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운 사람
어느 날 이솝의 아버지가 이솝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얘야, 목욕탕에 가서 사람이 많은지 보고 오너라."
이솝은 아버지의 분부를 따라 목욕탕에 갔다. 그런데 목욕탕 입구에 커다란 돌멩이가 하나 박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걸려 넘어질 뻔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평만 늘어놓을 뿐 그 돌을 치우려 하지 않았다. 이솝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지켜보았지만 누구 하나 그 돌을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였다. 한 남자가 돌에 걸려서 넘어져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일으켜 주더니 그 돌을 단숨에 뽑아 멀리 던져 버리고는 손을 툭툭 털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이솝은 벌떡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목욕탕에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어요." "그럼, 잘됐구나. 아버지와 함께 목욕 가자꾸나."
이솝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갔다. 그런데 목욕탕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다. "너 이 녀석, 거짓말을 했구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한 사람밖에 없다니." 아버지는 이솝을 몹시 나무랐다. 그러자 이솝이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아까 제가 목욕탕 문 앞에서 보았을 때, 사람들을 넘어지게 한 돌부리가 있었는데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 하나 돌만 탓할 뿐 치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단 한 사람만이 그 돌을 치웠어요. 그러니 사람다운 사람은 한 사람뿐이지요."
'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너와 내가 모여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이루어진다. 나만을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 남을 존중할 때 내가 바로 서게 된다는 이치를 알아 남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쓰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우리'라는 가치를 아는 사람이며 사람다운 사람이다.
누군가를 제쳐야만 도태되지 않은 경쟁 시대라 점점 개인주의화돼가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의 발달로 주변과의 단절이 당연시되는 이 시점에 '공동체'라는 개념은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남을 생각하기 이전에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버렸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를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 잘되는 것이 진정 내가 바라는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남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남이 행복해할 수 있도록 행동을 하고 남이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이런 말을 했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오스카상의 심사 문화를 디스했던 동시에 그는 영화 자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함으로써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한 것이다. 각자 다른 구성원이 속해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배척하지 않고 존중해야만 공동체, 즉 사회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3학년 9반. 1년 간 여러분과 내가 속해있을 학급 공동체이다. 학급 공동체가 운영됨에 있어 어떤 것들이 자막과 같은 1인치 장벽이 될 수 있을까? 성향, 취향, 취미, 진로, 외모 등등 셀 수 없이 많을 게 분명하다.
나는 여러분이 1인치 장벽을 넘어서며 '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와 너를 가로지르는 1인치 장벽을 넘어 나와 너가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될 수 있는 명분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같은 담임 선생님 아래에서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 그 '인연'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고유성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지만 구성원들이 지니는 다양성을 어느 정도 포용할 줄 알아야 나만의 다른 영역도 똑같이 존중받을 수 있음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홀로 주체성이 아닌 서로 주체성을 발휘하여 '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으로 커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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