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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물리학I 톺아보기

규석기 시대의 반도체

by 사이언스토리텔러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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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규석기 시대

20세기, 원자와 고체라는 무미건조한 물체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면 반도체는 존재할 수 없었고, 반도체가 없었다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는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IT 기기의 중요성과 동시에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재료가 '규소'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지금 우리는 규석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지녔기에 규석기 시대를 장악한 핵심 아이템이 되었을까요? 그 답은 바로 디지털(=이진법)에 있습니다.

반도체와 이진법

앞서 배웠듯이 pn 접합에 가해지는 전압의 방향은 전류 흐름의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반도체는 이러한 전류의 흐름을 정보의 최소 단위인 0과 1의 비트로 표현하여 저장하거나 제어합니다. 

트랜지스터

가장 작은 단위의 반도체 소자로는 '트랜지스터'가 있는데요. 이 트랜지스터들이 수십억 개 모인 구조가 '집적 회로(IC)'이며 이를 통상적으로 '반도체 칩'으로 불러요. IC는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함으로써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 냉장고나 세탁기를 비롯한 생활 가전과 자동차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습니다.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핵심 수출 상품으로 거론되는 반도체는 정확히 말하면 집적 회로(IC)입니다. IC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라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한해서만 강국입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는 무엇일까요?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두 종류가 있습니다. D램은 연산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날아가는 휘발성 메모리이고, 낸드플래시는 연산속도가 느리지만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예요. 외장하드(SSD)가 낸드플래시에 속합니다.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이 PC를 비롯한 가전 회사였지만, 요즘에는 데이터 센터 및 클라우드 기업에서의 수요도 엄청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스템 반도체에 비하면 다소 낮아요.

비메모리 반도체 = 시스템 반도체

그렇다면 시스템 반도체는 무엇일까요?

시스템 반도체는 두뇌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와 노트북에 들어가는 CPU,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초기엔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지금은 AI에 더 많이 활용되는 GPU, 자동차 제어를 위해 사용되는 MPU, MCU 등등 모두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공교롭게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한국의 입지가 너무 작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설탕으로 기업의 근간을 이룩했던 삼성은 반도체가 설탕 못지않은 핵심 소비재가 될 것임을 전망합니다. 이로써 1970년에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당시 반도체 시장의 두 강자는 미국과 일본이었고, 삼성은 반도체 시장에서 엄청난 후발주자였습니다. 당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인텔이 꽉 잡고 있는 데다, 원채 진입 장벽이 높았기에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겁니다.

미일 반도체 마찰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반도체를 둘러싼 미일 간 갈등이 격화돼 D램 분야의 강자였던 일본이 휘청거리게 되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삼성이 치고 들어갑니다. 이를 계기로 1993년에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먹고 30년 가까이 D램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1년 12월에 삼성은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TSMC가 삼성을 제치고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기준 1위를 먹고, 삼성은 그 밑으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엔비디아가 빠른 속도로 삼성을 추격하고 있습니다.(23년 8월 1일 기준으로 엔비디아가 1위를 먹고 2위 TSMC 3위 삼성) 엔비디아는 AI 딥러닝에 활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GPU를 만드는 기업이라서 2위로 올라온 게 수긍이 되지만, TSMC는 도대체 어떤 반도체 회사길래 시총 1위에 오르게 됐을까요? 이를 알려면 반도체 산업 분야를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 분야

반도체 산업 분야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각각의 반도체 대표 기업들은 이 모든 영역을 다 해 먹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영역만을 특화하여 수익을 창출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이 모든 산업 영역(팹리스, 디자인, 파운드리)을 다 해 먹어요.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구조적으로 분업화가 효율적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자신 있는 산업 영역 하나에만 치중합니다.

요즘 들어 IT 기기들의 성능이 발전하고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어서 반도체 수요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제작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TSMC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도 영위합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간 녹록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TSMC나 삼성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반도체를 제작하는 것일까요?

 

반도체 제작 과정

반도체는 실리콘 기판(=웨이퍼) 위에 전도성 물질을 쌓아 만든 3차원 형태의 고집적 회로입니다. 그런데 이 회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고 정밀해서 물리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만들 수 있어요. 비유하자면 그림 위에 기름종이를 올려놓고 선을 따라 그리듯이 반도체 설계도를 빛과 렌즈를 이용해 웨이퍼 위에 비춰 주면서 특정 물질을 도포합니다.(=감광) 다음에는 도포된 물질을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냅니다.(=식각) 반도체는 이러한 감광과 식각을 수없이 반복하며 회로를 층층으로 쌓아 올려 만들어집니다.

 

GPU와 AI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과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 이유는 AI에 있죠. AI 딥러닝에 필수적인 시스템 반도체는 GPU이고, 이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입니다.

처음에 GPU는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CPU를 서브하는 장치였어요. 그러나 지금의 AI 시대에 CPU를 밀어내고 메인 스트림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AI의 연산 자체가 구조적으로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CPU는 복잡하고 어려운 연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순차적으로(=직렬로) 처리하기 때문에 계산의 절대적인 양이 늘어날수록 속도가 느려지고 전력 소모가 커지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GPU는 아주 복잡한 연산까진 할 수 없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CPU와 비교해서 계산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CPU는 수학자 1명, GPU는 초등학생 1000명과 같습니다. 단순한 수학 문제를 1000번 풀어야 하는 경우라면 수학자 1명보다는 초등학생 1000명에게 맡기는 게 낫겠죠? 

 

AI 시장 전망

자율주행과 비트코인 

5G,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블록체인, 핀테크(금융기술), 헬스케어,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이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AI에요.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시각을 데이터화하지 못했지만 카메라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졌고, 청각도 에디슨의 축음 기술과 디지털 기술로 데이터화됐죠. 인공지능에 의한 새로운 측정 방법의 등장 그리고 측정을 통해 데이터화된 것이 통신으로 공유되고 다시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돼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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