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수놓는 찰나의 빛이 남긴 오랜 추억
매년 10월이 되면 서울 여의도에서 불꽃 축제가 열린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들이 반짝거리는 순간은 잠깐이지만 그 시간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추억의 장면을 수놓는다. 그 페이지를 펼쳐본다.
때는 바야흐로 대학생 시절. 중간고사 시험공부 중에 뜬금없이 사진으로만 봐오던 불꽃 축제를 실물로 영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말에 곧장 서울로 갔다. 처음엔 뭘 몰라서 63빌딩 근처 여의도 한강 공원으로 갔다. 불꽃이 터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며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할 것을 기대했지만 좀비 떼같이 드글거리는 인파에 미어터지고 춥고 배고프고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감정이 바싹 말라 로맨틱은 개뿔 로보트가 되어 돌아갔던 슬픈 기억이었다. 다음 축제 때 간 곳은 또다시 100만 대군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비교적 한산하지만 볼 건 다 보이는 이촌 한강공원, 그다음엔 좀 더 한적한 노들섬에 가서 불꽃 축제를 즐겼다. 총 세 번의 불꽃 축제를 경험했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래도 처음 갔었을 때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 당시 최악의 경험이 지금 아련하게 다가온다면, 그 기억도 어느덧 나에겐 추억으로 자리 잡혔나 보다.
올해는 아쉽게도 여의도 불꽃 축제가 취소됐다.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와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로 고통받는 우리는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언제 코로나가 종식될지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에 코로나 블루를 앓는 우리를 격려하는 긍정의 노래가 한국 최초로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경사스러운 사건이 코로나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을 고무시켰다. 과거 2000년도 보아의 오리콘 차트 정복을 넘어서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정복은 오랜만에 나를 국뽕에 취하게 만들었다.
"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
빛으로 밝힐 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Cause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오늘 밤 나는 별들 속에 있어서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내 안의 불꽃들이 이 밤을 수놓는 걸 지켜봐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빛으로 밝힐 거야 다이너마이트처럼
BTS - dynamite 中
BTS의 Dynamite는 코로나로 인해 암울했던 2020년을 밤하늘에 비유하여 별빛에 버금가는 그들의 불꽃으로 세상을 밝게 만들겠다는 방탄소년단의 당찬 포부를 표현한 디스코 장르의 신나는 곡이다.
밤을 수놓는 찰나의 빛과 영원의 별빛 그리고 세상을 밝게 하겠다는 다이너마이트 빛
사람들은 그러한 빛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빛을 보며 희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와 미래에 공존하는 '빛'이 있기에 우리의 현재가 아름답게 비춰지는 게 아닐까 새삼 '빛'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빛은 무엇일까? 빛은 어떻게 해서 탄생한 걸까? 별이 밝은 이유와 불꽃이 밝은 이유는 같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밝게 빛나는 별
태양을 '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태양도 별이다.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다. 태양도 저 멀리 어딘가에 살고 있을 외계인에게는 밤하늘을 수놓는 별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밝게 빛나는 달도 별일까? 아니다. 달은 그저 태양 빛을 반사하기만 할 뿐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별 스스로 빛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이 빛나는 원인은 다이너마이트가 터질 때 나오는 빛과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발생할까?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거나 석탄을 태우거나 폭죽을 터뜨릴 때 빛이 나는 이유는 발화 물질이 산소와 만나 연소를 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밝고 뜨거운 태양이 석탄과 산소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즉 태양이 밝게 빛나는 이유를 화학적 연소 과정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 의거하면 태양의 수명은 약 10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초당 3.9 X 10^26J의 거대한 에너지를 46 억년 간 방출해온 태양의 에너지원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답에 대한 힌트를 아인슈타인이 찾았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질량도 에너지의 한 형태이고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를 발표한다. 많이 봤었을 오른쪽 수식이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 이론 그 자체다.
태양 핵(core)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 4개가 결합하여 헬륨 원자핵 1개가 만들어진다. 이때 질량이 약간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감소된 질량이 'E=mc^2(m: 감소된 질량)'식을 만족하는 만큼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원자핵이 합쳐져 새로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반응을 핵융합이라 하며, 이 핵융합 반응이 태양의 에너지원이다. 즉, 태양은 석탄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수소를 태움으로써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바탕으로 계산된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 년이라고 한다. 즉 지금의 태양은 딱 절반만큼 살아온 청년인 셈이다.
사실 연소와 핵융합 반응에서 빛이 나는 본질적인 이유는 똑같다. 그저 연소는 분자 단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고, 핵융합은 원자핵 단위에서 발생한다는 차이일 뿐이다. 연소할 때 전자가 재배치되어 새로운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역시 질량이 감소한다. 다만 그 감소량이 핵융합 반응 시 생기는 감소량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그렇다면 수련회 캠프 파이어와 달리 핵융합 반응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자 단위에서 전자가 재배치되는 데는 적당히 높은 열에너지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원자핵 단위에서 어지간한 열에너지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택도 없다.
분자 단위에서는 전기력이 원자들을 묶어주지만, 원자핵 단위에서는 전기력과 비교도 못할 만큼 굉장히 강한 '강력'이라는 힘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기 때문이다.
태양의 중심에서 수소 원자가 헬륨 원자로 바뀐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거대한 규모의 연금술이다. 하지만 중세기의 연금술사들은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납을 금으로 바꾸는 데 관심이 많았다. 사실 그들의 접근법은 사용한 용광로의 온도가 충분히 높지 못했다는 점만 빼고는 모두 옳았다.
600K 대신 적어도 10^8K 정도는 되었어야 했다.(K는 온도 단위, 273℃=1K)
태양의 중심부는 온도가 엄청나게 높고 압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량 결손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렇게 방출된 태양 복사 에너지가 우주 공간을 누비며 극히 일부(태양 에너지의 22억 분의 1)가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인생을 밝히는 영원한 빛
1g도 되지 않는 극히 미미한 질량이 가지는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태양을 통해 충분히 가늠해보았다. 그리고 이 잠재력의 발휘는 고온, 고압의 매우 거칠고 힘든 역경과 같은 환경에서 기인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과학사를 비롯한 모든 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사소하다면 너무 사소한 동기에서 비롯된 첫 발걸음이 인류사의 영원한 족적으로 남게 되는 티핑 포인트엔 잠깐 불타오르고 말아 버릴 한 순간의 객기와 충동이 아닌 지속적인 열정과 끈기가 있었다. 열정과 끈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 있을까? 막연함과 불안감에서 오는 좌절감이 매사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순간을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도 없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힘든 일을 극복하는 사람만이 승기를 잡았다. 극복하나 안 하나의 문제지, 한다 못한다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이젠 힘든 일을 힘들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다독일 수 있다. 그러한 역경을 극복할 정도의 수고를 감내해야만 내 안의 근소한 잠재력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응원한다. 여러분 안의 Dynamite로 각자의 인생을 영원히 밝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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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의 에너지원은 수소의 000반응
2. 자신이 생각하는 지속적인 열정과 끈기로 역경을 극복하여 성공을 거머쥔 인물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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