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장의 활용가치
상어는 평상시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수심 150m 아래서 활동하다가 배가 고프면 표층해수대로 진입한다. 깊은 바다에 사는 해양 생물들은 깜깜한 곳에 살기 때문에 시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상어는 전자기 신호를 감지하여 먹이를 포획한다. 하지만 상어 말고도 다른 해양 생물들도 전자기 신호를 감지한다.
2012년 독일의 한 연구팀은 송어들이 어떻게 매년 똑같은 산란지를 찾아오는지 밝히기 위한 실험을 했다. 이들은 어두운 물속에서 방향을 찾는 송어의 능력이 상어와 유사할 것으로 판단하여 송어 콧등에 난 검은 돌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이 돌기들이 자철광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리 말하면 송어의 돌기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작동하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상어, 송어 등 몇몇 종의 고래를 포함해 여러 종의 이동성 해양 동물들이 코나 머리 쪽에 자철광 보관소를 지니고 있는데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일부 연체동물들은 사냥을 하러 나올 때 자북을 길잡이로 삼으며 해양 박테리아들도 매우 미세한 자철광 조각을 이용해 지구의 자기장 선을 따라 헤엄친다. 이런 천연 자성 GPS가 등장한 것은 약 40억 년 전으로 추정되며 모든 생명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에게도 자철광 보관소가 있다. 인간의 자철광은 두개골, 특히 두 눈 사이 코 윗부분에 있다. 인간의 보관소 위치는 상어를 비롯한 이동성 해양동물들의 보관소 위치와 거의 일치한다. 먼 옛날 물고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인 셈이다. 바다를 표류하며 생활했던 바이킹들과 어부들이 태풍이 몰아치고 구름이 끼어 별과 해를 보지 못해도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서기 2266년 우주로 탐사를 떠나는 엔터프라이즈호와 승무원의 모험담을 그린 SF 명작인 '스타트렉'. 이 TV시리즈에는 4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 기술이 등장한다. 바로 강력한 자기장으로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는 보호막이다. 하지만 우리는 태곳적부터 이미 이 보호막의 수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 존재의 고마움을 모른 체 말이다.
태양은 지속적으로 전하를 띤 입자를 우주공간으로 뿜어낸다. '태양풍' 또는 '우주선(宇宙線·cosmic rays)'으로 불리는 이 입자의 흐름은 지구를 비롯한 전 우주로 퍼져나간다. 방사능을 띤 이 입자들은 생명체의 DNA에 영향을 미쳐 암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 숱한 탐사선과 인공위성이 태양풍의 영향으로 고장을 일으켰다. 지구를 향해 쏟아져오는 이 위험천만한 입자들은 바로 지구의 자기장이 막아내고 있으며 이를 통과한 입자들도 대부분 지구 대기가 흡수해 지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태양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가벼운 수소 원자가 초고온에서 융합돼 무거운 헬륨 원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원자의 질량이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 쉬게 하는 태양 에너지의 비밀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 상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구는 태양이 아니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하려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값비싼 우라늄 원료를 필요로 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1억 ℃ 이상으로 뜨거운 플라즈마를 어떻게 가둬두느냐 하는 것이다. 수많은 노력 끝에 과학자들이 개발해낸 것이 토카막이라 불리는 ‘핵융합 가둠 장치’이다.
토카막은 자기장을 이용한 둥근 도넛 모양의 플라스마 가둠 장치이다. 플라스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끝과 끝을 연결한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를 만들고 그 주변에 자기 코일을 설치했다. 플라스마 입자들의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자석을 설치해 자기장을 형성하면 도넛 안에 플라스마가 가둬진다.
핵융합은 심화되는 에너지 위기에서 인류를 구할 꿈의 기술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핵융합 발전’의 최대 목표다.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발전소를 지으면 물만 있어도 인류가 영원히 쓸 수 있는 에너지, 즉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핵융합은 원자력 발전 효율의 4배가 넘는다. 핵융합 전문가들은 2045년 경이되면 ‘핵융합 발전’ 기술이 완성돼 인류가 전기를 무한대로 생산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2. 자기장과 자기력선
자기장을 단순히 자석과 나침반의 특성이라고 좁히기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는 자기장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자기장이란 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자기력이란 자성(자기적인 성질)을 띤 물체끼리 상호작용하는 힘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자기력의 방향을 선으로 표현한 것을 자기력선이라고 한다.
왼쪽의 전기력선을 보면 +전하에서의 전기장은 점전하로부터 나가는 방향을 향하고, -전하에서의 전기장은 점 전하로 들어오는 방향을 향한다. 자기장도 마찬가지로 N극에서 나가는 방향을 향하고 S극으로 들어오는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하와 -전하가 분리되는 것처럼 자석의 극도 분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석의 극은 절대 분리되지 않는다. 이 말은 자석을 극단적으로 N극, S극 절반으로 쪼개도 쪼갠 자석 모두 N극과 S극을 가진다. 그래서 전기력선과 달리 자기력선은 나가는 방향, 들어오는 방향이 한 쌍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자기력선의 방향을 눈으로 쉽게 보기 위해 나침반을 만든 것이고, 보통 나침반의 빨간 N극이 가리키는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라고 사람들이 약속했다. 이때 N극이 빨갛고 S극이 파란 것도 보색 대비 제일 극명한 두 가지 색깔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정한 것일 뿐 어떤 심오한 의미는 없다. 이때 자석의 극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자기력선의 촘촘함이 커지는데 자기력선의 밀도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력이 세다는 것이다. 자석의 극쪽에 철가루의 밀집도가 촘촘함을 보아라. 그만큼 자기력이 세다는 걸 의미한다. 자기력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자기력선의 특징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들어가는 모양의 닫힌 곡선이다.
ⓑ자기력선의 간격이 좁을수록 자기장의 세기가 센 것을 나타낸다.
ⓒ자기력선 위의 한 점에서 그은 접선 방향이 그 점에서의 자기장의 방향을 나타낸다.
ⓓ자기력선은 도중에 갈라지거나 교차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전하끼리 인력이 작용하고 서로 같은 전하끼리 척력이 발생하듯이 서로 다른 극끼리 인력이 작용하고 서로 같은 극끼리 척력이 작용한다. 그리고 전하로부터 멀어질수록 전기력이 약해지듯이 자석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자기력이 약해지는 것을 자기력선의 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모로 자기력은 전기력과 비슷하다.
마치 전기력과 자기력이 하나의 쌍둥이인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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