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육지의 왕자를 만나기 위하여 마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팔지만, 결국에는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의 애절한 사랑을 이야기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다소 부침을 겪긴 하지만 왕자와의 쌍방 사랑을 이뤄내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원작과 리메이크의 결말은 다소 다를지라도 인어공주 스토리를 관통하는 주제는 똑같습니다.
"넌 목소리만 주면 돼. 그럼 내가 널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근대 유럽에서 거리낌 없이 말하는 여자는 길들여야 할 말괄량이로 간주됐습니다. 당시에 말 많은 여자, 특히 인어공주의 대방어 아버지가 강요하는 규율 같은 남성의 지배 구조에 복종하지 않는 여자는 징계를 받았어요. 여성의 목소리를 악의 근원으로 보고 이를 길들여 여성의 사상과 잠재력을 억누르려 한 것이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염두한다면 타코야키 마녀가 인어공주를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며 그 대가로 목소리를 요구하는 이유를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꽃보다 프린스는 인어공주의 목소리, 그것도 그녀의 노랫소리에 이끌렸거든요. 그가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건, 그녀를 그녀답게 하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인어공주의 목소리는 그녀로 하여금 자신감과 외향적인 성격, 호기심과 진정한 자아를 표출하는 수단이었죠. 사람을 낚은 생선의 구수한 노랫가락을 들어볼랍서?
뚫린 입을 잘 써보자
'인어공주'는 우리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내 안의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큰 행운을 등한시 말라는 교훈을 줌과 동시에 목소리란 '나 다움'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기 위한 기본 수단으로써 그러한 목소리를 상실하면 나 자신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는 영화예요. 이제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 자신의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볼 때가 왔습니다.
나를 표현하기 위해 하는 발표
발표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입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선택하고, 내용의 당위성을 위해 근거를 찾고, 비유와 인용 어구를 접착제로 삼아 내용과 근거를 연결한 글감 덩어리들을 어떤 인과관계로 엮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나만의 개성입니다. 그 고민의 흔적이 스토리로 승화되어 나만의 콘텐츠가 완성되는 거죠.
교실은 나의 무대
나와 청중 사이를 채우는 적막한 공기. 공기를 울리는 목소리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건 무대 위 가수만의 몫이 아닙니다. 발표로도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나를 표현하기 위해 서 있는 모든 장소가 무대입니다. 발표하는 5 ~ 10분의 시간만큼은 친구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로써, 교단 앞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포부와 청중을 씹어 먹겠다는 배포를 품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전해 보십시오.
두려움은 몸을 떨리게 합니다. 두려움은 수많은 리허설로 극복해야 합니다. 부디 몸을 떨리게 하는 두려움을 뿌듯함과 보람의 설렘으로 바꿀 여러분만의 데뷔 무대를 2학기 동안 한 번은 꼭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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