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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통

코로나가 앗아간 반쪽짜리 얼굴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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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애들 얼굴도 못 보고 졸업시키는 게 아닐까?"

2020년 초에는 그래도 2학기가 되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할 수 있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헛된 희망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그렇게 그대로 한 학년 올려 보낼 판이다.

 

현장보다는 온라인으로 수업한 날이 많았고, 그 소중한 현장 수업에서조차 애들의 쌩얼을 볼 기회가 없었다. 1년이 지나도 가르치는 제자의 얼굴을 모른다는 비극을 어느 누가 예상했겠는가! 얼굴을 모르니 이름 외우기가 힘들고 그러다 보니 사람 자체를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의 실종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불어 말까지 차단해버렸다. 말의 부재로 적막한 교실이라 그런지 마스크 위에 빼꼼 드러난 눈을 보노라면 마치 시장판에 놓여 있는 생선 눈알 마냥 매가리가 없어 보였다. 혹자는 사람의 눈을 마음의 창이라 한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닫혀 버린 모양인지 눈만 보고는 아이들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얼굴의 반쪽만을 앗아갔다고 생각했지만 그 얼굴 반쪽의 부재가 반쪽짜리 인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새삼 얼굴 하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다리를 잃은 사람이 의족을 채우고 청각을 잃은 사람이 보청기를 끼고 시력을 잃은 사람이 맹견을 데리고 다니듯 우린 잃어버린 반쪽을 또 다른 무언가로 채워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

비대면 문화가 야기한 사회적 고립과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에 입의 의사소통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지금, 우리에겐 말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말로써가 아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의사소통 도구를 찾을 지혜가 필요했다.

말의 부재를 채우는 '글'

 

말을 하거나 몸짓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텔레파시'라고 한다. 사람에게 없는 이 초능력은 공상과학소설과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텔레파시'만 신기한 능력인 건 아니다. 글로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여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도 아주 신기한 능력이다. 

 

글은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우리는 굳이 '텔레파시'가 아니어도 이미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직접 말하지 않고도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여 내 의도대로 상대방이 움직인다면 텔레파시가 성공한 것과 뭐가 다른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몇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도 몇 없다.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만큼 글쓰기도 힘들다. 하지만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다.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한 번의 시도로 끝나지 않았다면 계속 시도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앗아간 자신의 반쪽을 '글쓰기'로 채울 수 있는 여러분들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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