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온도가 너무 달라서
비행운이 만들어졌네
내가 머물기에
여기는 너무 높아서
한숨 자국만 깊게 드러났네
문문-비행운中
1996년 7월 20일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꼬마
높은 곳에 머무는 멋진 사람이 돼야겠다는 꿈을 품었던 꼬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꿈을 품어보고 가슴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꼬마가 부르는 '비행운'이란 노래는 꽤나 자조적입니다.
꼬마는 푸른 하늘 위로 가득한 구름 자국 사이의 비행운을 비행기의 한숨 자국으로 비유합니다.
해와 달이 있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고자 비행기는 힘차게 비상합니다. 뜨거운 이상을 품은 채로 말입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머물기엔 그곳은 너무 높다는 걸 알려주는 현실은 잔인할 만큼 냉혹합니다.
이상만을 좇다 추락한 이카루스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비행기는 결국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합니다.
자신이 머물기에 적당한 곳만을 배회하기로요.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실에 순응합니다.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곳을 그저 바라보면서 내쉬는 비행기의 한숨 자국은 과거의 뜨거웠던 이상과 냉혹한 현실의 온도차로 인해 하얀 비행운으로 남게 됩니다. 그런 비행기를 동병상련하며 밀려드는 하얀 안개 따라 울적해진 마음에 읊조리는 노래가 '비행운'이지 않을까요?
과거엔 누구 못지 않게 뜨거웠지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며 힘들어했을 우리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비행운은 적어도 고도 8000m 이상, 주변의 대기 온도가 영하 38℃ 이하일 때 나타납니다.
비행운이 생기는 이유는 구름이 생기는 이유와 같습니다. 바로 단열 팽창 현상과 관련 있죠.
단열 팽창이란 외부의 열 출입이 없는 상태에서 기체가 외부에 일을 하여 기체의 온도가 떨어지는 열역학 과정을 일컫습니다. 비행기 내부의 제트엔진 속 좁은 공간에 있던 공기들이 대기 중으로 분출되면 공기의 기압이 낮아지면서 부피가 커집니다. 이 과정은 순식간에 발생합니다. 너무 빨리 일어나다보니 외부로부터 기체 간 열에너지 출입이 제한되죠. 따라서 기체 스스로 부피를 팽창시키다 자신의 에너지를 온전히 다 써버리기 때문에 기체의 온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제트엔진에서 배출된 배기가스의 수증기가 자그마한 물방울로 응결됩니다. 비행운은 이 응결된 물방울(빙정) 주위로 다른 수증기가 모여들어 생긴 기나긴 구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바라던 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가급적 빨리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봤을 희망 사항일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기왕이면 빠른 게 좋다는 생각은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앞에 있는 이상만을 주시하며 달리는 데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올리 있을까요? 그렇게 시야가 좁아지다보니 더 욕심이 생기고, 그런 욕심이 만드는 허울은 현실을 목도하지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이상과 현실이 만드는 괴리의 장벽을 마주하면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얼마나 더 빨리 달려야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빨리빨리'에 매몰되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희생시켰던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일어나는 단열 팽창 과정으로 발생한 온도 차가 만드는 비행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빨리 메우고 싶은 욕심이 만드는 한숨 자국
비행운은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희생시킨 꼬마의 한숨 자국이자 저의 한숨 자국이었습니다.
빠르게 가려고 하지 말라, 대신 일찍 시작하라.
그런 저에게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빨리 되려 하지 말고 남보다 일찍 시작하는 사람이 돼라는 저자의 말 한마디가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죠. 더 이상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책이었습니다.
현재가 갖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보다 더 현명하게 현재를 보낼 수 있는 체계적인 시간 관리법을 터득하여 비행운 너머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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