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이언스토리텔링

구름을 통해 알아보는 원자물리학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0. 8. 20.
728x90
반응형
728x170

 

'토끼와 거북'에서 거북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잠깐 자도 어차피 내가 이길 것이라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토끼가 그의 대결 상대였기 때문이다. 겸손하고 성실한 토끼가 대결 상대였다면 거북이는 뭘 해도 졌을 것이고, 승부욕이 없는 거북이였다면 우화 속 자만심 가득한 토끼와 대결해도 졌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르다'와 같은 전제만 두고 본다면 거북이는 토끼를 절대 이길 수 없지만 세상은 그렇게 하나의 변수만으로 단순한 게 굴러가지 않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변수가 많다 보니 변수 간의 조합도 당연히 많을 터. 그 수많은 변수와 변수의 조합이 만드는 셀 수 없는 가짓수들 덕분에 애석하게도 우리는 한 치 앞 미래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필연적 한계를 마주하면서 일종의 무기력감을 자아내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 사소한 변수 하나하나를 무시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그 변수가 가지는 포텐셜에 경외심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고 이 변수들은 역시 수많은 얼개로 짜여 있다. 인생은 마치 '사다리 타기'게임과 같다. A라는 선택지가 꼭 A라는 결과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A에 의해서 B, C, D..... B, C, D..... 등 다양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또 A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꼭 A라는 선택지만이 필요한 것 역시 아니다. B, C, D...... 가 들어가서 A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집에서 구름을 만들고 싶었던 만큼 자연을 경외했던 윌슨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스코틀랜드는 육지에 비해 습하다 보니 구름이 자주 만들어지는 환경이다. 다양한 구름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윌슨은 구름을 집 안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구름 안개상자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구름 상자 실험을 통해 원자물리학 실험 분야의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윌슨, 그는 원자물리학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구름 상자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실험실에서의 자연현상 재현에 그 목적을 두었을 뿐이다. 윌슨은 A(구름 만들고 싶음)라는 선택지로 A(구름 만들기)라는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B(원자물리학 공헌)라는 결과와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는 윌슨의 탐구능력 및 과학적 태도와 더불어 자연을 경외시 하는 마음으로 짜인 얼개가 마침 수많은 자연현상 중 구름과 같은 특정 현상과 맞물려 포텐이 터진 게 아닐까?

 

↓구름 안개상자 모의실험↓

youtu.be/Gt-suwPAVP8

구름과 안개의 생성

구름과 안개가 만들어지는 각자의 위치와 과정이 각자 달라도, 구름과 안개 모두 공기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떨어져 수증기가 응결한 결과이다. 기체의 온도가 높다는 것은 기체 분자 간 거리가 멀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기가 가질 수 있는 수증기량(포화 수증기량)은 온도가 높을수록 많아진다. 따라서 공기가 냉각되면 공기의 포화 수증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여분의 수증기가 물방울로 액화될 조건(과포화 상태)이 형성된다. 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공기가 위로 상승하여 단열 팽창에 따른 온도 하강이 선행되어야 하고, 안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과정이 각자 달라도 기본적으로 공기의 냉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윌슨의 실험에서도 냉각되어 있는 구름 안개상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과포화 상태의 수증기는 바로 물방울이 되지는 않는다.(현재 수증기량이 매우 높다면 바로 물방울이 되는 예외를 제외하고) 과포화 상태의 수증기를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는 바로 수증기 입자들이 잘 모일 수 있는 접착제를 넣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접착제를 '응결핵'이라고 배웠다.

보통 공기 중의 먼지를 비롯한 미세한 입자가 수증기들을 접착시키는 응결핵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름과 안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윌슨의 실험에서는 어떤 미립자가 응결핵 역할을 하여 순간적으로 구름 같은 것이 만들어진 걸까?

태양은 지속적으로 전하를 띤 입자를 우주공간으로 뿜어낸다. '태양풍' 또는 '우주선(宇宙線·cosmic rays)'으로 불리는 이 입자의 흐름은 지구를 비롯한 전 우주로 퍼져나간다. 이 태양풍과 우주선은 방사능을 띤 입자의 흐름이므로 방사선의 일종이다. 방사선은 물질과 매우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지는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방사선이 물질에 침투하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전자를 원자로부터 떼어내 버린다. 그러면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가 깨져 이온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다 보니 방사능 물질에 피폭당하면 생명체의 DNA가 변형돼 암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때 이 이온화된 입자가 윌슨의 실험에서 응결핵 역할을 한 것이다. 윌슨이 이온화, 방사선 추적을 위해서 이 실험을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구름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했던 응결 과정이 마침 원자가 방사선에 의해 이온화되어 해리된 미립자가 응결핵이 되어서 구름을 만드는 현상과 아다리가 맞은 것이다. 이런 연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계기 덕분에 원자물리학이 발전할 수 있었고, 그 공 덕분에 윌슨은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처럼 '거북과 토끼' 우화에서도 이기기 위한 집념과 끈기를 가진 거북의 성향이 안일하고 자만심이 가득한 토끼와의 대결 구도에서 포텐이 터져 거북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윌슨도 그렇고 거북도 그랬듯이 그저 본인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그저 자기가 할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다. 그들은 그들 앞에 놓인 복잡한 변수로 짜인 얼개의 사다리를 탔고, 그들이 사다리를 탔기 때문에 아다리가 잘 맞아 행운을 거머쥐었다.

 

과포화 상태의 수증기 모두 '응결핵'이라는 어떤 계기에 의해 구름이 될 수 있었다. 꿈과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포텐이 터지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많은 계기를 불어넣어주어야 하고, 그러한 계기를 많이 마주하기 위해서는 걱정만 하다가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항상 도전해야만 한다. 사다리를 타야 아다리가 맞을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르다.'는 자명한 변수 하나에만 골몰하여 아예 대결을 포기해버리는 승부욕 제로의 거북이가 바라보는 미래와 그 따위 전제에 구속되지 않고, 다른 변수의 잠재력을 믿고, 그 믿음이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리라는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있었던 우화 속 거북이가 바라보는 미래는 확연히 다르다. 여러분도 그러한 미래를 꿈꾸기를 바란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