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원을 돌아 결국 또 제자리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주인공, 싯다르타는 진리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나 고행을 하고, 부처를 만나고, 세속에서 사랑도 하고 부를 누리며 살아봅니다. 누구보다 멀리 나아간 것 같았던 그의 삶은 어느 순간 한 강가에 머물러요.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라면, 그는 왜 그토록 먼 길을 돌아야 했을까요? 그가 긴 여정 끝에 깨달은 삶의 통찰을 토대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운동, 단진동을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뉴턴은 높은 산꼭대기에서 포탄을 매우 빠른 속도로 발사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궤도를 돈다는 것은 결국 떨어지는 것의 또 다른 방식이라는 통찰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천상의 원운동과 지상의 포물선 운동이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중심을 향해 작용하는 힘에서 비롯된 같은 운동임을 밝혀내요. 이처럼 겉으로는 전혀 달라 보이는 현상들 사이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단진동을 해석하겠습니다.

제자리걸음,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걸음

달이 지구를 향해 끊임없이 떨어지면서도 그 낙하의 궤도가 절묘하게 지구 주변을 도는 원운동을 만들어내듯이, 우리의 인생도 때로는 추락하는 듯한 순간들이 있지만 결국은 어떤 중심을 향하는 원운동과도 같아요. 그 중심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나 가치이며, 그를 이루기 위한 열망과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에 대한 희망이 시간의 구심력으로써의 역할을 하기에 우리의 인생은 계속해서 돌고 또 돕니다.

그런데 원운동을 시간이라는 한 축에서 바라보면 끊임없이 흔들리는 단진동이 됩니다. 앞으로 나아감과 뒤로 물러남,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만약 시간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어떨까요? 싯다르타는 시간이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하나의 틀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걷어내는 순간, 성공과 실패도, 기쁨과 절망도, 사랑과 이별도 서로 반대되는 삶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이루는 같은 흐름이 됩니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요.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마다 새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nKA8cnz9yyo
결국 긴긴 원을 돌아 제자리라는 건, 숱한 실패와 좌절마저 지금의 나를 이루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며 끝내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내 안의 여전한 소년을 다시 만나기 위함이에요. 그렇기에 부지런히 지나온 어제들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지나온 기억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BTS의 yet to come을 들으며,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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