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통

토이 스토리5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6. 7. 12.
728x90
반응형
728x170

파동은 진폭이 가장 클 때도 있고 가장 작을 때도 있다. 삶도 그렇다. 잘될 때가 있으면 잘되지 않는 때도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그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살다 보면 그런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어쩔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토이 스토리다.

 

아이들의 성장은 막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잊히고 버림받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는 살아가며 수많은 시절인연을 만나고, 잊고, 또 잊히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알레고리였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가 말하는 것은 무력감이나 허무함이 아니다. 시간 앞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이 스토리 2에서 우디는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켜볼 수는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5에서 제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버림받는 것은 자신의 잘못도, 에밀리의 잘못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앤디와 보니 그리고 에밀리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동안만큼은 그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사명감을 선택해 왔고, 시간의 흐름 앞에서 회피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시리즈 내내 일관되게 보여줬다. 

 

특히 에밀리와 제시의 이야기는 시절인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추억은 시간이 흘렀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 나를 새겨 넣기 위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진심을 다했던 감정의 흔적이 쌓여 비로소 추억이 된다. 시절인연이 소중한 이유는 영원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 속에 서로를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장난감들의 의리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에밀리의 의리가 더해지면서 이 관계가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래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버즈, 우디, 제시 트리오의 20여 년 동안의 성장을 다룬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영원을 약속했지만 시절인연이 되어버린 수많은 관계는 그저 추락이 아닌,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시간의 흔적이었음을 깨닫게 될 정도로 20여 년 동안 성장한 나를 마주하게 했다. 그래서 비행 장면의 오마주가 더욱 반가웠고 울컥했나보다.

 

"이건 멋지게 추락하는 거야."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추락이 있다. 하지만 함께했던 시간이 서로의 삶에 흔적을 남겼다면, 그 추락은 끝이 아니라 성장을 향한 궤적이 된다. 결국 토이 스토리는 버림받는 장난감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 속에서도 서로의 삶에 자신을 새겨 넣으며 살아가는 시절인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