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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토리텔링

나를 외치다 - 마야 {열의 일당량}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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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3OvbddNH2IA

 

흐르는 물이 굽이굽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는 그것을 줏대 없다고 여겼습니다. 도란도란 흘러가는 소리엔 성깔 없는 순응만을 느꼈지요. 그러나 매서운 겨울바람에 움츠린 어느 날, 창가에 길게 매달린 고드름 속에서 저는 비로소 물의 진면목을 마주했습니다. 맑고 단단하게, 때로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세상을 꿰뚫는 그 얼음은, 물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물의 이러한 강단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물은 고드름이 되었던 시간도, 뜨거운 김이 되었던 순간도 모두 기억하며 결국 다시 물로 돌아옵니다. 때로는 굳고, 때로는 흘러가지만, 어떤 형태를 취하든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다시금 흐르려는 이 무던함은 다름 아닌 ‘비열(比熱)’이라는 물리적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물은 비열이 높습니다. 쉽게 뜨거워지지도, 쉽게 식지도 않지요. 끓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식기 위해서도 오랜 기다림이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물의 인내 덕분에 우리의 몸은, 그리고 이 푸른 행성은 극단적 변화 속에서도 생명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단지 유순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필요할 땐 길을 만들고, 때론 굳건히 버티며, 오랜 시간 스스로를 지켜내는 위대한 힘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도전은 늘 우리 앞에 물밀 듯 밀려오고, 거센 바람은 예고 없이 불어와 우리를 시험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물의 무던함입니다. 그 속에는 위기와 기회가 언제나 함께 있음을 이해하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유연하되 단단하게, 쉽게 들뜨지도 쉽게 가라앉지도 않고 조용히, 그러나 꿋꿋이 스스로의 온도를 지켜내며 자기 존재를 외치는 것. 그런 물이 여러분 안에 흐르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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