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고 밝음이 있지만 새벽이나 저녁과 같이 흐리멍덩한 시간도 있으며,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도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획일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야릇한 것들 투성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빛 역시 파동이면서도 입자이기도 한 흐리멍덩한 무언가임을 배웁니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헤르츠는 전자기파 실험 중에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선생님, 이 발견은 어디에 쓰일 수 있나요?" 이에 헤르츠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집니다. “내 생각에는 아무 데도 사용되지 않을 것 같네.”
그러나 그의 말이 무색하게, 발견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마르코니와 테슬라가 무선통신을 개발하면서 인류 사회는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헤르츠의 실험은 단순히 무선 통신의 단초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연구는 앞으로 과학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 단서를 남기게 되었지요.
빛과 전기의 관계를 엿보다.
헤르츠는 안테나에서 발생하는 스파크(=전기 방전)를 더 잘 보기 위해, 장치를 어두운 상자 안(=빛이 차단된 상황)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파크가 약해졌습니다. 추가 실험을 통해 그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자외선이 금속 표면에서 전자를 방출시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헤르츠의 제자, 필리프 레나르트는 이 현상을 더 깊이 파헤쳤습니다. 그는 금속 표면에서 튀어나오는 전자의 속도를 직접 측정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파동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레나르트는 빛에 노출된 금속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걸 파도에 사람이 튕겨 나가듯이 빛의 파동 에너지에 의해서 금속의 전자가 튕겨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발견된 거예요. 두 종류의 빛 A, B를 금속 C에 쬐어주는 상황이었습니다. A라는 빛은 밝기를 아무리 극대화하더라도 금속 C에서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어요. 이건 마치 해일급 파도가 우리를 덮쳐도 우리가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B라는 빛은 밝기를 아무리 극소화하더라도 금속 C에서 전자를 튀어나오게 했어요. 이건 마치 한 사람이 일으키는 물장구 때문에 옆의 사람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즉, 이 실험 결과는 빛이 파동이라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여, 빛이 연속적인 파동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광자(=빛 알갱이)의 집합이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양자역학의 출발점이 되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0YVjZz-RqY8
빛의 이중성이 전하는 메시지, 인생은 원래 노답이다.
빛은 어떤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또 다른 때는 입자처럼 행동합니다. 종합하면 빛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가집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이 성질들은 동시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빛은 파동이나 입자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이중적인 무언가입니다. 만물을 드러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 빛의 이중성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의 인생 역시 찬란한 성공, 비극적인 실패로만 정의할 수 없는, 세상에 현존하는 어느 언어로도 규명할 수 없는 고유한 무언가이기에 애초에 정해진 답이라는 건 없다는 것. 속된 말로 인생은 원래부터 노답입니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인생은 원래부터 답이 없으니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을 성공과 실패를 제외하면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흐리멍덩하고 미적지근한, 소위 아무것도 아닌 시간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흘려보낸다면 내 인생에는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잊지 마세요. 그저 시간을 잘 버텨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조차 결국은 우리 삶을 빛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쓸모없을 것이라 여겼던 헤르츠의 전자기파, 그러나 전자기파는 무선 통신의 시작이 되었고, 더 나아가 빛의 본질을 밝히는 위대한 과학 혁명의 문을 열었듯이. 윤하의 답을 찾지 못한 날을 들으며,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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