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물리학
세상에는 세 종류의 자원이 존재한다. 원재료, 에너지 그리고 지식(정보)이다. 원재료와 에너지는 고갈된다. 반면 지식은 성장한다. 지식은 사용하면 할수록 늘어난다. 더욱이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그 지식은 우리에게 더 많은 원재료와 에너지를 준다.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물리학은 새로운 에너지원, 새로운 종류의 원재료, 새로운 생산 방법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 결과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에너지와 원재료를 거머쥐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생산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렇듯 제로섬이 규정하는 한계를 박살 내는 지식의 확장은 물리학이 주도했다.
2023 물리학1 수업의 큰 흐름은 '에너지, 원재료, 지식(정보)' 영역의 혁명에 물리학이 어떤 기여를 했고, 앞으로의 혁명에 기여할 물리학의 전망을 다루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한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중력에 이끌린 그들
물리학 이야기가 장구한 만큼 수많은 인물들이 주역을 꿰찰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이야기를 이끌고 갈 주인공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중력'에 대한 그들의 사유가 물리학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러한 발전이 낳은 사회-기술적 혜택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함이 나의 물리학1 스토리텔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력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개입된 '빛'에 대한 사유가 낳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미래의 인류 문명에 어떤 혁신적 도약을 일굴지에 대한 전망을 소개함으로써 여러분 안에 잠들어있는 또 다른 뉴턴과 아인슈타인들을 깨워주는 것이 내 물리학1 스토리텔링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1. 중력에 대한 뉴턴의 사유
1)기하학이 맺어준 천상과 지상
케플러는 행성들이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임을 발견했다.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서 자유낙하 운동 실험을 하다가 떨어지는 물체가 포물선 궤도를 따라 움직임을 발견했다. 행성의 타원과 지구의 포물선 아래 놓여있는 기하학적 단일성을 포착한 사람은 뉴턴이었다. 뉴턴은 궤도를 도는 것이 떨어지는 것의 한 형식임을 이해했고, 천상과 지상의 통합을 완성했다.
뉴턴. 그는 한 시대의 관념 체계를 세운 사람이다. 뉴턴의 이전 시대에 인류는 거칠고 사나운 자연의 힘 아래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가는 종이었으며 인간의 생존 시스템은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뉴턴은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는 것부터 해변의 밀물과 썰물, 지구와 달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질서 정연한 현상이다. 내가 종이에 쓴 몇 가지 법칙에 모두 부합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수학으로 계산할 수 있는 정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모든 것이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법칙이라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류가 과거 이래로 자연을 통제하고 계속 발전해올 수 있었던 건 법칙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2)미적분학이 설명하는 역학적 현상
로봇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계단 한 칸을 올라가는 로봇이라면 100개의 계단도 거뜬하다. 한 칸 오르는 방법을 100번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미분은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반복 작업에 대한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계단 한 칸 올라가는 방법인 셈이다. 뉴턴에게 자연은 미분이란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기계적 시스템이었다. 따라서 뉴턴은 자연의 모든 현상이 수학으로 계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금도 어떤 분야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싶으면 미분 방정식을 쓴다. 예를 들어 이틀 뒤의 강수량이나 기온을 예측하려고 할 때 그에 맞는 미분 방정식을 쓰고 이것을 적분하여 한 달 뒤를 예측한다.
뉴턴이 쏘아올린 공을 넘겨받은 후대인들은 자연계의 수많은 법칙을 규명함으로써 자연을 통제하고 계속 진보해 나갔다.
2. 물리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빛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가 서로 구별되는 다른 현상이 아니고, '전자기장'이라는 하나의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통찰을 제공했다. 더 나아가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가 상호 작용하며 서로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전자기적 파동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고, 이후에 그 전자기적 파동의 정체가 '빛'임이 밝혀졌다. 빛이 물리학 영역에 들어옴으로써 인류는 빛을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3. 빛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사유
1)빛과 물질의 이중성, 양자역학의 등장
빛은 전자기적 상호작용에 기인한 전자기적 '파동'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광전효과'를 분석했던 아인슈타인의 사유로 인해 빛은 파동이면서도 동시에 입자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에 드브로이는 전자기 대칭성에 기인하여 물질이 갖는 파동성을 예측한다. 전하(입자)가 만들어낸 빛이 이중성을 전제한다면, 빛의 근본적 원인인 전하 역시 입자이기도 하면서 파동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실제로 입자가 파동성을 갖는다는 게 사실임이 밝혀지면서 양자역학의 성립에 큰 실마리로 이어지게 된다.
2)시공간의 상대성, 특수상대성이론의 등장
시간과 공간이 본격적인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된 것은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뉴턴 역학이 등장하면서이다. 뉴턴은 시간과 공간은 물체의 존재와 관계없이 존재하며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거리는 모든 관찰자에게 보편적으로 같다며 시간과 공간을 절대적인 무언가로 보았다. 하지만 빛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사유로 인해 절대적인 무언가는 빛의 속력으로 대체되고, 그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거리가 왜곡될 수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4. 중력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사유
특수상대성이론의 요지는 관찰자의 상대 운동에 의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공간 왜곡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만 설명이 가능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특수상대성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중력을 포함한 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물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물체 주변의 시공간이 왜곡되고, 그러한 시공간의 왜곡이 중력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후에 빛이 천체 주위에서 휘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시공간 왜곡의 실재가 입증되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세간의 과학자들에게 인정을 받게 됐다. 뉴턴이 밝히지 못했던 중력의 원인이 드러난 것이다.
혁명의 최전선에 자리한 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 그는 빛과 중력이 얽혀있는 복잡한 관계를 그 뿌리에서부터 다시 보기 시작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원인 이외에도 블랙홀과 중력파의 존재를 밝히는 쾌거를 이룩했고, 빅뱅 이후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란 개념을 도출했다. 앞으로 이 암흑에너지의 실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산물들이 혁명의 최전선에서 미래 기술의 선봉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 인류가 인공 블랙홀을 만드는 기술을 발명해 낸다면 소위 축지법이라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먼 곳을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끌어오는 것이다. 공간을 이동하는 새로운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중력파를 세밀하게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은 우주 관측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다. 인공 태양은 상당한 기간 에너지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며, 암흑에너지가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에너지 문제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리학이 발전해온 역사와 인류 문명의 변혁은 궤를 같이 해왔으며, 그로 인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탄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살펴봤다. 물리학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물리학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먼 과거에 살던 인류와 오늘을 사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물리학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므로 물리학을 통해서 우리 모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마법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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