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전기 에너지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당장 이 땡볕의 여름날에 에어컨을 켤 수 없을뿐더러, PC와 스마트폰 사용에 차질이 생겨 개인적인 업무라든지,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전기 에너지의 차단에서 기인된 수많은 제약이 우리 삶을 꽁꽁 묶어버린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삶 속에 전기 에너지가 깊이 침투해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기 에너지의 활용도가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첫 번째, 전기 에너지는 다양한 발전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전기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의 전환이 매우 쉽고 편리하다. 세 번째.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물론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이처럼 편리하고 세련된 전기 에너지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 어떠한 과학적, 역사적 서사가 숨어있는지 이 시간에 확인해본다. 그 서사는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시작한다.
에너지의 역사
네 발로 기어다니던 인류가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얻은 가장 큰 이점은 '손의 사용'이다. 손과 뇌의 전두엽이 신경으로 이어져 있어 손의 활발한 사용이 전두엽 발달을 촉진시켰고, 똑똑해진 인류는 도구와 불을 이용하기에 이른다. 이때 인류는 불로 음식을 익혀먹기 시작하면서 생존 확률도 올라가게 되고 날것을 소화시키는데 많이 사용되었던 에너지가 뇌의 발달에 쓰임으로써 생체에너지 효율이 올라감에 따라 인류 지능의 발전화에 가속이 붙었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구석기 시대의 인류와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영장류의 차이점을 위의 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눈을 자세히 보면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구분되는지의 여부다. 직립보행을 하며 네 발로 기어다녔을 때보다 시야가 넓어진 유인원에게 어떤 진화적 기제가 작용하여 눈의 흰자와 검은자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보통 포유류는 검은자와 흰자가 구분이 잘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랑 대화하는 사람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분간이 안된다면 의사소통이 잘 되겠나?
정확한 시선의 분간이 의사소통의 시발점이 되었고, 의사소통이 되었기에 인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서로 협력하기가 쉬웠던 것이다. 협업을 기반으로 수렵과 채집이 용이해졌고 먹이와 주거를 위한 이동생활을 하기 위한 첫 소집단 공동체의 탄생과 함께 구석기시대가 열렸다.
협업의 중요성을 터득한 인류는 조금 더 협업의 규모를 확장시켰다. 농업 기술을 발명한 신석기 인류는 불안정적인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한 곳에 머물러 정착하는 삶을 꾸렸다. 경작지에서 때마다 풍성하게 수확되는 곡물 덕분에 식량 공급이 불안정적이었던 삶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농업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원하는 곡식을 재배해 풍성한 수확을 얻어낼 수 있어 이후로 인구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식량을 비축하는데서 사유재산이 등장함에 따라 물물 교환이 탄생하고, 이는 숫자의 탄생도 야기하였다. 가히 신석기 혁명이라 불릴 만큼 의식주의 트렌드가 확 바뀌게 되었다. 게다가 인류는 효율적인 농작 활동을 위해서 야생에서 떠돌던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착취하는 법을 터득했다. 어디까지나 동물의 기계적 에너지로부터 기계적 에너지를 얻는 것밖에 되지 않았지만 뭔가 다른 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첫 시도였기 때문에 큰 의의를 가진다.
중3 과학 시간에 배웠었던 ATP는 자발적인 골격근의 움직임뿐 아니라 심장이나 폐를 비롯한 여러 기관 등의 작동과 체온 유지 등에 쓰인다. ATP라는 화학 에너지가 골격근 수축이라는 기계적 에너지로, 혹은 체온이라는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생명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에너지 전환을 인간이 기계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다. 산업혁명 이전의 기계들은 물의 흐름을 이용한 물레방아처럼 기계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이용하는 단순한 형태가 전부였다. 산업혁명 이전에 있었던 돛단배도 바람이라는 기계적 에너지를 배를 움직이는 기계적 에너지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생긴 증기의 힘으로 배나 기차를 움직이는, 다시 말해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시킨 증기선이나 증기기관차 등이 나타났고 그 트렌드 변화의 주역에는 바로 제임스 와트가 있었다.
요컨대 산업혁명을 거치고 인류는 유사 이래 에너지를 가공해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가공하여 생체 에너지를 만드는 광합성에서 힌트를 얻어 어떤 무형의 에너지를 인류에게 필요한 기계적 에너지로 가공할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게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실현된 거고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 유도' 현상과 이를 이용한 테슬라의 교류 발전에 의해서 우리는 불을 피워서 컴퓨터를 쓰거나 스마트폰을 충전하지 않고,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전기에너지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의 삶의 질은 불연속적인 계단형으로 발전하였고 그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에너지 가공 방식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결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세련된 형태의 에너지,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전기 에너지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지만, 당연시하며 별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기 에너지의 무분별한 낭비를 일삼고 있다. 에너지 낭비에 따르는 환경오염을 차치하고라도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이 필요한지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전기 에너지를 조금 더 아끼면서 사용하지 않을까?
석탄은 산업혁명의 총아였다. 석탄을 때서 얻은 증기기관 동력은 인류의 최고 속도를 종전 말의 속도에 비해 3~4배로 높였다. 석탄이 없었다면 지구 상의 나무는 남아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발전 방식과 발전의 원리
친환경 정책으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가 개발되고 이용된다지만, 아직까지는 석탄, 석유를 이용한 화력 발전이 발전 방식 점유율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여러 가지 발전 방식
화력 발전 | 핵발전 | 수력 발전 | |
에너지원 |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 | 높은 곳에 있는 물 |
에너지 전환 | 화학E →열E→운동E→전기E | 핵E→열E→운동E→전기E | 위치E→운동E→전기E |
표에 나와 있는 세 가지 발전 방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바뀐다.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은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 과정과 똑같다. 자석과 코일의 상대적인 움직임(운동 에너지)이 코일에 흐르는 전류(전기 에너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석탄이나 우라늄이나 물, 바이오매스, 바람, 지열, 태양열을 비롯한 대부분의 발전원들은 자석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사실 거창해 보이는 여러 발전 방식은 자석을 움직여 전기를 만드는 원리로 작동한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 이렇게 간단하기 때문에 우리도 손쉽게 발전(發電)을 할 수 있다.
간이 발전기 만들기
간이 발전기나 발전소의 발전기는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근본 원리는 전자기 유도로 같다.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이다. 발전기는 자석을 회전시켜서 코일 내부의 자기장을 계속 변화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회전 운동을 만들어 내는 동력만 있으면 발전기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는 전선을 통해 가정, 공장을 비롯한 소비지로 송전된다.
전력 수송 과정
변전소는 송전 전압을 높이거나 낮춰 송전선으로 보내는 시설이다. 전압을 높일 때 어마어마하게 높이기 때문에 한 번에 낮추기 어려워서 여러 단계의 변전소에서 순차적으로 낮아진다. 이러한 고전압 송전은 손실 전력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끔은 자연현상이 의도치 않게 전력망을 교란시키기도 한다. 태풍과 폭우와 같은 기후 재해만 생각하겠지만 가끔은 태양의 활발한 활동이 전력망 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델린저 현상
태양의 흑점 주위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전하들이 쏟아진다. 이러한 강한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을 뚫고 들어와 전리층을 교란시키게 되는데, 이를 '델린저 현상'이라 한다.
델린저 현상이 발생하면 전파 송·수신에 차질이 생긴다. 하지만 델린저 현상은 전파 송·수신 문제뿐만 아니라 전력 수송에도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송전탑과 전선과 땅이 하나의 고리로 볼 수 있다. 강한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을 뚫고 들어온다면 그 사이를 그대로 통과한다. 태양풍은 전기를 띤 입자이므로, 송전탑-전선-땅 고리 사이를 전류가 흐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태양풍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이 송전 과정을 교란하게 된다.
요즘에는 이런저런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선을 지하에 매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전선 지중화' 작업이라 한다. 사진 좌우를 비교하면 전선 지중화 덕분에 도시 광경이 더욱 깔끔해 보인다.
미래의 전력 수송 기술
초고압 직류 송전
직류 송전 방식이 교류 송전 방식에 뒤진 것은 변압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교류는 쇠판대기에 코일만 감으면 끝이다. 하지만 직류는 비용이 많이 드는 변압기를 써야 하므로 경쟁력이 떨어졌던 거다.
요즘 HVDC가 뜨는 이유는 기술이 발달되어 변압을 시키는데 이전에 비해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초고압 직류 송전은 교류 전력에 비해 전력의 손실이 적고, 특히 전압이 일정하므로 유도 전류로 인한 장애의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대용량 장거리 송전, 해저 케이블 송전에 유리한 방식이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전력 수송
초전도 상태에서는 전기 저항이 0이 되므로 열에너지로 인한 전력 손실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송전 기술이다. 다만 상온 초전도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전선을 임계 온도 이하로 낮춘 상태를 유지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선 전력 송수신 기술
현재는 작은 스마트 기기나, 전기 버스를 충전하는 경우와 같이 일부 장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송전 효율이 낮고 송전 가능 거리가 짧은 한계가 있지만, 미래에는 먼 거리까지 전기 에너지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우주를 누비는 우주 탐사선이나 인공위성에 전기 에너지를 쉽게 보낼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우주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구로 수송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
발전소와 송전 시설, 사용자의 센서가 쌍방향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최적의 시간에 최적의 전력을 주고받으면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생산, 소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는 에너지와 함께하는 삶은 유인원의 직립보행을 기반으로 시작된 소통과 협업이 유도한 농업에서 시작되었다. 농업의 발명 덕분에 인류가 굶지 않고 안정적 있게 삶을 영위하게 되어 발달된 지적 활동이 과학의 발전을 가속화했고, 발전된 과학은 증기기관의 탄생과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현상 발견에 도움을 주었다. 이 '전자기 유도'란 전자기학 현상으로 우리는 편리하고 세련된 전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역사의 길을 걸어온 인류가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얻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쓰게 될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류의 발전(發展)을 위한 발전(發電) 방식은 분명히 삶의 편리를 제공하였지만, 동시에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도 발생시켜 우리에게 적잖은 불편을 주고 있다.
인류와 자연이 공생하며 모두가 함께 발전(發展)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및 송수신 기술이 발명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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