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공간을 통해 사회적 소통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켜 왔다. 모닥불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모닥불에 가까이 가면 뜨겁고 멀리 떨어지면 춥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불로부터 같은 거리를 두고 주변에 둥그렇게 앉는다. 이때 모든 사람은 모닥불을 쳐다본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사회에 구심점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모닥불을 매개로 모여든 사람들 모두 다닥다닥 앉아 서로의 추억을 곱씹고, 아쉬웠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미래를 다짐하는 등 서로가 소통과 공감을 하면서 연대의식을 다져본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과거에는 하늘의 불인 태양을 보거나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을 쳐다보며 섬겼다. 이 시기 사회의 구심점은 태양과 달이었다. 먼 하늘에 있었던 태양과 달은 밤낮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 집단 결속력은 더 강해졌고 인간은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해와 달을 보면서 어떤 이는 사람과 사랑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자연의 섭리를 떠올렸다. 이번 시간에는 인간의 동상이몽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체가 떨어지는 일은 태초부터 있었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사실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알려져 있었다. 과거의 사람들은 천상의 운동과 지상에서 관찰한 물체의 운동을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였다. 그때는 중력(만유인력)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사람들은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원운동 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이 운동을 중력 법칙과 같은 운동 법칙으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천상의 운동이란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양(원)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신학적 관념에 판단 근거를 두었다.
케플러는 스승 티코 브라헤가 생전에 관찰하고 모아두었던 행성의 운동 자료를 토대로 '케플러 법칙'을 정리하였다.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 법칙은 자연현상에서부터 직접 찾아낸 경험 법칙이었다. 케플러는 법칙을 자연에서 그저 캐낼 수 있었음에 만족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더 근본적인 행성 운동의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다. 행성이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공전 운동 속도가 빨라지고 또 멀리 떨어질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태양과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들은 자신이 태양에 접근 또는 후퇴하는지를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행성이 태양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모종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떨어져 있어도 작용하는 자기력 같은 힘이 태양과 행성 사이에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케플러는 행성 운동의 근본 원인이 자기력의 작용과 유사한 성격의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놀랍게도 중력(만유인력)의 개념을 예견한 것이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 세계의 조화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는 그가 죽고 36년이 지난 후에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은 뉴턴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뉴턴은 물체가 떨어지는 현상과 달이 지구 둘레를 공전하는 현상이 같은 힘에 의해 일어난다는 엄청난 사실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이었다. 뉴턴은 사과로 머리를 두드려 맞고 나서,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겨 떨어뜨리는 힘이 달이 원 궤도를 따라 운동하도록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는 힘과 같다고 판단하고 그 힘을 '중력'이라고 불렀다.
물체를 수평 방향으로 세게 던질수록 수평 방향으로 멀리 이동하지만, 결국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평 방향의 속도와 관계 없이 모두 같다.
그렇다면 충분히 높은 높이에서 충분히 빠른 속도로 수평 운동을 하며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지구가 편평하다면 높은 곳에서 물체의 수평 운동이 아무리 빨라도 결국엔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어서 둥근 면을 따라 지면이 시작점보다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바닥에 닿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높이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을 하는 물체가 바로 달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운동은 엄밀히 따지면 1초에 1.3 mm씩 지구 쪽으로 낙하한다고 말할 수 있다.
태양계 행성들도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태양을 구심점 삼아 주위를 돌고 있다. 이처럼 뉴턴은 천체간 서로의 이끌림과 지구와 물체간 서로의 이끌림을 '만유인력'이라는 힘으로 포괄하여 정의했다.
뉴턴은 질량을 가지고 있는 만물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본질적인 힘을 '만유인력'이라 하고, 그 힘의 세기를 두 물체 간의 거리와 질량의 수학적인 관계로 정의했다. 지구가 달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지구와 달 사이의 만유인력이었고,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중력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이었다.
천체의 공전은 각자의 구심점이 작용하는 만유인력에 의해 이끌려 그 구심점을 향해 영원히 떨어지고 있는 중인 운동인 셈이다.
달은 지구와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운명이다. 지구와 가까워지고 싶어 지구를 향해 가고 있지만 지구와 가까워질 수 없는 역설의 운명이다.
나에게 오직 하나뿐인 너를 향한 이끌림
서로의 끌림으로 연결된 우리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역설의 관계
그 슬픔을 얼굴 뒷면에 숨기고 연인 주위를 서성이는 슬픈 짝사랑 이야기를 지구와 달의 관계에 빗댄 노래들이 참 많다.
너의 주위를 돌며 매일매일
너만을 바라보는 나
닿을 수 없던 우리의 거리
까만 어둠 속 너만 보며 끝없이 돌고 있죠
온 힘 다해도 더 가까울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대는 여전히 같은 거리를 지키며
나를 바라보네요 잔인하게
슬픔의 표정은 얼굴 뒤로
영원히 보여주지 않을 거야.
달의 뒷면처럼
서로가 몰랐던
이별 뒷면
우리 같이 나눈 시간
그 한순간도
의미 없는 날은 없었고
또다시 가도 너겠지만
이별 뒷면에 서있는 우리
내게 넌 벅차도록 행복했던 꿈
이제 마지막 장을 넘겨야겠어
많이 아플 테지만 언젠가는 해야겠지
보름이 지나면 작아지는 슬픈 빛
조금씩 변해가는 내 얼굴을 보며 욕하지 말아 줘.
네 주위에 서성이면 작아져만 가는 나인걸.
나의 사랑도 지난 추억도 모두 다 사라져 가지만
You're still my No.1
지구의 중력 때문에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지만 지구와 가까워질 수 없는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을 한다. 이때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아 지구에선 달의 뒷면이 보이지 않고,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15일 보름을 주기로 위상이 변한다. 이러한 자연과학 현상을 짝사랑과 이별에 빗댄 슬픈 노래 가사이다.
세월(歲月)은 歲(해 세), 月(달 월), 즉 돌고도는 해와 달이 만드는 자연의 섭리다.
사랑을 구심점으로 돌고도는 만남과 이별은 어쩌면 돌고도는 세월 안을 사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지..
「참고 자료 및 서적」
소녀시대 - 유로파
권진아 - 이별 뒷면
BoA - No.1
유현준 칼럼 - 도시와 건축
칼 세이건 - 코스모스
쿠라레 - 기묘한 과학책
한성우 - 노래의 언어
금성출판사 통합과학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