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이 낳은 비키니 수영복?!
원자핵 하나가 분열하면서 내는 에너지로는 모기 한 마리 죽일 수 없다. 핵물리학을 실험실 밖으로 끌어내려면 연쇄 핵분열의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과학자들은 우라늄 235의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해 분열할 때 둘 이상의 중성자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로써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은 일본에 핵폭탄을 터뜨렸다.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군 B29 폭격기가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폭탄 하나를 떨구고 떠났다. 그 폭탄이 570미터 상공에서 터지는 데는 100만 분의 1초가 걸렸다. 사람들이 섬광에 눈을 감았다 뜨자 도심 전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폭발 중심 근처의 모든 건물과 생물은 3천 도를 넘는 고열에 증발해버렸다. 500미터 떨어진 주택의 기와가 녹았고 3km 지점의 숲이 불탔으며 4km 떨어진 곳의 주민들이 화상을 입었다. 음속보다 빠른 강풍이 반경 1km 안의 철근 콘크리트 빌딩을 무너뜨리고 3km 밖의 목조 주택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15km 떨어진 집의 유리창을 깨뜨렸다. 열과 폭풍이 지나간 도시를 검은 먼지와 방사능 낙진이 뒤덮었고 시커멓게 변한 강물에 시체가 떠다녔다.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서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졌다.
1946년 7월 1일부터 비키니 섬에서 미국 최초의 공개 핵실험이 진행됐다. 핵실험은 1958년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비키니 섬 핵 실험에서 사용된 핵무기 가운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1000배에 달하는 위력을 보인 것도 있었다.
핵실험이 시작되기 전 비키니 섬 원주민들은 2년 후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인근 섬으로 이주했지만, 그들은 20여 년이 지나서야 섬에 돌아갈 수 있었다. 미국 정부가 1960년 섬이 안전하다고 선언한 뒤 원주민들은 섬으로 돌아갔지만, 높은 수준의 방사능 때문에 다시 섬을 떠나야 했다.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파리 패션쇼에서 배꼽을 드러낸 파격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이 공개됐다. 수영복의 인상이 비키니 섬에서 진행된 핵실험만큼이나 충격적이라고 해서 이 수영복에 '비키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자 폭탄의 파괴력은 원자핵의 분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원자핵이 분열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스케일은 어떻게 설명되는 걸까? 이 충격적인 파괴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강력한 힘 '강력'
'강력'은 말 그래도 아주 강력한 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 전자기력의 세기를 가볍게 넘어선다.
따라서 '강력'은 양성자간 전기적 반발력을 거스른 채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묶어 원자핵을 구성하는 힘, 원자핵 단위에서 작용하는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다. 이 힘이 가진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는 핵자 간 '파이온'이라는 매개 입자 교환을 강력의 원인으로 보았다. 유카와에 따르면 모든 핵자들은 지속적으로 파이온을 내놓고 또 재흡수한다. 이 이동에 수반되는 운동량의 전달은 힘의 작용과 대등하다. 대강의 비유를 보도록 하자.
농구공을 주고받는 두 소년을 생각해보자. 각기 상대편에게 공을 던진다면 소년들은 뒤로 물러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던져진 공을 잡을 때 뒤로 향한 운동량이 다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방법의 교환은 소년들 간에 반발력과 같은 효과를 준다.
반대로 소년들이 서로 공을 뺏는다면 결과는 두 소년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력과 같게 된다. 이를 강력의 원인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 만약 핵자들이 계속하여 파이온을 방출하고 흡수한다면 어째서 핵자들이 다른 질량으로 측정된 적이 결코 한 번도 없는가?
해답은 '불확정성 원리'에 있다. 핵이 질량의 변화 없이 파이온을 방출할 수 있는 경우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지만, 핵자가 이를 방출하고 재흡수하는지 모를 만큼의 짧은 시간 내에 과정이 진행된다면 즉, 지속시간이 h/2△E 만큼이라면 에너지의 양이 △E만큼 보존되지 않을 수 있다.
정리하면 강력은 굉장히 짧은 범위, 즉 미시 공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보니 '불확정성 원리'를 만족해야 하고 그렇기에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에너지 보존 법칙의 위배됨이 커버된다. 물론 그 찰나를 우리가 인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찰나의 순간, 서로 다른 원자핵이 만나 완전히 다른 종류의 원자핵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역시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또 다른 핵반응이 있다. 바로 '핵융합'이다.
찰나가 영원이 되는 순간, 핵융합
널 첨으로 스친 순간
절로 모든 시간이 멈췄고
서로 다른 궤도에서 돌던
이름 모를 별이
수억만 년 만에 만나는 순간
널 놓치지 않게 나를 잡아 줘
네가 나를 부르면
난 다시 태어나
우릴 끌어당기는 그 어떤 법칙도
모두 거스른 채 하나가 될 거야
그렇게 우린 사라질 거야.
김동률 - Contact 中
그럴 때가 있다. 모든 게 사랑으로 충만할 때
공기가 달콤해서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르고
빛이 따뜻해서 겨울 같았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한 사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 벅차오르는 때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갈 때.
우주에 흩뿌려진 별의 조각들, 서로가 만나 새로운 별이 되는 것처럼
지구에 흩뿌려진 별의 조각들, 서로의 눈 속에 반짝이는 별빛
그 빛을 찾아 헤매며 운명적인 만남을 기약한다.
서로 다른 원자핵이 만나는 찰나의 순간이 '강력'이 '빛'으로 바뀌는 마법의 잠깐이듯이
서로 다른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사랑이란 강렬한 마법과도 같아서 내 안의 새로운 우주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빛과 별 그리고 사랑
다름에서 탄생하는 새로움
서로에 이끌려 만나게 되는 찰나의 순간, 새로움으로 태어나 영원을 기약하게 되는 굉장히 우주적인 것
Contact는 이를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참고자료 및 문헌」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 서민아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각 이미지 구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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