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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통

시작 - 가호 {새학기 오리엔테이션}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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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활짝 열리는 3월이 왔습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 설레는 마음으로 새 출발에 대한 포부를 품어보게 되는데요. 오늘 이 시간을 빌어 그 출발이 과연 무엇을 위한 시작이었고, 무엇을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시작은 설렘을 안겨줍니다. 그 설렘을 품노라면 모든 걸 이겨낼 것만 같은 의욕이 생기며, 그 의욕을 원동력 삼아 시간을 뒤쫓는 시곗바늘처럼 앞질러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의 인생이 항상 3월 같지는 않아요. 

 

"작년과는 달리 올해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매해 새 학기가 되면 만만히 등장하는 다짐. 그러나 쌓여가는 시간에 무색하게 스러져 가는 의지와 체력으로 흐지부지해지기 쉬워서 만만치 않은 다짐이기도 합니다. 사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막연한 다짐이었기에 필연적으로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요.

 

나를 알기 위한 공부

 

공부는 왜 하는 걸까요? 그냥 뭐 학생이니까, 남들 다 하니까,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등등. 

그러한 것들 역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공부의 지속성을 담보하기에 너무 막연합니다.

사실 공부의 목적 중 하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함, 즉 자기 성찰에 있어요. 다시 말해 공부의 이유가 될 무엇을 '나'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맞추는 것에서부터 삐끗거렸던 거예요. 나 스스로가 막연했기에 공부의 동기 역시 막연했을 수밖에요.

 

 

어쩌면 우리는 빨간 레고 블록이 되기를 자처하며 공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내 레고 블록이 빨갛지 않고 각진 모양이 아닐 수 있는데도 내 레고 블록을 빨간 네모 모양으로 기정사실화한 채 내 레고 블록의 모습이 어떤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게 아닐지. 

 

 

그러나 세상은 빨간 레고 블록만을 원할 만큼 단조롭고 심심하고 무미건조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색과 모양의 레고 블록을 요구하는 만큼 복잡한 변수들로 가득한 세상이거든요. 그렇기에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룰은 단순합니다. "내 레고 블록의 색과 모양을 파악하기." 소위 자기 성찰이라고 하죠.

 

'자기 성찰'을 위한 수많은 방법들 중, 학생으로서 시도할 수 있으며, 시도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공부'입니다.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 어렵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음에도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분야,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 맞지 않는 분야가 무엇인지 느껴보고 알아가는 과정이 곧 자기를 알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혹자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까먹잖아요."

 

삶의 자세를 배우기 위한 공부 

 

사실 공부는 우리 인생에서 절대 전부가 될 수 없어요. 사람의 지능은 크게 지력과 비지력으로 나뉘는데 사람의 일생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본다면 지력이 40% 차지하고, 지력은 다시 지식과 기능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지식이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지식은 다시 학문적 지식과 사회적 지식으로 나뉘고, 학문적 지식이 실제 생활에서 응용되는 비중은 40%입니다. 그러므로 한 학생이 시험에서 100점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할 때, 그 가운데 학문적인 지식에 의해서 얻은 점수를 계산해 보면 '100*0.4*0.4*0.4=6.4'. 결과적으로 100점 가운데 학문적인 지식에 의지해서 얻어낸 점수는 고작 6.4점에 불과한 셈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93.6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건 바로 삶의 자세나 기본 태도입니다.

 

 

예전에는 주산학원이 성업이었습니다. 그때는 주판기로 계산을 했으니까요. 요즘은 프로그램으로 합니다. 예전에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소통했지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세계 어디서든 소통합니다.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하지만 주산학원을 다니던 열정으로 프로그램을 배우고, 편지 쓰는 방법을 익힌 끈기로 휴대폰 사용법을 익힙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그 속도가 빠르다 해도, 배우는 자세나 기본 태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공부의 습관을 통해 이 기본 태도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유연한 자세, 겸손, 모르는 것을 묻는 정직함, 남을 인정하는 마음,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는 자세,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진심을 다해 내 앞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끈기. 시대가 바뀌어도 이러한 삶의 자세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무엇으로 미래를 대비할까, 어떤 전공을 해야 살아남을까, 아니면 어떤 기술을 배워야 편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공부와 외로움은 필연적인 관계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며 매듭짓고자 합니다. 배움은 때때로 외로움입니다. 즉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혼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몫이거든요. 다양한 지식과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싶다면, 남보다 더 외로움을 많이 견딜 각오를 해야 합니다.

 

사실 공부를 비롯하여 우리네 삶의 측면들을 알아갈수록, 겉으로 보이는 고고함이나 우아함이 삶의 본질이라기보다는, 그 아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를테면 우아한 백조의 겉모습보다도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 치는 물갈퀴가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빛나지 않더라도, 부러진 것처럼 한 발로 뛰어야 할 때가 오더라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동안 따라오는 필연적인 외로움을 홀로 짊어지는 건 절대 근사하지 않을테지만, 삶이란 원래 근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쭉 펼쳐질 여러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레고 블록을 알아감과 더불어 올바른 삶의 자세를 체득하고, 그 모든 과정의 외로움을 홀로 감내하는 용기를 키워감으로써 여러분의 세상이 이처럼 멋있게 조립되기를 응원합니다. 그 멋지고 숭고한 일의 첫 단추가 바로 '공부'임을 잊지 마세요.

 

시작 - 가호

 

https://www.youtube.com/watch?v=6LDg0YGYV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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