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알던 노래가 역주행하면 그렇게 반갑고 짜릿할 수가 없다. 2016년 가뭄 같던 군생활에 단비가 되어주었던 라붐의 상상 더하기가 5년이 지난 2021년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전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동기들이랑 생활관에 모여 IPTV를 틀어놓고 보던 라붐의 상상 더하기가 걸쭉한 아저씨들의 보이스에 의해 재탄생되어 이렇게 떡상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상상
돌촉을 붙인 창으로 매머드를 사냥하던 인류는 이제 우주선으로 태양계를 탐사할 수 있게 됐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하고 우주를 탐사할 수 있었던 건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다.
국가, 종교, 화폐 모두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한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력처럼 실재하고 어길 수 없다고 믿는 일군의 규칙들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상상하지 못하고 믿지 못했다면 우리는 정교한 뇌와 능란한 손으로 우라늄 원소가 아니라 아직도 부싯돌을 쪼개고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오로지 데이터와 직관적 사고만으로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이론 체계로 고안한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로 이 단원을 시작한다.
학습목표
모든 관성계에서 빛의 속력이 동일함을 알고, 동시성, 시간 지연, 길이 수축과 관련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핵심 키워드 조직도
1. 광속 불변 원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라고 하면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서로 쓰는 것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시간을 1차원 직선형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에게 시간은 0.5차원이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의 한 가지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1차원의 시간이라면 미래에서 과거로도 시간이 흘러야만 한다.
물리학에서 시간은 수식 안에서 변수 t로 존재한다. 물체의 거시적 상황을 표현하는 에너지와 운동 특성은
물체의 질량 m과 물체에 가해지는 힘 F 그리고 시간 변수 t를 활용하여 도출되는 결과값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기저에 있는 식이 바로 'F=ma'이다. 만물의 운동을 기술하는 기준으로써 'F=ma'가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①관성계
정지한 물체를 바라보는 두 종류의 관찰자가 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그대로 정지한 채 보이고, v로 움직이는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반대 방향으로 v만큼 움직인 채로 보인다. 어떤 관찰자인지에 따라 물체의 속도가 다르게 보이겠지만, 두 물체에게 작용하는 힘이 0이라는 사실까지 달라지는 건 아니다.(물체가 정지해있거나 등속 운동을 한다는 건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 F가 0이기 때문이다.)
즉 정지한 관찰자와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속한 물체에겐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 이처럼 F=ma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정지한 세상과 등속 운동하는 세상을 '관성계'라고 하며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운동 법칙이 동등하게 적용됨을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라 한다. 뉴턴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운동 법칙을 수학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4m/s로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4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1m/s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에겐 4-1=3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관찰자가 보아도 물체가 등속 운동하고 있으므로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음을 F=ma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물체와 관찰자가 빛의 속력처럼 매우 빨라지면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②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빛이 c라는 속력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c로 같게 보인다. 위와 같은 원리라면 0.5c라는 속력으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오른쪽으로 0.5c 만큼의 빠르기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대로 관찰자가 서쪽 방향으로 0.5c만큼의 빠르기로 움직이고 있다면 빛은 1.5c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지는 않다. 마이켈슨과 몰리는 이제까지의 상식을 벗어나는 실험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마이켈슨과 몰리는 어떤 관찰자가 보든 빛의 속력이 c로 같음을 실험을 통해 알게 된다. 이때 c의 크기는 299,792,458m/s이다.
③특수 상대성 이론
1905년 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를 통해 빛의 속력은 보통의 물체와 달리 관찰자의 운동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가설 1. 상대성 원리: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 법칙은 동일하다. 2. 광속 불변 원리: 모든 관성계에서 빛의 속력은 일정하다. |
이처럼 모든 관찰자에게 보이는 빛의 속력은 항상 똑같아야 하기 때문에 기묘한 현상 세 개가 나타난다. 그걸 하나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2. 동시성의 상대성
보통 어떤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하면 그 사건을 관찰하는 사람이 운동을 하든 정지해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그 사건은 동시에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왜냐면 시간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달리는 철수에게나 가만히 앉아 공부하는 영희에게나 1년은 365일로 같은 이치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속도가 상대적이었다.
하지만 빛의 속력에 근접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말이 달라진다.
①민수의 입장
우주선 안에 있는 민수 입장에서는 자기도 0.5c의 속력으로 오른쪽으로 가고 있고, 자기가 타고 있는 우주선도 0.5c의 속력으로 오른쪽으로 가고 있으니 민수 자신은 정지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주선 중앙에서 정지해 있는 민수가 빛을 동시에 쏜다. 그러면 각 빛들은 같은 거리를 각각 같은 속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민수 입장에서는 빛이 우주선의 양 끝에 동시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민수 입장에선 명백히 동시에 일어났다.
②영희의 입장
지구에 있는 영희 입장에서는 우주선이 오른쪽으로 0.5c의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영희 입장에서 본 빛들은 오른쪽으로 진행하건 왼쪽으로 진행하건 속력의 크기가 c로 같아야 한다.
따라서 영희 입장에서는 우주선 왼쪽 끝에 빛이 먼저 도달하고 이후에 우주선 오른쪽 끝에 빛이 도달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사건은 영희 입장에선 명백히 동시에 발생하지 않았다.
결론은 어떤 이에게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 또 다른 누구에겐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게 된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상황에서는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고,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게 돼 버린다.
이와 유사하게 시간의 흐름이 뒤틀릴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를 밑의 상황을 살펴보며 알아보자.
3. 시간 지연
민수와 영희가 빛이 우주선의 위아래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보겠다고 한다.
①민수 입장
민수 입장에서 빛이 왕복하는 경로가 2l이다. 이때 왕복 시간△t는 2l/c 이다.
②영희 입장
영희 입장에서는 빛이 왕복하는 경로가 대각선 길이 2l'이다. 2l보다 길다. 그래서 빛이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 △t'는 2l'/c 이야. 영희가 보든 민수가 보든 빛의 속력은 c로 일정하다는 걸 절대 잊지 말라!
빛이 위아래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영희가 봤을 때 5초라고 가정한다면, 민수 입장에서 빛의 왕복 시간은 5초보다 작을 것이다. 3초라고 가정하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민수의 세상에서는 '시간의 간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간의 간격'이 늘어났다는 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거다. 영희 세상에선 '똑딱'거렸을 시간 간격이 민수 세상에선 '또옥~따악'으로 늘어난 거다.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흐르다 보니 5초 걸릴 시간이 3초가 된 것으로 설명된다.
즉 영희에 대해 움직이고 있는 민수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처럼 정지한 관찰자가 보는 움직이는 물체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를 '시간 지연' 현상이라고 한다. '시간 지연'을 '시간 팽창'이라 부르는 책도 있으니 참고해라.
③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
정지한 영희 입장에서는 민수가 움직이고 있으니 민수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하지만 민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
그래서 민수 입장에서는 영희의 시간이 자기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생각할 거다.
포인트는 '누가 보냐에 따라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상태가 결정되고, 관찰자가 보기에 움직인다고 판단되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걸로 측정된다.'이다.
쌍둥이 역설
쌍둥이 중 한 명(A)은 지구에 남아있고 한 명(B)은 머나먼 행성으로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B가 지구로 귀환하는 순간 모순이 생긴다. 이 모순은 아래 그림과 같은 논리에서 시작된다.
A의 입장에는 B가 움직이므로 B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따라서 A입장에선 B가 젊어 보여야 한다. 하지만 B의 입장에는 A가 움직이므로 A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따라서 B입장에선 A가 젊어 보여야 한다. 서로가 어려 보인다고 칭찬의 미덕을 뽐내는 훈훈한 광경이지만 슬프게도 한 명만 맞는 말을 하고 있다. 누가 맞는 말일까?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가정은 '관성계'라는 상황에 한정한다.
따라서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되는 시간 지연 현상은 '관성계'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다.
지구에 남아있는 A는 정지해있으므로 '관성계'에 해당하지만, 우주선을 타고 돌아오는 B는 '관성계'가 아니다. 왜? 관성계는 정지하거나 등속 운동하는 계이다. B가 행성을 찍고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속도가 변해버렸다.(속도는 방향과 빠르기를 모두 포함한 물리량)
B의 세상은 정지도 아니고 등속 운동도 아니기에 관성계가 아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는 시간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4. 길이 수축
움직이는 물체의 세계에서 시간이 뒤틀렸다. 광속 불변이라는 가정 때문에 시간이 뒤틀리면 공간도 뒤틀려야 한다. 시간의 흐름이 늘어진 만큼 공간이 수축되어야 빛의 속력이 일정하게 유지됨을 눈치챌 수 있다.
영희 입장에서는 우주선과 민수가 움직이고 있으니 영희가 본 우주선과 민수의 수평 길이는 원래 길이보다 짧게 보인다. 반대로 민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움직이고 있으니 영희의 수평 길이는 원래 길이보다 짧게 보인다. (길이 수축은 물체의 운동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운동 방향에 수직한 방향으로는 길이 수축이 일어나지 않음.)
길이 수축으로 설명하는 전자기력
특수 상대성 이론이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업적이다. 움직이는 전하들(전류) 사이의 상호 작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자기력으로 나타난다.
평행한 전류 사이에 작용하는 자기력의 기원을 공간의 수축으로 설명한다.
일단 같은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두 도선 사이에서 자기적 인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길이 수축 현상으로 설명하겠다.
(b)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두 전류 사이에는 자기적 인력이 발생한다.
(c) 도선 1의 전자 입장에서 도선 2의 전자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전자는 정지해 보일 것이다. 따라서 전자 입장에선 도선 2의 양전하만 움직이므로 양전하의 간격이 수축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국지적으로 도선 2에 양의 전기를 띠게 되므로 전기적 인력이 발생한다.
(d) 도선 1의 양전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전자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므로 전자 간격이 수축하여 도선 1의 양전하 입장에서 도선 2에 음의 전기를 띠게 되므로 전기적 인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해석은 자기력과 전기력이 별개의 것이 아니고 전하를 띤 입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하나의 작용, 즉 전자기적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
5.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빛의 속력에 근접하는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세계에선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 길이가 줄어드는, 시간과 공간이 모두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크기를 절대적으로 생각했던 고전적 입장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려면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어야 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나왔을 당시 다소 비상식적이어서 사이비 과학스러웠지만, 지금은 너무나 상식에 부합하는 이론이 되었다.
'광속 불변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뒤틀림이 더 심해져서 시간은 더 느리게 가고, 그만큼 길이는 더 짧아지게 된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엮여서 서로 상호 작용하는 경향을 보고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독립적인 차원으로 보면 안 되고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통합하여 하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공간' 아이디어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이전까지 별개로 여겨져 왔던 질량과 에너지도 서로 상호 작용하는 관계여야 하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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