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물리학I 톺아보기

특수상대성이론 ① {동시성의 상대성}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4. 5. 30.
728x90
반응형
728x170

물리학Ⅰ 전개도

상상

 

돌촉을 붙인 창으로 매머드를 사냥하던 인류는 이제 우주선으로 태양계를 탐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하고 우주를 탐사할 수 있었던 건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어요.

 

국가, 종교, 화폐 모두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력처럼 실재하고 어길 수 없다고 믿는 일군의 규칙들이에요. 이런 모든 것들을 상상하지 못하고 믿지 못했다면 우리는 정교한 뇌와 능란한 손으로 우라늄 원소가 아니라 아직도 부싯돌을 쪼개고 있을지도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오로지 직관적 상상만으로 이론 체계를 고안한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판서 조직도

 

1.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 원리

1) 상대성 원리

 

시간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서로 흐릅니다. 우리는 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1차원 직선형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에게 시간은 0.5차원이에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시간은 물리학에서 변수 t로 정의되어 수식 안에 상존해 있습니다. 운동 에너지나 운동량을 비롯한 역학적 물리량은 질량 m과 힘 F 그리고 시간 t를 활용하여 도출되는 결과값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기저에 있는 식이 바로 'F=ma'예요. 만물의 운동을 기술하는 기준으로써 'F=ma'가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관성계

 

정지한 물체를 바라보는 두 종류의 관찰자가 있습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그대로 정지해 있고, v로 움직이는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반대 방향으로 v만큼 움직여요. 어떤 관찰자인지에 따라 물체의 속도가 다르게 보이겠지만, 두 물체에게 작용하는 힘이 0이라는 사실까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물체가 정지해 있거나 등속 운동을 한다는 건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 F가 0임을 의미하잖아요. 즉, 정지한 관찰자와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속한 물체들에겐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F=ma'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정지한 세상'과 '등속 운동하는 세상'을 '관성계'라고 하며,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운동 법칙이 동등하게 적용됨을 '상대성 원리'라 합니다.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의 첫 번째 가정이에요. 

 

2) 광속 불변 원리

 

4m/s로 등속 운동하는 물체는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4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1m/s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에겐 3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관찰자가 보아도 물체가 등속 운동하고 있으므로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음을 F=ma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물체와 관찰자의 속력이 광속에 가까워지면 기묘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빛이 c라는 속력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c로 보여요. 위와 같은 원리라면 0.5c라는 속력으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오른쪽으로 0.5c 만큼의 빠르기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관찰자가 서쪽 방향으로 0.5c만큼의 빠르기로 움직이고 있다면 빛은 1.5c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러나 실제로 그러지 않습니다. 마이켈슨과 몰리는 이제까지의 상식을 벗어나는 실험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좌)마이켈슨, 마이켈슨과 그의 조수 몰리의 실험 장치

 

마이켈슨과 몰리는 실험을 통해 어떤 관찰자가 보든 빛의 속력은 무조건 c로 동일함을 알아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마치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떨어뜨릴 때 중력장에서 물체의 운동이 질량에 관계없이 동일함을 입증한 것과 같은 의미예요.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빛의 속력은 보통의 물체와 달리 관찰자의 운동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절대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하며 마침내 '모든 관성계에서 빛의 속력은 일정하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두 번째 가정, '광속 불변 원리'를 제시합니다.

 

이처럼 모든 관찰자에게 보이는 빛의 속력은 항상 똑같아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묘한 현상 세 개가 있습니다. 바로 동시성의 상대성, 시간 지연, 길이 수축이에요.

 

2.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1) 동시성의 상대성 ① -광원이 하나인 상황-

 

보통 어떤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하면 그 사건을 관찰하는 사람이 운동을 하든 정지해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그 사건은 동시에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에요. 시간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흐르기 때문이죠. 달리고 있는 철수에게나 가만히 앉아 있는 영희에게나 1년은 365일로 같은 이치입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속도가 상대적이에요. 하지만 빛의 속력에 근접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말이 달라집니다.

 

① A 관성계

동그라미: 광원, 네모:검출기

 

오른쪽으로 속력 v로 등속 운동을 하는 우주선 안의 A는 자신과 검출기 모두 정지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선의 중앙에 놓인 광원에서 발생한 빛들은 같은 거리를 각각 같은 속력 c로 이동하기 때문에 두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검출기에 불이 동시에 들어옵니다. 검출기의 작동을 보고 A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두 빛들은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했다."

 

② B 관성계

우주선 바깥의 B에게는 두 개의 검출기가 오른쪽으로 등속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원에서 발생한 두 빛의 속력은 '광속 불변 원리'에 따라 모두 c로 같아요. 따라서 B 입장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는 빛이 검출기에 먼저 도달합니다. 그래서 왼쪽 검출기에 불이 들어오고난 뒤, 오른쪽 검출기에 불이 들어옵니다. 검출기의 작동을 보고 B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왼쪽 빛이 검출기에 먼저 도달하고 오른쪽 빛은 나중에 도달했다."

 

③ 결론

하나의 광원에서 발생한 두 빛의 검출이 A에게는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었으나 B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광속 스케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게 돼 버려요. 그 이유는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2) 동시성의 상대성 ② -광원이 둘인 상황-

① B 관성계

 

정지해 있는 B의 입장에서 각 광원과 검출기까지의 거리가 똑같습니다. 이때 각 광원에서 발생시킨 빛들에 의해 불이 들어오는 검출기를 보고 B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두 빛들은 동시에 발생했다."

 

② A 관성계

 

빛들이 한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야 합니다. 기계가 사람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냐에 따라 작동을 달리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즉 A에게도 빛들이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한 것처럼 보여요. A 입장에서 검출기는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검출기 이동과 빛들의 진행만 놓고 보았을 때 왼쪽 빛이 오른쪽 빛보다 먼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빛들은 동시에 검출기에 도달해야 하므로 A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오른쪽 빛이 발생한 뒤에 왼쪽 빛이 발생했다"

 

③ 결론

두 광원에서 빛의 발생이 B에게는 동시 사건이었으나 A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광속 스케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게 돼 버려요. 그 이유는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타임머신

어떤 경우에도 인과관계에 있는 두 사건의 시간 순서는 어떤 기준계에서 보아도 바뀌지 않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일어난 별개의 살인 사건의 순서는 기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과관계에 있는 두 사건, 예컨대 별이 폭발하여 발생한 빛이 출발하여 임의의 지점에 도착하는 사건의 순서는 기준계가 달라진다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SF 영화에서의 설정, 현재를 바로 잡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물리적으로 의미없습니다. 

 

일기예보 - CHEEZE

https://www.youtube.com/watch?v=_peCkJKeET8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장소에서 각각 다른 사건이 일어난 경우, 어떤 사건이 '먼저' 일어났는지를 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의미없습니다. 예를 들어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무슨 일이 어떤 '시점'에 일어났는지를 묻는 게 의미없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시간이 있고, 안드로메다 은하에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시간이 있어요. 안드로메다의 외계인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소요된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안드로메다에 지구의 '오늘'에 상응하는 특정한 순간이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어요. 두 장소는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단절되어 있는 셈이죠. 비유하자면 시간은 날씨와도 같아요. 각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게 나타나듯 시간 역시 지역적이며 상대적입니다. 시공간적으로 광활한 우주의 일부 각각은 자기만의 고유한 시간을 가집니다. 

 

시간과 날씨처럼 우리의 감정과 생각 또한 상대적입니다. 평상시엔 별 것도 아니었던 일에 어떤 날에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사랑이 무색하게 증오에 휩싸이기도 하고요. 변화무쌍하는 감정과 생각을 미리 알려주는 일기 예보와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록의 습관

 

일기 예보가 수많은 데이터의 취합과 그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에서 비롯되듯이 그날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 놓는 메모와 그에 대한 자기 성찰에서 감정 예보가 비롯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오늘도 글을 써 내려갑니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