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될지 인간이 될지 그 경계에 놓인 순간
1. 맛있는 음식이 눈 앞에 놓여 있어서 '이걸 먹어 말아' 고민하는 순간
2. 퇴근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나서 잠깐 눈을 붙이고 운동을 가기 위해 깨어나야 할 순간
3. 다행히 깼는데 '운동을 가.. 말아..' 고민하는 순간
4. 게임을 하면서 '이제 그만 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4. 침대에 누워서 '이제 인스타그램 그만 하고 자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
본능이 나를 압도하는 순간 나는 동물이 된다. 동물이 되고 난 뒤에 필시 후회가 밀려오고, 온갖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지배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다. 악순환의 시작인 셈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진정한 인간만이 갖는 특권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 때문에 자유롭게 행동했던 나는 진정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자유
[ freedom , 自由 ]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
[네이버 지식백과] 자유 [freedom, 自由] (두산백과)
칸트는 인간의 자유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고 싶지만 하지 않을 수 있고, 하기 싫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한 것이라 정의하였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하기 싫지만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자유를 무시하고, 오로지 내 동물적 본능과 욕망에 굴복하여 결국 거기에 속박되어 버렸기 때문에, 나 나름대로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진정으로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한다. 물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욕망을 충족하려는 과정에서 노동을 하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행위는 분명 우리의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이 욕망을 거부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저 욕망에 봉사하는 것은 욕망에 속박된 삶이다. 자유는 그런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본능과 욕망의 명령을 거부할 힘이 있고 그 힘이 바로 자유다.
"Was it a cat I saw?"
이 문장은 뒤집어서 읽어도 똑같은 문장이 된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는 이와 같은 언어유희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중 제일은 히죽거리며 웃는 체셔 고양이다.
길을 잃고 헤매던 앨리스는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체셔 고양이를 만난다. 입이 귀에 걸린 것 마냥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와 대화하던 중 갑자기 꼬리 끝부터 머리까지 서서히 사라지며 씩 웃는 모습은 고양이의 몸이 다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다. 고양이의 몸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데도 웃음이 존재하는 기묘한 상황에 어리둥절해진 앨리스는 이 말을 내뱉는다.
"Was it a cat I saw?"
150여 년이 흘러 양자역학 법칙에 따라 광자와 입자의 스핀이 분리되어 측정될 수 있다는 구상의 실험이 성공하여 과학자들은 이 효과에 '양자 체셔 고양이'라고 불렀다. 이 실험의 공통적인 특징은 물질과 물질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 서로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셔 고양이의 실체가 사라졌어도 웃음이 존재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고 해서 '양자 체셔 고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양자역학은 원자, 분자, 미립자 등 미시적 대상에 국한되어 적용된다. 뉴턴 역학에서는 입자의 초기 조건을 알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입자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 'F=ma' 질량이 m인 물체에 힘 F라는 원인이 작용하면 a라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결정적 관점),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미래는 오로지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입자의 위치나 운동 상태를 예측하거나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이 모순 같은 상황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계획에 구속된 삶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몸과 마음, 영혼 그리고 식이습관, 생활습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삐끗 나면 원활하게 돌아갈 수가 없는 구조이다 보니, 자기 계발을 위해서는 운동과 생활습관 조절을 해야만 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할 수 있으니 정신수양을 위해서는 자기 계발을 등한시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가 해야만 하고 그러한 일들의 우선순위가 정해졌다고 해도, 가끔은 본능과 욕망이 그 우선순위를 파괴하는 경우가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삶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 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러한 계획이 머릿속에서만 머물러 있게 하지 말고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계획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지금, 과거와 비교해서 순간의 본능에 휘둘리는 빈도가 줄었고, 진정 내가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흔들릴 때마다 경각심이 들게 되어 본능이 시키는 돌발적인 일들을 거부하기가 쉬웠고, 해야 할 일이지만 본능 때문에 하기 싫은 순간이 와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져 갔다. 그러한 나를 볼 때마다 '진정으로 내가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 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의 주인이 오로지 나 자신임을 느낀다. 적어도 본능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렇게 살다 보면 동물이동물이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은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의 병행과 같은 불규칙성으로 인해 계획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팽팽한 긴장 속에 혼란스러웠던 학교 생활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고 무조건 쉬고 즐기다 보면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학교에 다니던 때보다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절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아직 방학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실행 가능한 나만의 계획을 세워서 실속 있게 보내기 바란다.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계획에 구속되어 살길 바란다.
'생각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래곤볼과 평행우주론 [삶의 자세] (0) | 2020.09.16 |
---|---|
정체성을 찾는 험난한 과정 (3) | 2020.09.02 |
푸른 요정을 기다리는 미완의 캐릭터 (4) | 2020.07.25 |
디지털 르네상스와 코로나19 (0) | 2020.07.19 |
편견과 폭력 (0) | 2020.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