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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현실과 이상의 갈림길에서 슬럼프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1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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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

페스트와 몽골 제국의 몰락

페스트는 중국, 중앙아시아, 이슬람권에도 유럽 못지않게 피해를 입혔다.

페스트는 당장 몽골 제국의 글로벌 무역네트워크를 마비시켰다. 농업 국가는 가뭄, 홍수 등 기후 변화에 따른 흉작에 휘청이지만 상업 국가는 사람과 상품의 왕래가 멈추게 되면 치명적이다.

몽골을 번성하게 한 상업이 페스트 때문에 막히면서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몽골 제국이 이슬람을 거쳐 유럽에 전해준 화약 역시 부메랑이 되었다. 몽골 군대의 비교우위는 기동성에 있었다. 그러나 유럽이 화약을 이용해 총포를 발명하면서 칼과 활로 무장한 기마 부대의 위력이 사라졌다.

 

또한 후계 다툼이 치열했고 여러 개 나라로 분리되어 잦은 전쟁을 치렀다. 게다가 몽골 귀족들이 사치스런 생활에 젖어 국가 재정이 나빠졌다. 한파,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대기근으로 하층민의 삶이 파괴되어 유민들이 생겨날 만큼 사회 기반도 흔들렸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제국의 붕괴를 가져왔다.

 

일찍이 칭기즈칸은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제국이 망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검소한 생활, 기동성, 개방성, 포용성이란 강점이 비단옷과 벽돌집에 갇히는 순간 유목민의 정체성이 상실된다고 본 것이다.

 


나의 생각: 광활한 영토를 통일하여 가슴에 품으려는 원대한 꿈을 지니고 드넓은 초원을 가로질렀던 칭기스칸 그리고 몽골 제국은 왜 그 아름다운 이상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까? 거대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국가와 한 개인의 인생은 너무나 유약하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몽골 제국의 흥망성쇠였다. 오랫동안 유목생활을 해오며 방랑하던 민족에게 정착과 안정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생소했었을 것이다. 적응보다는 변화에 정착보다는 이동에 폐쇄보다는 개방에 익숙했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농경 문화가 아닌 상업을 기반으로 몽골 제국을 통일하고 제국의 건실을 유지하려고 했었다. 어쩌면 그들은 불안정하고 변화만 가득한 삶에서 작게나마 안정과 정착을 원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이상'은 눈 앞에 나타나게 됐고 곧 '현실'이 되었다. 현실은 꿀 같이 달콤했지만 그게 문제였다. 타성에 젖어버린 그들에게 유목민의 기개와 아성은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페스트로 인한 교역의 단절, 총포와 대포의 발명, 사치와 향락에 빠진 내정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몽골 제국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의 정체성 상실에 있다고 본다. 정착과 안정만을 꾀하지 않고 변화와 개방 및 포용에 기반한 변혁, 혁신의 자세로 변해가는 세계의 흐름에 대비했다면 사치와 향락에 빠질 이유도 없었고 기마 부대의 기동성이라는 장점을 보강할 새로운 군 전략이 나와 총포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정착과 안정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몽골 제국의 거대한 영토를 포기하고 또 다른 개념의 이상을 꿈꿨다면, 세계를 휩쓴 흑사병의 위세를 거스를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서방에 의해 돌아가는 글로벌 패권이 어떻게 재편성 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타성에 젖어 무너진 것이다.

 

내 인생도 그렇다. 30년 인생을 돌이켜 보면 변곡점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 2개를 꼽고 싶다.

대입과 임용 ; 원하는 대학 입학, 교사의 꿈

목표를 위해 뭐든 열심히 하는 매 순간의 과정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이상을 위해 정체되어 있지 않으려 했고 변화에 항상 민감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피드백이 필요했고 더 나아질 미래를 위해 지금을 개선하고자 하는 피드백이기에 변화는 필수 조건이었다.

 

내가 품은 이상은 달콤한 현실이 되었다. 원하는 대학의 입학과 원하는 교직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정체와 안정에 취하며 변화를 거부하려 했었다. '열심히 했으니 쉬어도 되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안일한 마음은 나를 끝없이 정체시켰고 변화에 둔감해지니 발전은 더더욱 없었고 딱 그 수준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었고, 가끔 삶의 의미가 무색해진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합격했는데 별 거 없구나...' ,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됐는데 별거 없구나...' 이상을 경험하고 그 후의 인생을 별 거 없게 살아온 거였으니 정말 인생이 별 거 없는 것이었다.

 

항상 목표와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것, 변화하게 될 나를 꿈꾸며 하루하루 별 것 처럼 살아간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이상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항시 오는 슬럼프는 '너 이제 변화할 때야' 하고 내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정체와 안정에 취하지 않고 항상 변화하려는 개방적인 자세로 뭐든 배우려고 하는 나를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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