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허수아비는 뇌, 사자는 용기를 원한다. 그들은 오즈에 도착하면 위대한 마법사가 자신에게 심장을 줄 거라고 생각하며 도로시와 함께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 그들은 위대한 마법사가 사기꾼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데 바로 그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이미 그들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감정과 지혜와 용기를 갖고자 한다면 신과 같은 마법사는 필요없다.
그저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걸으며 도중에 겪는 경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호모데우스 중에서-
- 왜 하룻밤 자는데 굳이 50만원 거금을 들여 고급 호텔을 잡는거야?
- 어차피 똑같은 비행기타고 미국가는건데 왜 돈을 더 줘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거야?
- 어차피 똥으로 나올 거 김밥나라가서 먹으면 되지 왜 비싼 돈주고 고급 레스토랑을 가는거야?
예전엔 이런 생각이었다. 그냥 돈 쓰는게 아까웠다. 어차피 똑같은 경험을 하는건데 굳이 돈을 더 들여야 하나? 그저 먹으면 싸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고 어차피 도착하게 되고, 하룻밤 자면 다시 리셋되는 하루이기에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 저렴하게 돈을 소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돈을 벌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다보니 그런 생각이 조금씩 사라져 갔었고 생각을 아예 바꿔먹도록 쐐기를 박은 사건이 최근에 나타났다.
2020년 연초에 가족끼리 여수 여행을 계획하였는데 첫날 밤은 굉장히 고급진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계획했다. 2월이라 비성수기여서 가격도 그리 비싸진 않았지만 그래도 5만원 주고 모텔을 갈수도 있었고 나는 그 대신 2배나 더 비싼 여수 히든베이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로 가는 길이 탁 트인 바닷길이어서 여행 온 기분이 들어 좋았고, 웅장하고 세련된 호텔 건물에 격앙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급지고 넓은 로비로 들어선 순간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순간! 객실로 들어갈 때 넓은 창으로 보이는 드넓고 푸른 바다와 인공섬, 그리고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오후 다섯시의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상기된 얼굴로 너무나 기뻐하는 엄마와 동생을 보니 50만원을 주고 여길 왔어도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5만원의 돈을 들여 가족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을 두고두고 회상할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50만원을 주고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가치있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단순히 먹을 것을 위해, 이동 수단을 위해 등등 1차적 목적만을 위해 돈을 쓰는 것 이외에도 경험을 위해 거기에 프리미엄을 얹어 돈을 쓰는 것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은 본인의 자아가 갖는 경험으로 내면이 풍부해지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안락한 호텔방에서 드넓은 창가로 보는 오션뷰의 경험은 나의 감수성을 끌어올렸고 성장한 나의 감수성은 더 풍성한 경험을 위한 선택으로 나를 이끌 것이다. 왜냐면 나는 나의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보다 풍성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돈에 인색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배움과 깨달음과 성찰을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에 내 돈을 투자하고, 책을 구매하는데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나의 경험을 쌓아 내 감수성을 성장시키고 내 지식을 쌓기 위함이다. 경험과 감수성 그리고 지식은 그렇게 상호보완적으로 성장하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돈에 인색해지지 않고 열심히 내 경험과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나 스스로의 가치를 믿고 열심히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교사가 되었던 것처럼 부자가 되기 위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다른 꿈을 위해서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믿고, 믿고 있는 나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나 자신에게 수많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경험에 있고 그 경험은 오로지 나 자신안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사자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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