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버스커 버스커 - 벚꽃 엔딩 中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가득한 거리를 함께 거니는 연인의 모습에서 과거의 사랑이 오버랩되는 불편한 감정은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엔딩을 맞이할 거라고 노래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가사의 아련함은 봄 느낌 나는 경쾌하고 싱그러운 멜로디의 양면성에 의해 더 증폭되는 느낌이다.
이제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벚꽃엔딩이 뜸해지는 걸 보아하니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가 보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봄을 스쳐 지나간다.
바람 따라 밀려오는 노스탤지어
한없이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늘 있는 바람이고, 바람은 다가오기 전까지는 존재를 알지 못하다가 느끼는 순간 바로 지나가 버린다. 이러한 바람의 양면성은 아랑곳없이 시간을 건너뛰게 만든다. 잠시 스쳐가는 바람에 땀을 훔치며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본다. 바람이 내게 선물한 여유는 의미 없이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을 젊은 날의 추억으로 짜 맞춰 잠시 동안 노스탤지어에 젖게 만든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밀려오는 건 과거의 향수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간엔 스쳐 지나는 것들에 따라오는 현상의 물리학에 숨어있는 베르누이 정리와 그에 따른 마그누스 힘을 알아볼 것이다.
참 희한하다. 뉴턴 운동 2법칙에 따르면 물체는 물체에 작용한 힘의 방향으로 가속된다. 따라서 축구공을 발로 차면 축구공은 발이 가한 힘 직선 방향으로 쭉 날아가야 하는데, 영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잘 가던 공이 왜 갑자기 곡선을 그리며 휘는 것일까? 이러한 UFO 슛을 이해하려면 유체의 역학을 알아야 한다. 유체란 무엇일까?
유체(流: 흐를 유 體: 몸 체)
유체는 고체에 비해 형상이 일정하지 않아 변형이 쉽고 자유로이 흐를 수 있는 액체와 기체를 총칭한다.
유체의 흐름은 연속적이다. 게다가 유체는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부피만큼 흐른다. 이유는 모른다. 유체라서 그렇다.
1. 유체의 연속 방정식
면적이 줄어든 호스에서 물이 쏜살같이 나오는 이유는 연속 방정식에 의거하여 면적이 감소한 만큼 물이 나오는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lwVHjUsParU?t=31
부피 흐름률(Av)이 일정한 건 유체의 본연적인 성질임을 잊지 말자.
2. 유체 역학과 뉴턴 역학
유체 역학이라 하면 뭔가 새로운 학문인 거 같지만 사실 유체 역학은 뉴턴 역학에서 파생된 거라 원리는 뉴턴 역학과 동일하다. 다만 다루는 대상이 고체와 다른 성질을 지닌 유체이기 때문에 그에 알맞은 접근 방법과 체계로 대체될 뿐이다.
①힘과 대응되는 압력
유체가 흐를 수 있는 이유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겠지만, 유체는 형상이 일정하지 않고 형태가 없기 때문에 힘이 작용하는 부분을 정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체역학에서는 힘에 대응되는 '압력'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형상이 일정하지 않은 유체의 단위 면적 A에 작용하는 힘이 F일 때, 유체에 작용하는 압력은 다음과 같다.
②질량과 대응되는 밀도
유체의 형상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유체역학에서는 단위 부피당 질량인 밀도를 질량에 대응하여 사용한다.
3. 베르누이 정리
베르누이 방정식은 새로운 법칙이 아니라 에너지 보존 법칙을 유체 역학에 알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속력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고 속력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다는 것이다.
①베르누이 정리의 증명
②비행기의 양력
비행기를 띄우는 양력은 베르누이 정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힘이다. 상대적으로 날개 위쪽의 유체 속력이 빠르고 날개 아래쪽의 속력이 느려 생기는 압력 차이가 양력을 만든다.
※베르누이 정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트럭 옆이나, 역을 빠르게 지나치는 지하철에 가까이 서 있으면 안 되는 이유?
(키움 영재 수업 종료 시 공개)
③마그누스 효과
잘 날아가던 축구공이 휘는 이유도 '베르누이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축구공이 운동하면 상대적 운동에 의해 유체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때 축구공이 회전을 하면서 날아간다면, 공의 회전 방향에 따라 유체의 속도가 빨라지는 부분과 느려지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베르누이 정리는 유체의 속도가 빠른 부분은 압력이 낮고, 유체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압력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 압력 차로 인해 축구공이 휘는 것이다. 이를 발견한 독일의 물리학자 마그누스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 불렀다.
④페트병 에어컨 '에코 쿨러'(줄-톰슨 효과)
'줄-톰슨 효과'는 압축한 기체가 좁은 구멍을 통해 나올 때 온도가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기를 액화시킬 때나 냉매의 냉각에 응용되는 현상이다. 헤어스프레이나 부탄가스를 사용하고 나면 병이 차가워지는 현상이나 입을 오므리면 찬 바람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줄-톰슨 효과'로 설명된다.
간단히 말하면 공기의 압력 차이가 온도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인데 이는 연속 방정식과 베르누이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공기가 드나드는 면적이 변하면 공기의 속도가 변하게 되고
공기의 속도가 변하게 되면 공기의 압력이 변하게 된다. 이 압력 차이로 인해 온도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줄-톰슨 효과'가 설명한다. 이러한 원리를 응용하여 만든 냉각장치가 페트병 에어컨 '에코 쿨러'인데 이를 이용하면 무려 실내와 방 안의 온도가 5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사과학으로 판명 났다. 팩트로 두들겨 패는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킬포가 많은 영상이라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다.
요약하면 '줄 톰슨 효과'로 인해 유의미한 온도 차이(가령 5도)가 발생하려면 페트병 에어컨에 유입되는 공기의 압력이 엄청나게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페트병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원한다면 미국 북동부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 안에 들어가면 될 거 같다.
⑤날개 없는 선풍기
비행 항공 산업에 활용되었던 기술이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같은 가전제품으로 상용화된 사례처럼 다소 생소했던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친숙한 기술로 재탄생된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과거 군수 및 방산 산업에서 활용되었던 기술이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GPS 시스템, 스마트폰으로 재탄생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활발히 연구 중인 AI와 우주 항공 산업에서의 기술들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되어 우리 생활에 스며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에코 쿨러'가 유사과학이라 비웃음거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더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좀 더 시원해졌으면 했던 과학자의 연민과 배려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과학에서의 '세렌디피티'가 머지않은 미래에 에코 쿨러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법이다.
세렌디피티: 뜻밖의 만남, 가치 있는 것의 우연한 발견
언젠가 잊게 될까
지금 표정과 오늘의 향기도
단잠 사이에 스쳐간
봄날의 꿈처럼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
어느 이별이 이토록 달콤할까
오 라일락 꽃이 지는 날 good bye
안녕 약속 같은 안녕
오 라일락 꽃이 지는 날 good bye
안녕 꽃잎 같은 안녕
아이유 - 라일락 中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올해의 봄을 기억 저편에 묻어놓듯이
바람 따라온 꽃잎과 같은 우리 추억을 내 마음 한켠 비밀스런 곳에 다시 묻어 놓는다.
땅에 스며든 꽃잎이 다음 봄의 꽃잎으로 환생하듯이
바래졌던 기억이 또다시 색으로 입혀질 다음 봄을 기약하며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단잠 사이에 스쳐간 봄날의 꿈처럼, 추억 속 우리의 표정과 향기는 힘없이 잊히겠지만
따뜻한 봄바람에 꽃이 지는 어느 봄날 언제라도, 흩날리는 꽃잎이 색을 채워 줄 우리의 추억을 기약한 헤어짐이라면 이토록 달콤한 이별이 또 어디 있을까.
나에게 노래는 타임머신과 같다. 시간을 건너뛰게 해 주기 때문이다.
노래는 흘러가는 시간의 잔해 속에 파묻힌 나의 옛 추억을 헤집으며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해 준다.
과거의 추억을 톺아보며 그 기억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후회를 하기도 하며, 그로 인해 반성을 하게 된다.
그렇게 노래는 보다 더 나아질 미래의 나로 변할 수 있는 '세렌디피티'를 안겨주는 셈이다.
삶이란 반복되는 일상 속의 우연이다.
변함없는 고루한 삶처럼 인생이 지긋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가끔은 바람 따라 밀려오는 노스탤지어와 노래가 부르는 연인의 추억, 그 세렌디피티로 나의 삶이 이토록 아름다웠고 슬펐으며, 놀라움의 연속인 격동적 삶이었음을 알게 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한 개인의 행복은 서로 맞물리면서 '인류의 진보'라는 바퀴를 구르게 한다. 그 기저에 있었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렌디피티'가 우리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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