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빨아들이는 천체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은 블랙홀처럼 지구의 특정 자원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중국이 블랙홀 노릇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첫 번째 블랙홀은 18세기 중반에 시작해 19세기 중반에 끝났다. 중국은 당시 가치 있는 재화 중 하나이던 은을 빨아들였다. 중국으로 들어간 은은 외부 세상으로 다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은을 빨아들였던 과거의 중국
중국의 첫 번째 블랙홀이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것은 중국으로 유입된 은의 양보다 외부로 유출된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청나라가 은을 끌어모을 때 은은 지금의 미국 달러와 비슷한 기축통화 구실을 했다. 세계 은의 3분의 1이 중국에 있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청은 막대한 양의 은을 보유했다. 청나라는 정복 전쟁이나 식민지 착취 행위로 은을 모은 것이 아니라 무역을 통해 벌어들였다. 당시 청의 무역은 독특했다. 상품을 외국에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았다. 그 결과 청은 매년 막대한 무역 흑자를 달성했고, 갈수록 더 많은 은을 보유하게 되었다. 외국의 상인은 중국에서 물건을 구입해 서구에 팔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청의 수출품은 차, 도자기, 비단 등으로 품질에서 확실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었다. 특히 수출액의 9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 차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유럽을 매료시켰던 중국산 차
중국이 서구 상품을 수입하지 않은 것은 중국인의 눈으로 볼 때 서양 물건은 하나같이 어설프고, 유치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은을 지불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 세계의 은은 중국으로 모인 후 중국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18세기 서구는 향긋한 중국산 차가 주는 매력에 매료되었다. 소수의 귀족뿐만 아니라 중산층은 물론 노동자들까지 차를 찾았다. 유럽인은 동방의 차를 구입하고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달콤한 비스킷 한 조각과 함께 차를 마시는 티타임은 그들이 새롭게 경험한 소확행이었다. 요즘도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꽤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이지만 커피가 주는 즐거움이 한 끼 밥이 주는 만족보다 클 수도 있다. 세상은 이렇게 경제적인 잣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18세기 유럽인에게 중국산 차가 이와 비슷했다.
마약에 무너져버린 중국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린 영국은 비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영국은 아편을 식민지 인도에서 들여와 청의 뒷골목에 유통시켰다. 중독성이 강한 아편의 위력은 대단했다. 영국은 무역수지 균형을 단기간에 맞추고 종국에는 무역흑자까지 발생했다. 청의 뒷골목에서는 아편 중독자가 늘어났다. 이에 청의 분노는 극에 달해 아편은 압수되고 불태워졌다. 이에 영국은 아편 사업 회복을 위해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평가되는 아편전쟁(1840년)을 일으켰다. 전쟁은 영국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중국의 첫 번째 블랙홀은 완전히 증발하고 만다.
중국의 두 번째 블랙홀
중국의 두 번째 블랙홀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그 규모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매년 무역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외화를 빨아들인다. 두 번째 블랙홀의 최초 기획자는 실용주의자 덩샤오핑이다. 흑묘백묘론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념의 울타리에 매몰되어 있던 낙후된 중국의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해낸 업적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제조업 강국 중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같은 쟁쟁한 경제 대국을 경제 규모에서 앞서게 되었다. 이제는 미국에 이은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 경제성장의 자양분은 수출이었다. 중국은 수출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두었다. 하지만 거대한 무역흑자는 중국에 양날의 검과 같다. 중국의 무역흑자가 다른 나라에는 무역적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던 미국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참다못한 미국은 거대한 관세 폭탄을 중국을 향해 투하했다.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를 무섭게 빨아들이는 두 번째 블랙홀은 첫 번째 블랙홀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중국은 두 번째 블랙홀에서 상대방의 값진 재화를 엄청난 규모로 흡수하면서도 상대방의 물건을 구입하는 데는 인색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의 중국이 미국과 빚고 있는 무역 전쟁은 과거 영국과의 무력 전쟁을 오버랩시킨다. 과연 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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