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읽힐 것이라는 전제하에 블로그 포스팅을 한 이후로 블로그 방문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왜 올리는가? 누가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리는 것 아닌가? 방문자수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구글 애드센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그냥 글을 써서 올렸다. 뭘 써야하는지도 몰랐고, 어떤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줄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에버노트에 작성했던 독서노트 내용을 그대로 복붙해서 올렸는데 너무 성의없어 보여서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를 찾아 첨부하면서 포스팅을 했었다. 가끔은 복붙하면서도 '이걸 누군가 읽겠지'라는 생각에 좀 더 개연성이 있고 설득력 있게 조금은 편집도 했었다. 그래도 블로그 방문자 유입은 영 시원치 않았다.
개연성이 있고 설득력 있게 글을 쓴다 한들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고 드는 개인적인 나의 생각인데 이걸 읽는 사람들이 무엇을 얻고 가겠는가? 그리고 읽고 싶겠는가? 하지만 처음에는 나만의 컨텐츠가 없었기 때문에, 뭘 올려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냥 올렸다. 이렇게 올리다 보면 방문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컨텐츠가 얻어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고급물리학 수업을 맡게 되고 조금 더 체계적인 수업과 계속 쓸 수 있는 안정적인 수업 자료를 위해 블로그에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수업 자료를 올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급물리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타깃 삼아 에버노트에 초안을 쓰고 난 다음에 블로그에 업로드했지만, 뭔가 블로그에 먼저 작성하고 나서 에버노트에 복붙하는게 좀 더 시간을 단축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에버노트>블로그 순서로 작성한 글보다는 블로그>에버노트 순서로 작성한 글이 더 간소하고 체계적이며 쉬운듯한 느낌을 주었다.
불특정 다수(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물리공부를 갓 시작한 초보자,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싶고 조금 더 포괄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 물리 전공자)그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글을 써 내려가면 정리되지 않아 체계가 없고 순전히 나만의 언어로 포장된 지식들과 나의 통찰들이 정돈되어 갔었다.
나만의 언어에서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체계가 잡혀가는 그 느낌
일단 가르칠 주제에 대해 얽히고 섥혀있는 나의 여러 생각들 간의 순서가 만들어지고, 미정의 구독자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내 머릿속 다양한 배경지식(과학과 관련이 없는)을 끄집어 내어 연결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글감과 스토리가 나왔었다. 방문자 분석을 해보니 내 블로그에 들어와 내가 쓴 다른 글을 훑어보는 이들도 있는거 같아 더 다양한 주제와 재미있는 과학과 관련된 글 또는 과학이 아닌 다른 어떤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어느덧 블로그 포스팅이 일과가 되지 않게 되는 경지까지 왔다.
이제 방문자 수를 더 올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더불어 내 글을 보고 이해가 잘되었다는 고마운 댓글을 달아준 사람 덕분에 더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써야지라는 욕심도 생긴다.
33년 동안 배우고 다듬어 왔던 나의 지식 그리고 내 통찰과 나의 다양한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 1순위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과 지식을 전달력있는 표현으로 다듬어야 하고 설득력있는 다양한 미사여구를 덧붙여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내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다.
글이 누군가가 읽힐 것이라는 전제로 글을 써야만 한다. 특히 선생님인 나로서는 모든 지식이 "운송 중"이라는 생각으로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모두 뛰어난 과학자이다. 사실 뛰어난 과학자라고 하면 해박한 수학적, 과학적 능력으로 복잡한 수식을 다루는 역량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수학적 수식이 아닌 망원경을 이용하여 누구나 할 수 있는 관측 활동으로 쉽고 재미있는 직관적 데이터를 대중에게 전달하여 천동설을 반박한 갈릴레오가 대중들에게 더 좋은 평을 받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식이라는 것은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쉬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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