는 중력장에 대한 방정식, 우주 방정식을 만듭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등장하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의 실체를 해석하는 데 몰두했어요. 절대적인 공간에서는 거리의 제곱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간과 질량에 대해 상대적인 공간에서 거리의 제곱은 의미를 상실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질량에 대해 상대적인 공간에서의 힘을 정의하기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10년 동안이나 공부했대요. 마침내 그는 질량을 갖는 존재가 4차원 공간에 만드는 왜곡과 그 왜곡이 만들어내는 힘을 정의하는 우주 방정식을 유도해 냅니다.
왼쪽은 4차원 시공간에서의 가속도항을 나타내고 오른쪽은 만유인력을 나타내는 중력가속도입니다. 비유하자면 이 식은 'F=ma'를 상대론적으로 수정한 것으로써 질량에 의해서 휘어지는 시공간에 대한 표현 방식입니다.
2) 우주 방정식의 해, 블랙홀
우주 방정식을 풀면 블랙홀이라는 특수해가 나와요. 처음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이 틀렸다 생각했고,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할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습니다. 아인슈타인 사후 1965년, 펜 로즈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입증됐고요. 이후 2019년, 실제로 블랙홀이 관측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가 실재적으로 입증됩니다.
3) 사건의 지평선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큰 곳에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갑니다. 따라서 블랙홀 근처로 가면 중력이 점점 커지므로 블랙홀 근처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요. 블랙홀의 중심으로 가까이 갈수록 중력은 엄청나게 커지고, 그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다 못해 정지해 버릴 것입니다. 이 지점을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해요. 이 지점에서는 시간이 멈춰버릴 정도로 무한대의 중력이 작용하기에 빛의 이동이 차단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우주선이 이 선을 넘어가게 되면, 더 이상 우리는 우주선과 통신을 할 수 없게 돼요. 그러므로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는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4) 우주 방정식의 또 다른 해, 웜홀
웜홀 역시 우주 방정식의 특수해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 방정식에 시간이 역전할 수 있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새로운 해가 등장하는데, 이 해를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 불렀습니다. 블랙홀이 안정된 해인 데 반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는 아주 불안정합니다. 이 해는 순식간에 생겼다가 곧바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여겨져 큰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그 후 20여 년 동안 묵은 채로 있던 이 해는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휠러가 '웜홀'로 바꿔 부르면서 '시공간의 거품'의 형태로 다시 도입되었어요.
중력파
전자기장의 왜곡이 전자기파로 나타나듯이 중력장의 왜곡 또한 파동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이를 중력파라고 했어요. 중력파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지만 1세기가 지나도록 관측되지 못하다가 2015년에 발견됩니다.
2015년 9월 14일 오전 9시 50분 45초에 당신은 아주 잠깐이나마 키가 조금 커졌습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각각 30배나 큰 두 개의 블랙홀이 격렬하게 합쳐지면서 시작된 중력파 물결의 마루가 13억 년 동안 우주를 가르며 공간을 왜곡하다가 바로 그 시간에 우리를 지났거든요. 중력파를 정면으로 맞은 공간은 수직으로는 늘어나고 수평으로는 축소되며, 파동 골이 지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우리 몸이 파동이 지나는 길에 있다면, 파동이 지나면서 몸이 길어지고 홀쭉해지다가 짧아지고 넓어지는 주기가 반복됩니다.
양성자 너비의 100만 분의 1도 채 되지 않을 만큼 키가 자란 당신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물리학자들은 알아차렸습니다. 이렇게 중력파가 검출됨으로써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강력한 증거를 갖게 되었어요.
사건의 지평선 - 윤하
빛과 시간, 모두 멈춰버리는 사건의 지평선
빛은 너무나 가벼워서(light), 말 그대로 빛(light)이 될 수 있었어요. 자연에서 가장 빠른 건 빛이기 때문에 한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정보는 빛을 통해 다른 영역으로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빛의 이동에 제한이 생긴다면 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극단적으로 빛을 통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공간의 경계, 사건의 지평선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흔히 지평선 하면 멀리 땅 아래로 태양이 넘어가서 태양이 보이지 않게 되고,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게 되면 그 너머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요.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빛이 스러져가는 블랙홀의 가장자리
사건의 지평선 너머 한때 찬란하게 빛났던 별의 시간이 희미하게 머물러 있듯이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한때의 우리 과거는 기억의 지평선 너머 희미한 추억으로 살아 숨쉽니다.
그러나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무언가와 어떠한 상호 작용이 불가능하듯이
기억의 지평선 너머의 과거와는 더 이상 상호 작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후회와 미련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보내버려요 우리.
끝이 마무리되는 지평선에서 새로운 내일이 떠오르듯이
어설프고 어리석었던 과거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는
좀 더 성숙한 나로의 도약을 위한 현명한 마지막 매듭을 지어봐요 우리.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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