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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토리텔링

'우주배경복사'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는 내 안의 잠재력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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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천체 물리학자들은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우주가 막 탄생했을 때는 하나의 점의 형태였고, 이 점이 폭발함으로써 우주가 시작됐을 것이라는 가설. 그렇다. 그들은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빅뱅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가설을 입증하려면 '우주 공간이 절대 0도가 아님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필요했다. 빅뱅 이후 대폭발이 야기한 뜨거운 열은 점차 냉각되었을 것이다. 이 열은 절대 0도를 향해 식어가지만 결코 절대 0도에 도달할 수 없다. 물리학에서 절대 0도는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주가 The end가 아닌 ing가 맞다면 열은 여전히 절대 0도를 향해 식어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주의 드넓은 공간에 열이 남아 있어야 한다. 이 열을 찾지 못한다면 빅뱅설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천체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해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누가 찾았을까? 비둘기 똥을 닦던 엔지니어들이다.

펜지어스와 윌슨

펜지어스와 윌슨, 그들은 우주로부터 수신되는 잡음 신호의 원인을 전파 망원경 접시에 묻어 있는 비둘기 똥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전파 망원경을 아무리 깨끗이 닦아내고 보수를 해도 잡음을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불어 두 사람은 잡음 신호가 마치 우주에 항상 일정하게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두 사람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기왕 발견했으니 논문 한 편을 써서 발표했다.

우주배경복사

천체 물리학자들은 이 논문을 보자 바로 자신들이 찾고 있던 그 증거임을 알아차렸다. 펜지어스와 윌슨이 발견한 잡음 신호는 바로 빅뱅 이후 식어가고 있었던 열, 이름하여 '우주배경복사'였다. 이로써 그 성과가 노벨 위원회에 보고되었고, 노벨 위원회는 이 두 명의 엔지니어에게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이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혁신과 창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물 분자 안에는 파도가 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무더기의 물 분자가 한데 모이면 파도라고 하는 거시적 현상이 쏟아져 나온다. 창조와 혁신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나 엔지니어 모두 개별적으로는 자기 눈앞에 놓인 가장 구체적인 문제를 고민한다. 잘 해결했다 하더라도 위대한 업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류 전체의 창조 그물망으로 시야를 넓혀, 통찰력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소소한 혁신 사이의 관계를 발견한 다음 그것들을 연결시킬 때 비로소 위대한 혁신이 이뤄진다. 그저 물 분자에 지나지 않았던 펜지어스와 윌슨의 발견이 과학자들의 통찰을 한데 모아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엄청난 파도가 되었다.

내가 애용하는 메모 프로그램 '에버노트'

내 삶에서도 물 분자에 지나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내 인생에 큰 파장을 일으킬 거대한 파도가 될 잠재력들이 '우주배경복사'처럼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나를 기록하고 성찰함에 부지런해야 한다. 내 삶이 보내는 사소한 신호, 그게 잡음에 불과할지라도 모조리 기록하고 분류하라.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한 성찰, 그 기록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좀 더 쉽게 말하면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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