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고 싶다."
내가 살아온 30년 인생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성공을 위한 긴장감과 불확실한 미래가 주는 막연함은 삶을 치열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삶에서 마주치는 실패는 자존감에 무자비하게 스크래치를 남겼고, 하나둘씩 생겨나는 흉터 자국을 보며 또 상처 받는 게 겁이 나서 도전하길 머뭇거리기도 했다. 성공의 열매는 달지만 감춰진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쓰디쓴 상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가끔은 뭔가에 도전하려는 내가 두렵기도 했다. 뭘 위해서 이렇게 사나 싶은지 현타 올 때가 있다. 지금에 감사하며 안분지족 하면 될 것을 뭔 욕심이 많아 아등바등 살려는 건지.. 때로는 그런 삶이 버거워 현실에 안주하고 싶기도 했다.
으레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게 되면 주저 없이 등산을 나선다. 자연을 벗 삼아 산을 오르고 내리면 생각이 정리되고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등산을 한다. 등산길에 항상 눈에 띄던 나무들. 저 나무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세월의 고통을 감수해왔을까? 나무들 모두 꺾이고 패인 흔적이 무성했다. 비바람을 비롯한 자연이 남긴 상처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는 참 거칠어 보였다. 거친 풍파를 겪고도 무던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사는 나무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때는 무더운 여름날의 오후였다. 너무나 후텁지근하고 더웠다. 마치 사우나 안을 등산하는 느낌이었다. 하산길 조차도 힘들었다. 내가 다니던 하산길은 경사가 가팔라서 자칫하면 낙상할 수도 있기에 발에 바싹 긴장감을 주고 내려와야만 했다. 그 날은 무더위에 지쳐버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를 지지대 삼아 발을 디딜 요량이었다. 깜짝 놀랐다. 거치리라 생각했던 나무가 너무나 보드라웠기 때문이다.
상처의 흔적이 많아 거칠어 보였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에겐 한없이 보드라웠던 나무. 실패가 남긴 상처가 가득하여 거칠어 보이는 나의 영혼이 누군가에게 보드라운 살결과 같은 위로와 동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러한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의 나무와 내가 맺은 인연은 우연으로 와서 필연이 되었다.
가족, 친구, 학생을 비롯한 모든 인연은 나무가 되기 위해 내가 이리저리 뿌려놓은 씨앗의 우연이 맺어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나의 인연에게 그늘과 바람막이가 되어줄 수 있는 나무로 살면서 받게 될 상처가 그들에게 보드라운 위로와 동기가 된다면, 나는 앞으로 성장하면서 받게 될 무수히 많은 상처를 겁내지 않고 또 다른 도전에 발을 디딜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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