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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려버리는 불장난, 증기기관
'증기기관'은 '불장난'이다. 그저 철없는 아이들의 바지를 지리게 했던 불장난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증기기관은 인류 문명의 혁신적 도약을 이끌었던 산업혁명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 덕분에 인류는 에너지를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식물이 빛을 가공하여 생체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열을 역학적 에너지로 가공하는 증기기관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은 '줄'이라고 생각한다.
열의 정체?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열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달랐는데, 고대의 플로지스톤과 18세기의 열소(caloric)가 대표적이다. 18세기의 과학자들은 열 현상을 역학과 관계없는 화학적 현상으로 간주했고, 열의 본질이 열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물질의 상태 변화를 비롯한 열 현상들은 열소와 물질을 이루는 입자 간의 화학반응으로 여기는 식이었다.
그러나 줄은 다음과 같은 실험 장치를 고안하여 열 현상은 '에너지의 이동'이라는 역학적 현상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냈다. 다시 말해, 줄의 통찰로 인해 열 현상이 예측 가능한 뉴턴 역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에 인류는 에너지의 흐름을 통제하여 열을 역학적 에너지로 가공해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이 이야기는 혁신과 창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물 분자 안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무더기의 물 분자가 한데 모이면 파도라고 하는 거시적 현상이 쏟아져 나온다. 창조와 혁신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나 엔지니어 모두 개별적으로는 자기 눈앞에 놓인 가장 구체적인 문제를 고민한다. 잘 해결했다 하더라도 위대한 업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류 전체의 창조 그물망으로 시야를 넓혀, 통찰력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소소한 혁신 사이의 관계를 발견한 다음 그것들을 연결시킬 때 비로소 위대한 혁신이 이뤄진다. 그저 물 분자에 지나지 않았던 줄의 발견이 과학자들의 통찰을 한데 모아 인류 문명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산업혁명이란 엄청난 파도가 되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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