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유명해진 과학자
물고기 한 마리를 아무리 세심히 관찰해도 물고기 떼의 집단행동을 예측할 수 없듯이, 단일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뉴턴 운동 법칙만으로는 물질 전체의 거동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하나의 숫자였어요. 미시 입자의 세계와 거시 물질의 세계를 연결한 마법의 수, 6.02×10²³. 이름보다 숫자로 더 유명해진 한 과학자의 이야기에 대해 배우는 이상 기체 법칙입니다.


수소와 산소 원자 각각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본들, 물의 성질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자들이 분자를 이루는 순간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처럼 개별 요소의 단순한 합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과정을 창발이라고 합니다. 물리학은 개별 요소의 운동과 그 인과관계를, 화학은 그 요소들이 결합해 어떤 새로운 물질과 성질을 만들어 내는지를 탐구하는 거예요. 두 학문을 이어 주는 다리가 바로 창발이고, 그 창발을 가능하게 하는 숫자가 아보가드로 수입니다.
셀 수 없는 숫자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기억되기까지
우리의 인생 또한 수많은 실수와 실패가 단순히 쌓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창발의 장입니다. 이것은 공허한 위로가 아니에요. 자연이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건넬 수 있는 겸허한 진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보가드로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요. 아보가드로는 원래 변호사였지만 진로를 바꾸어 과학을 공부했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딴 기체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감내한 선택과 연구의 가치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심지어 오늘날 유명한 아보가드로 수조차 그가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라 훗날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보가드로의 삶을 실패와 실수의 연속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선택과 우연, 좌절과 도전이 모여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아보가드로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인생도 결국 하나의 창발이었던 셈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JDZuA9Drjok&list=RDJDZuA9Drjok&start_radio=1
수많은 실수와 실패도 나를 이루는 일부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수많은 강물을 포용합니다. 우리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것처럼 느껴졌던 실패와 실수도 결국은 나라는 바다로 흘러들 것입니다. 그것들은 지워야 할 흔적이 아니라, 창발이라는 마법을 통해 지금의 나를 이루는 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실수했다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지나온 모든 것을 겸손하게 품고, 나만의 바다를 바라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물고기 떼 속에서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헤엄치는 물고기가 아니라, 거대한 바다를 홀로 유영하는 흰 수염고래처럼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YB의 흰 수염 고래를 들으며,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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