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반짝거리는 별빛이 비춰준 세상의 진리, 물리학
우주의 시작에서 현재에 이르는 지식은 밤잠 없는 이들의 집념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물리학이 실험실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을 지배하는 기본 법칙에 관한 인류의 지식 대부분은 실험 자체가 아니라 실험 결과가 천체 관측 결과와 맺는 관계를 이해하면서 탄생했다.
①천체의 운동
밤하늘의 심연을 올려다보며 행성의 주기적인 움직임을 관찰한 후 일련의 규칙으로 귀납했던 코페르니쿠스. 밤하늘의 심연 속 감춰진 진리를 알아내기 위해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행성의 운동을 수학적인 언어로 기술하고자 했던 케플러. 이 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뉴턴은 달과 행성들을 원 궤도에 머물게 하는 힘과 나무에 매달려있던 열매를 아래로 떨어트리는 힘이 같다는 통찰로 말미암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완성하였고, 만물의 삼라만상을 수학이란 언어로 기가 막히게 설명했다. 이로써 인류는 심연의 가장자리에 있던 궁극의 진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②차원의 확장
물리학 1에서는 힘이 작용하는 물체의 운동을 1차원 직선상으로 단순화하여 분석했다면, 물리학 2에서는 분석할 상황이 2차원 평면상으로 확장된다. 물리학을 탄생시켰던 천체의 움직임, 즉 천체의 원운동을 이해하려면 차원의 확장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물리학 1에서는 물체의 운동이 1차원 직선상으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병진 운동만을 다뤘지만, 물리학 2에서는 회전 운동을 다루기 때문에 회전 운동을 일으키는 힘, 돌림힘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더불어 2단원 '전자기장'에서도 2차원 평면상에서 전기력과 자기력을 분석한다.
③우주관의 확장 - 도플러 효과
뉴턴에게 있어 시간과 공간이란 관찰자의 여부와 상관없는 절대적 불변의 개념으로써 그저 'F=ma'가 만족되는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뉴턴의 운동 법칙, F=ma는 기본적으로 관성계에서 발생하는 운동을 설명하지만, 비관성계에서도 적용되는 범용적인 법칙임을 과시하기 위해 뉴턴은 '관성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지 시간과 공간 따위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때 사람들은 우주를 정적인 암흑의 공간으로 보았기 때문에 우주에서의 시간과 공간도 절대적인 무언가로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의 토대들은 우주관이 확장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주관의 확장은 천문학의 발전에서 비롯됐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데는 빛을 다루는 방법의 세련됨에 있다고 본다. 렌즈에서 빛의 굴절을 활용한 망원경 덕분에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춰주는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빛의 간섭을 활용한 스펙트럼을 통해 머나먼 천체의 분포도 및 구성 성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허블이 발견한 빛의 도플러 효과는 우주가 정적이지 않고 가속 팽창하는 무언가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알려주었다.
③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공간, 장(Field)의 등장
더 이상 우주는 정적이지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시공간은 절대적인 무언가가 아니었다.
19세기 전자기학이 등장하고 빛의 발생과 전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물리학 패러다임이 급진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광속의 절대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크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변동될 수 있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적용된다. '비관성계'에서도 적용되는 상대성 이론이 필요했다. '관성력'과는 다른 차원의 도구가 필요했다. 마침 우주는 정적이지 않고 가속 팽창하는 무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건드리지 않았던 시간과 공간을 건드렸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태양을 비롯한 무거운 천체가 주위의 시공간을 왜곡시킴을 암시하는 관측 자료(수성의 공전 궤도 오차, 개기일식 동안 별들의 위치, 에딩턴의 개기 일식)는 아인슈타인으로 하여금 시공간이란 질량을 가진 객체와 상호작용한다는 통찰을 떠올리도록 도왔다. 그는 그러한 공간을 장(Field)이란 개념으로 재정의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설명하지 못했던 만유인력의 근원을 '중력장'이란 도구로 설명했고, 비관성계에서도 상대성 이론이 건재하다는 골자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세상에 내놓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을 토대로 중력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완전히 뒤집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역시 지구에서 이루어진 어떤 실험을 통해서 탄생한 게 아니다. 수성의 공전 궤도의 오차와 개기일식 동안 별들의 위치를 관측하여 입증되었다는 면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도 실험 결과가 천체 관측 결과와 맺는 관계를 이해하면서 탄생했다.
④중력장과 전자기장
애초에 전기력의 작동 원리와 크기를 설명하는 '쿨롱 법칙'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서 기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중력과 전기력은 유사하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중력장을 왜곡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중력이라면 전기력도 전하란 입자가 전기장이란 공간을 왜곡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물리학 2에서는 전기적 현상이란 전하가 전기장을 왜곡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관점을 취한다.
외르스테드, 앙페르, 패러데이에 의해 전기와 자기가 서로 관련 있는 현상임을 알게 되었고, 맥스웰과 헤르츠에 의해 전기와 자기가 빛으로 엮여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은 전기와 자기가 같은 현상임을 증명했고, 이 모든 전자기적 현상은 전하에 의한 전자기장 왜곡임을 일반 상대성 이론이 알려주었다.
⑤원자의 세계, 양자역학으로의 초대
물리학자들이 원자의 구조를 알게 된 것도 햇빛에서 관찰한 스펙트럼 선의 패턴에 방사능 실험 결과를 연결한데서 비롯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의 구조 역시 실험 결과가 천체 관측 결과와 맺는 관계를 이해하면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거대한 맥락에서 입자의 파동성을 시사하는 드브로이 이론의 핵심 개념 '물질파'가 '보어의 원자 모형'에서 정의하는 정상 궤도의 에너지 준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물리학 2에서 정량적으로 확인한다.
뉴턴의 절대적 시공간이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장(Field)이란 상대적 개념으로 갈음되고, 아인슈타인이 띄워놓은 관찰자의 위상은 물리학에서 '객관성의 신화'를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인물은 하이젠베르크였다. 하이젠베르크는 관찰이 관찰 주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대 물리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불확정성 원리'를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현대의 원자 모형은 확률로 퍼져있는 전자구름이 원자핵을 둘러싸고 있다는 다소 난해한 모델로 대체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거시 세계에선 '관찰이 미치는 영향'과 '불확정성 원리'는 무시될만큼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원자를 비롯한 미시 세계에선 엄청난 존재감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기에 물리학자들은 미시 세계에서 물리적 현상을 지배하는 두 원리(관찰과 불확정성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그렇게 양자역학이 등장하게 됐다.
밤잠 없는 이들이 밤하늘에서 읽어낸 천체의 움직임과 천문학의 발전,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사유.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이 모든 것들을 동력으로 삼아 인류는 궁극의 진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물리학 2는 궁극의 암흑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빛이 138억 년 동안의 우주의 침묵을 깨뜨리면서 인류의 사고 지평이 어떻게 넓어지는지 살펴봄으로써 여러분들의 상상의 지평을 새롭게 여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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