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업 첫 시간이니 진도를 나가지 않고 이 수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이 수업은 자발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 따라서 자기 갱신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수업은 남이 차려준 밥상을 그저 자기 입맛대로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학생 역시 선생님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합니다. 선생님 역시 먹고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는 일, 월급을 받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하는 일에 임하듯이 수업에 임하지는 않겠습니다. 최대한 여러분의 발전을 돕고자 수업에 임할 것입니다.
변화란 그냥 생기지 않고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 비로소 생깁니다. 너무 가벼운 무게의 덤벨을 들면, 아무런 근육도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반복해서 들 때 비로소 근육이 생깁니다. 생각의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평생 숨을 쉬며 살아왔죠. 그래서 호흡의 달인이 되었습니까? 대충 숨 쉬며 산다고 해서 호흡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지적 무게를 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율이 필요합니다. 수업을 들을 때, 공부를 할 때 여러분만의 루틴을 만드십시오. 무엇이든 좋습니다. '선생님 오시기 전에 자리에 앉아있겠다', '선생님 오시기 전에 오늘 공부할 내용을 미리 확인해보겠다.', '몇 분간은 이 시간에만 집중하겠다.'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일단 수업에 지각하지 않고 결석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수업을 관통하는 기승전결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는 건 한 학기를 관통하는 큰 흐름을 놓칠 공산이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파서 결석하는 경우는 어쩌냐고요? 아프지 말기 바랍니다. 물론 원해서 아픈 사람은 없겠죠. 평소에 잘 씻고 끼니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결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잘합시다. 선생과 제자 사이엔 느슨한 줄이 있습니다. 서로 당겨야 합니다. 인사를 정중히 한다는 것은 두 인간 사이에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다. 선생님은 제자가 자신을 당길 때만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사가 바로 당기는 줄이죠. 복도, 급식실에서 마주칠 때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보다 살갑게 인사를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발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3년 여의 중학교 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들어와 다시 초심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프레젠테이션이 여러분의 고등학교 3년 생활의 첫 단추를 잘 꿰맬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위 그림들을 보면 어떻죠? 가운데에 투명한 삼각형과 사각형이 밑의 원과 각각의 도형들을 포개어 놓은 듯하게 보일 것입니다. 세 번째 그림을 보면 달마시안이 길바닥을 훑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실제로 있지도 않은 것을 있는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이를 '착시'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우리 뇌는 있지도 않은 감각까지도 만들어 냅니다.
https://allclip.sbs.co.kr/end.html?clipid=C01_121249
300명의 학생에게 '과학'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세 개를 작성해보도록 하고, 1000여 개의 키워드를 워드 클라우드로 정리한 그림입니다. 글자의 크기가 빈도수를 의미하고, 크기가 클수록 학생들이 많이 선택했다는 것이죠. 관찰, 실험, 객관성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추려지는데, '어떤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설정한 가설이 옳고 그른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합니다.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관찰하고 다듬고 정리하여 법칙 더 나아가 이론이 탄생하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 과학이라는 학문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그 논리적 근거의 어폐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있지도 않은 존재와 감각을 만들어내는 오류를 자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관찰과 객관성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느냐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인 수치와 현상이 정말 객관적인지, 우리의 감각에 의존하는 관찰이 정말 객관적일 수 있는지 말이죠.
우리가 이전에 공부해왔던 중학교 과학이나 앞으로 공부하게 될 고등학교 과학은 사실은 역사적으로 보면 끊임없는 의문을 기반으로 반증 사례를 거쳐 다듬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폐기되기도 하고, 새로 탄생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온 지식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교과서 지식들은 언젠가 이것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폐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 교과서에 있는 모든 것이 무조건 옳으니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 자세를 경계해야 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지양하고자 하는 함을 목표로 하는 인재상을 제시합니다. 이 슬라이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창의융합형 인재'입니다. 보통 뭔가 새롭고 낯선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창의가 수동적인 태도와 겹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뭔가를 공부할 때 이게 정말 맞는 건가 한 번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이것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탐구해보기도 하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는 능동적인 학습 태도를 길러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인재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빨간 레고 블록이 되기를 자처하며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하라고 하는 의사, 변호사, 교사, 부모님이 좋아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레고 블록이 빨간색이 아닐 수도 있고 네모 모양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저 남들이 주입해놓은 기준에 맞춰 내가 빨간 레고 블록인 마냥 살고 있는 겁니다.
만약 모두가 다 빨간 레고 블록이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렇게 단조롭고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이 되겠죠. 하지만 실제 세상은 이렇게 단조롭지 않습니다. 굉장히 복잡합니다. 굉장히 복잡한 변수들로 구성된 세상이기 때문에 그 다양한 모양을 가지는 사물 간의 틈에 끼워 맞춰질 블록의 모양도 당연히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레고 블록의 색깔과 모양이 어떤지 나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 자신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학생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야만 하는 자기 성찰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부입니다.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어떤 과목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떤 과목이 나랑 잘 맞는지, 어떤 과목을 공부할 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고 힘든지 어떤 과목을 공부할 때 나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지 각자 다 다를 겁니다. 이런 과정이 곧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이게 곧 자기 성찰인 것이죠.
이처럼 꾸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레고 블록이 어떤 색이고 어떤 모양인지 파악하여 사회에 적절히 기여한다면 세상은 이처럼 멋있게 조립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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