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가 인간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통념은 전근대적 천동설이 인간을 우주의 중심으로 하는 생각이었다고 가정한다. 우리의 선조들이 지구는 우주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이 시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 자리를 빼앗기고 별 볼 일 없는 은하계 변방으로 밀려났다. 지구가 우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은 오늘날까지도 코페르니쿠스 원리 덕분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현대 천체물리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은하 중심부 가까이에 있는 행성은 여러 이유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교과서는 아직도 지구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 않다는 것을 모욕적인 위상 추락의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 가능한 구역에서 태양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산다. 더불어 우리는 지구의 중심에 있지 않고 지구의 변두리 껍질에 있기 때문에 태양의 보살핌을 받으며 산다. 우리가 만약 우주의 중심에 있었다면 엄청난 고온과 고압에 시달려 생존을 차치하고 유기체로 진화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통찰은 인류에게 천체물리학이라는 거대한 과학적 유산을 남겨주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과학적, 문화적 수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중심이 아닌 변두리가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이 왜 잘못됐는지, 잘못된 생각을 깨뜨린 성찰과 통찰이 우리에게 어떠한 이점을 주는지 고민해봐도 좋겠다.
무리에서의 중심, 단체에서의 중심, 세상에서의 중심, 과연 모든 것에서 중심이 되기를 자처하는 게 꼭 옳은 생각인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인류가 이만한 거대한 문화 유산과 지적 유산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자신이 중심에 있지 않고 주변에 있다는 성찰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이 해야하고 있어야 할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찰하는 과정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겠다. 그러한 태도는 겸손함에서 나온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고 그 분수를 알기 위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자. 분수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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