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파동적 성질, 편광
물의 진동은 물결파란 파동의 형태로, 공기의 진동은 음파란 파동의 형태로 주변에 퍼져 나간다. 이처럼 파동은 물과 공기와 같은 매질의 진동을 매개로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매질이 아닌 무언가의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빛(전자기파)이 바로 그 예이다. 빛은 전기와 자기의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빛(전자기파)은 전기와 자기가 서로를 유도하며 진행하는 파동의 일종이다. 그림과 같이 전기와 자기의 진동 방향은 서로 수직이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 방향에 수직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횡파다.
빛이 횡파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착시 효과가 있다.
이런 착시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빛이 파동이어서 '편광'이라는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빛은 무수히 많은 전기와 자기의 진동이 중첩이 되어 나타난다. 이런 빛을 비편광된 빛이라 칭한다. 이때 진동 방향이 한 방향으로 걸러진 빛을 편광된 빛이라 칭한다. 빛이 파동이 아닌 입자였다면 진동 방향에 따라 걸러질 일, 편광이 없다.
이를 활용한 편광 렌즈는 시야에 편익을 제공한다.
편광 렌즈에 바로 입사하는 비편광된 빛은 렌즈의 편광축 방향으로 편광되어 세기가 약해진다. 그리고 수면에 반사된 비편광된 빛은 수면에 평행한 방향이 우세하게 편광되어 있는데, 렌즈의 편광축에 의해 수면에 평행한 진동 방향의 빛이 거의 제거된다. 마치 다음의 비유를 들 수 있다.
따라서 편광 렌즈는 수면에 반사된 빛의 세기를 감소시켜 물 안의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한다.
빛의 파동적 성질, 간섭
파동은 입자가 갖지 않는 고유한 성질 두 가지(중첩과 독립성)를 가지고 있다.
입자와 파동, 각각 서로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
입자의 충돌 | 파동의 중첩 |
두 야구공이 서로 충돌하면, 충돌 후 각 야구공의 속력과 운동 방향이 바뀌거나 에너지가 변한다. | 두 파동이 한 지점에서 만나면 서로 겹쳐 있는 동안은 파형이 변하지만, 떨어진 후에는 다시 원래의 파형이 되어 진행한다. |
파동은 중첩되지만 철저히 독립적이다.
두 파동이 한 지점에서 겹칠 때 그 지점에서 매질의 변위(y)는 그 점을 지나는 각각의 파동의 변위(y1, y2)의 합과 같다. 파동이 중첩된다고 해서 원래 파동이 갖던 각각의 파장과 주기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각 파동은 자신의 속력을 유지한 채 서로를 지나쳐, 다시 원래의 파형으로 돌아와서 각자 가던 길을 간다. 이는 각 파동이 다른 파동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던 두 파동은 만나면 중첩됐다가 상대 파동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이러한 독립적인 파동이 서로 중첩을 일으키기 때문에 서로 다른 파동이 만나면 '간섭'이 발생한다.
'간섭'이란 파동이 중첩돼서 생긴 합성파가 원래 파동보다 진폭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보강 간섭 | 상쇄 간섭 |
진동수와 파장이 같은 두 파동이 마루와 마루, 골과 골이 만나도록 중첩되어 합성파의 진폭이 커지는 현상 | 진동수와 파장이 같은 두 파동이 마루와 골, 골과 마루가 만나도록 중첩되어 합성파의 진폭이 줄어드는 현상 |
실험 영상을 보면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진동하는 듯한 파동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정상파'라 한다. 정상파는 진폭과 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여 중첩되어 생긴 결과다. '마디'는 두 파동이 항상 상쇄 간섭을 일으키는 지점이고, '배'는 두 파동이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번갈아하기 때문에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다.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색깔
모르포 나비 날개의 몽환적인 푸른 색깔은 어느 염료로도 구현할 수 없다고 한다. 모르포 나비의 날개는 얇은 막들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격자 구조에서 빛들이 보강 간섭한 결과로 모르포 나비만이 갖는 유니크한 푸른색이 표현된다. 나비의 날개를 보는 각도에 따라 보강 간섭의 조건이 달라지게 돼 푸른색의 명도와 채도가 바뀌게 되는데, 이 때문에 모르포 나비 날개가 몽환적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모르포 나비의 날개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분광기'를 개발했다. 분광기란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보강 간섭 조건을 이용해 빛을 파장별로 분리하는 장치이다. 햇빛과 LED조명 빛은 백색광이지만, 사실 여러 파장의 빛들이 섞여 있다. 분광기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빛을 밝힘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는 원자
다양한 원소들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을까? 원소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지만, 분광기를 활용한다면 시각적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각 원자마다 원자핵의 전하량이 다르고, 그에 따라 전자의 수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원자마다 정상 궤도들의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원자마다 전자 궤도 전이 시 방출되는 빛이 해당 원자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여실히 드러내는 속성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원자는 빛을 방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다양한 원자가 방출하는 빛들을 솎아내고 정렬할 수 있어야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 '분광기'가 그 역할을 하며, '간섭'을 통해 빛들을 솎아내고 정렬한다.
이처럼 원자의 선 스펙트럼을 통해 물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자의 종류들을 식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신소재나 신약의 분자 구조, 별의 구성 물질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
하얀 바탕에 세로로 그어진 다양한 검은 줄로 이루어진 바코드, 얼핏 보면 원자의 선 스펙트럼과 비슷해 보인다. 바코드엔 해당 상품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이 정보는 빛을 비춤으로써 드러나게 된다. 스스로 빛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원자와 달리, 바코드는 누군가가 비추는 빛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빈첸)
비틀비틀거리는 걸음이 나다운 거 같아
깊은 늪에 빠져있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 난
(하온)
비틀비틀거리다가 떠난 이들의 뒤를 따를 수도
뒤를 잇는 것이 아닌 그저 잊는 힘을 기른
나는 기를 쓰지 않고 만들어 믿음뿐인 길을
넌 갈 수 있어 지평선 너머의 미지의 곳으로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
김하온, 빈첸 - 바코드中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가 한데 모여 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협주로 맺어진 다양한 악기들의 관계 속의 질서와 균형은 오케스트라를 아름다운 선율로 흐르는 큰 악기로 만든다. 우리의 삶도 흐르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지나가버린 과거, 다가올 미래, 그리고 현재, 즉 다양한 시간의 편린 속 '나'들이 맺는 관계 속 질서와 균형이 내 삶을 흐르게 한다.
비틀비틀거리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으려면 앞을 주시하며 페달을 밟아 나가야만 하며 그 과정에서 자전거의 균형이 맞춰진다. 그동안 지나버린 길을 스치며 따라오는 바람에 땀을 훔치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인생도 그렇다.
하온은 빈첸에게 과거에만 너무 매몰돼있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말하고 있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잇지 말고 잊는 힘을 길러 더 나은 미래가 오리라는 믿음이라는 길을 힘차게 달려 나가다 보면 내 인생의 균형도 자연스럽게 맞춰지지 않을까라며 말이다.
똑같은 세로줄이지만 바코드 선엔 색깔이 없고, 스펙트럼 선엔 각 원자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
수동적으로 읽히느냐, 능동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느냐의 차이가 색의 유무를 결정하듯이 내 삶에 스스로 능동적이어야 내 인생에도 나만의 고유한 색이 입혀지지 않을까?
다양한 악기들의 협주 속 관계의 균형을 조율하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내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계의 균형을 조율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휘하는 능동적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내 삶의 마에스트로가 되어야만 나만의 고유한 빛깔이 삶 속에 묻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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