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는 소재의 발달
세상에는 세 종류의 자원이 존재합니다. 원재료(=소재), 에너지 그리고 지식이죠. 원재료와 에너지는 고갈돼요. 반면 지식은 성장합니다. 지식은 사용하면 할수록 늘어나요. 더욱이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그 지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소재를 줍니다.
고대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물질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양을 변형하여 사용했습니다.
이후에 불의 사용법을 터득한 인류는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진흙에 열을 가하여 토기를 만들거나 광석에 열을 가하여 청동이나 철을 얻었죠. 지식의 확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처럼 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종류의 소재를 발견하게 해주었습니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인류는 기존 물질의 원소 결합 구조를 변경하여 기존 물질보다 더 뛰어난 성질을 가지거나 새로운 성질을 가지는 물질, 신소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수많은 신소재 중 그래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래핀
그래핀은 사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어요. 특히 연필의 흑연에 다량으로 들어 있죠. 그래핀(Graphene)은 '흑연(Graphite)에서 생겨난 탄소 화합물'이라는 뜻입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흑연은 여러 겹의 탄소 원자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 겹의 원자층으로 된 것이 바로 그래핀이에요. 만약 1mm의 두께로 만들려면 약 500만 개의 그래핀을 쌓아야 해요. 초창기에 그래핀은 흑연이나 탄소 나노 튜브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모델로써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계산해 보니 여러 모로 흥미롭긴 한데 실제로 만들지는 못할 거라는 의견이 대세였어요. 일반적으로 2차원 결정은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그런 와중에 2004년, 안드레 가임이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해서 처음으로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스카치테이프에 흑연을 붙인 후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한 뒤 두께를 확인한 결과, 뜬금없이 단일 원자 두께의 그래핀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거죠. 정말 터무니없이 단순한 원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골 때리는 건,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테크니컬한 방법이 수없이 개발됐지만 테이프로 붙였다 떼는, 소위 날로 먹는 테이프 신공으로 추출된 그래핀이 그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 그래핀보다도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ㄷㄷㄷ
그래핀의 활용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내는 것이 뭐가 대단하냐는 의견도 있는데, 그래핀 자체의 가능성은 매우 무한합니다. 일단 0.2나노미터 두께로 엄청 얇지만 강철보다 200배 단단하기 때문에 초경량 고강도 소재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전기 전도도와 열 전도도 또한 우수해서 기존의 반도체가 갖는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그래핀은 이론물리학자들에게 좋은 떡밥이 되기도 해요. 그래핀 내의 전자가 빛처럼 행동해서 상대론적인 효과를 편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핀은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있어요. 아주 작은 원자와 분자도 투과할 수 없도록 막거나 걸러주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막아낼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수소 분자 분리나 해양 오염물질 제거 등 여러 분야에서의 필터로써 활용 가치가 있죠.
그래핀의 응용 가능성이 무한하나 당장 가시권에 있는 분야는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래핀은 높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잘 휘어지고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터치 스크린과 플렉서블 액정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요.
깃털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단단한 역설의 신소재, 그래핀
그래핀은 가벼움과 단단함이라는 대조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이러한 성질들은 서로 견제하고 조화를 이루어 그래핀을 지구상 최강의 소재로 만들죠. 이러한 특성은 단지 그래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도 가벼움과 단단함이 서로 조화롭게 배치될 때 더 멋진 삶이 관찰됩니다. 실패가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가볍다는 듯이 훌훌 털어버리고,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갈 길 가는 단단함으로 무장한다면 여러분은 세상 제일 잘나가는 사람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2015개정 통합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SG와 수소 에너지 (2) | 2023.12.05 |
---|---|
[태양의 핵융합] 후회와 미련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191) | 2022.11.20 |
전자기 유도가 쏘아 올린 무선 전력 수송 (0) | 2022.10.21 |
ESG와 신재생 에너지 그리고 메타버스 (3) | 2021.08.06 |
발전 방식과 미래의 전력 수송 기술 (184) | 2021.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