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물리학] 특수상대성이론 ①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2021.05.31 - [2024 고급물리학] - [고급물리학] 변위 전류와 맥스웰 방정식
상상
돌촉을 붙인 창으로 매머드를 사냥하던 인류는 이제 우주선으로 태양계를 탐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하고 우주를 탐사할 수 있었던 건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말했어요.
국가, 종교, 화폐 모두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력처럼 실재하고 어길 수 없다고 믿는 일군의 규칙들이에요. 이런 모든 것들을 상상하지 못하고 믿지 못했다면 우리는 정교한 뇌와 능란한 손으로 우라늄 원소가 아니라 아직도 부싯돌을 쪼개고 있을지도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오로지 직관적 상상만으로 이론 체계를 고안한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학습 목표
- 특수 상대성 이론의 탄생 배경과 기본 가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시간 지연, 길이 수축, 동시성의 상대성에 대해 사고 실험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 전개도
판서 조직도
1.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 원리
1) 상대성 원리
시간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서로 흐릅니다. 우리는 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1차원 직선형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에게 시간은 0.5차원이에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시간은 물리학에서 변수 t로 정의되어 수식 안에 상존해 있습니다. 운동 에너지나 운동량을 비롯한 역학적 물리량은 질량 m과 힘 F 그리고 시간 t를 활용하여 도출되는 결과값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기저에 있는 식이 바로 'F=ma'예요. 만물의 운동을 기술하는 기준으로써 'F=ma'가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관성계
정지한 물체를 바라보는 두 종류의 관찰자가 있습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그대로 정지해 있고, v로 움직이는 관찰자 입장에선 물체가 반대 방향으로 v만큼 움직여요. 어떤 관찰자인지에 따라 물체의 속도가 다르게 보이겠지만, 두 물체에게 작용하는 힘이 0이라는 사실까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물체가 정지해 있거나 등속 운동을 한다는 건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 F가 0임을 의미하잖아요. 즉, 정지한 관찰자와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속한 물체들에겐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F=ma'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정지한 세상'과 '등속 운동하는 세상'을 '관성계'라고 하며,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운동 법칙이 동등하게 적용됨을 '상대성 원리'라 합니다.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의 첫 번째 가정이에요.
2) 광속 불변 원리
4m/s로 등속 운동하는 물체는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4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1m/s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에겐 3m/s로 등속 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관찰자가 보아도 물체가 등속 운동하고 있으므로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음을 F=ma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물체와 관찰자의 속력이 광속에 가까워지면 기묘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빛이 c라는 속력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지한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c로 보여요. 위와 같은 원리라면 0.5c라는 속력으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 입장에선 빛의 속력이 오른쪽으로 0.5c 만큼의 빠르기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반대로 관찰자가 서쪽 방향으로 0.5c만큼의 빠르기로 움직이고 있다면 빛은 1.5c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맥스웰 방정식과 광속 불변 원리
그러나 맥스웰의 방정식은 '당신이 아무리 빠르게 내달려도 절대로 빛을 따라잡을 수 없으며, 당신 눈에 보이는 빛의 속도는 항상 똑같다'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진공에서의 투자율과 유전율은 관측자의 운동 여부와 관계없는 상수값이기 때문이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의 모든 발견은 전자기학 법칙을 발견한 제임스 맥스웰의 어깨 위에 내가 앉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워 보이는 통찰도 사실은 그동안 인류가 발견한 과학법칙에 철저하게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창조 및 창의는 기초 지식이란 토양에서 피어나는 꽃과도 같아요. 기초 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던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은 여기에 쐐기를 박습니다.
빛은 간섭과 회절을 하기 때문에 파동입니다. 파동이 전파하기 위해서는 '매질'이 필요하죠. 용수철 파동의 매질은 용수철, 줄 파동의 매질은 줄, 수면파의 매질은 물, 음파의 매질은 공기, 지진파의 매질은 지각이듯이 전자기파라 역시 매질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중세 철학에서 지구는 흙, 물, 불, 공기의 4원소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 너머의 광대한 우주는 완전히 다른 물질, 에테르로 꽉 차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에테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밀도를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우리가 인지하는 상태를 넘어선 특별히 정제된 물질로 취급됐죠. 이 에테르에 의해 별과 빛과 중력을 만들어진다고 여겨졌습니다.
19세기 과학자들은 이 '에테르'를 매질 삼아 태양에서 발생한 빛이 지구로 전파되는 것이라 보았어요. 마이켈슨과 몰리는 이 에테르의 실재 여부를 파악하고자 실험을 기획한 것입니다.
마이켈슨이 고안한 간섭계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광원에서 나온 빛이 splitter에서 분리가 되어 각각의 빛이 거울1, 2에 반사되어 detector에 도달하기까지 두 빛 간 경로차가 생기게 되는데요. 이 경로차에 의한 위상차로 인해 detector에 두 빛에 의한 간섭무늬를 나타난다는 원리입니다 .
에테르는 정지해 있고, 지구는 움직이기에 에테르는 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움직입니다. 왼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에테르의 상대적 운동 방향이 오른쪽을 가리킨다고 가정합시다. 이 에테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두 빛의 진행 경로가 달라질 거예요. 강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배의 속력과 운동 방향이 달라지듯이 말이죠. 따라서 detector에 도달하는 두 빛의 시간차가 생길 것이고, 그에 따라 이동거리의 차이도 생길 겁니다. 따라서 detector에서 간섭무늬가 검출되어야 해요. 그러나 예측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는 두 빛이 동시에 도달함을 의미했어요. 이는 마치 흐르는 강물에 역행하는 배나 순행하는 배의 속력이 동일함과 같습니다. 이런 결과는 흐르는 물이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죠. 즉 '에테르는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결국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는 어떤 관찰자가 보든 빛의 속력이 동일함을 암시했어요.
이러한 실험은 마치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떨어뜨릴 때 중력장에서 물체의 운동이 질량에 관계없이 동일함을 입증한 것과 같은 의미예요.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빛의 속력은 보통의 물체와 달리 관찰자의 운동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절대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하며 마침내 '모든 관성계에서 빛의 속력은 일정하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두 번째 가정, '광속 불변 원리'를 제시합니다.
이처럼 모든 관찰자에게 보이는 빛의 속력은 항상 똑같아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묘한 현상 세 개가 있습니다. 바로 동시성의 상대성, 시간 지연, 길이 수축이에요.
2.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
1) 동시성의 상대성 ① -광원이 하나인 상황-
보통 어떤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하면 그 사건을 관찰하는 사람이 운동을 하든 정지해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그 사건은 동시에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에요. 시간은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흐르기 때문이죠. 달리고 있는 철수에게나 가만히 앉아 있는 영희에게나 1년은 365일로 같은 이치입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속도가 상대적이에요. 하지만 빛의 속력에 근접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말이 달라집니다.
① A 관성계
오른쪽으로 속력 v로 등속 운동을 하는 우주선 안의 A는 자신과 검출기 모두 정지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선의 중앙에 놓인 광원에서 발생한 빛들은 같은 거리를 각각 같은 속력 c로 이동하기 때문에 두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검출기에 불이 동시에 들어옵니다. 검출기의 작동을 보고 A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두 빛들은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했다."
② B 관성계
우주선 바깥의 B에게는 두 개의 검출기가 오른쪽으로 등속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원에서 발생한 두 빛의 속력은 '광속 불변 원리'에 따라 모두 c로 같아요. 따라서 B 입장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는 빛이 검출기에 먼저 도달합니다. 그래서 왼쪽 검출기에 불이 들어오고난 뒤, 오른쪽 검출기에 불이 들어옵니다. 검출기의 작동을 보고 B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왼쪽 빛이 검출기에 먼저 도달하고 오른쪽 빛은 나중에 도달했다."
③ 결론
하나의 광원에서 발생한 두 빛의 검출이 A에게는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었으나 B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광속 스케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게 돼 버려요. 그 이유는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2) 동시성의 상대성 ② -광원이 둘인 상황-
① B 관성계
정지해 있는 B의 입장에서 각 광원과 검출기까지의 거리가 똑같습니다. 이때 각 광원에서 발생시킨 빛들에 의해 불이 들어오는 검출기를 보고 B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두 빛들은 동시에 발생했다."
② A 관성계
빛들이 한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한 사건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야 합니다. 기계가 사람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냐에 따라 작동을 달리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즉 A에게도 빛들이 검출기에 동시에 도달한 것처럼 보여요. A 입장에서 검출기는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검출기 이동과 빛들의 진행만 놓고 보았을 때 왼쪽 빛이 오른쪽 빛보다 먼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빛들은 동시에 검출기에 도달해야 하므로 A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오른쪽 빛이 발생한 뒤에 왼쪽 빛이 발생했다"
③ 결론
두 광원에서 빛의 발생이 B에게는 동시 사건이었으나 A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광속 스케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게 돼 버려요. 그 이유는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타임머신
어떤 경우에도 인과관계에 있는 두 사건의 시간 순서는 어떤 기준계에서 보아도 바뀌지 않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일어난 별개의 살인 사건의 순서는 기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과관계에 있는 두 사건, 예컨대 별이 폭발하여 발생한 빛이 출발하여 임의의 지점에 도착하는 사건의 순서는 기준계가 달라진다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SF 영화에서의 설정, 현재를 바로 잡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물리적으로 의미없습니다.
3) 시간 지연(=시간 팽창)
민수와 영희는 빛이 우주선의 위아래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빛의 속력은 광속 불변 원리에 따라 누가 보든 c로 동일해요.
①민수 관성계
민수가 보는 빛의 이동 경로는 2l입니다. 이때 왕복 시간△t는 2l/c예요. 민수 입장에서 빛이 출발한(=사건 1) 곳과 도착한(=사건 2) 곳은 우주선의 한 지점으로 같은데요. 이처럼 동일한 장소에서 두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관성계에서 측정한 사건 사이의 시간을 '고유 시간'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민수가 측정한 시간 △t은 고유 시간입니다.
②영희 관성계
영희가 보는 빛의 이동 경로는 대각선 길이 2l'입니다. 2l보다 길어요. 그래서 빛이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 △t'는 2l'/c 입니다. 영희 입장에서 빛이 출발한(=사건 1) 곳과 도착한(=사건 2) 곳은 서로 다른 지점임을 확인하세요.
③ 결론
영희가 측정한 빛의 왕복 시간을 3초라고 가정한다면, 민수가 측정한 빛의 왕복 시간은 3초보다 작은, 2초라고 가정할게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민수처럼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간의 간격'이 팽창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간격'이 팽창했다는 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거와 같아요. 영희 세상에선 '똑딱'거렸을 시간 간격이 민수 세상에선 '또옥따악'으로 늘어진 거죠. 시간이 느리게 흐르다 보니 3초 걸릴 시간이 2초가 된 겁니다. 즉 영희에 대해 움직이고 있는 민수의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이처럼 정지한 관찰자(=영희)가 보는 움직이는 물체(=민수)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이를 '시간 지연' 혹은 '시간 팽창'이라고 해요. 만약 움직이는 세상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그 세상에서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 흐릅니다.
상대성 원리
영희 입장에서는 철수가 움직이고 있으니 철수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하지만 철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움직이죠.(=상대성 원리) 따라서 철수 입장에서는 영희의 시간이 자기의 시간보다 느리게 흐릅니다. 포인트는 '누가 보냐에 따라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상태가 결정되고, 관찰자가 보기에 움직인다고 판단되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걸로 측정된다.'입니다.
쌍둥이 역설
쌍둥이 중 한 명(A)은 지구에 남아있고, 한 명(B)은 머나먼 행성으로 우주선을 타고 떠납니다. 그런데 B가 행성에 도착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순간 모순이 생겨요. .
A 입장에는 B가 움직이므로 B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릅니다. 따라서 A 입장에는 B가 젊어 보여야 해요. 하지만 B 입장에는 A가 움직이므로 A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릅니다. 따라서 B입장에는 A가 젊어 보여야 해요. 서로가 어려 보인다고 칭찬의 미덕을 뽐내는 훈훈한 장면이지만 슬프게도 한 명만 맞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맞는 말일까요? 바로 A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관성계'에만 기반하였기에 특수상대성이론의 시간 지연 현상은 '관성계'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지구에 남아있는 A는 정지해 있으므로 '관성계'에 해당하지만, 우주선을 타고 돌아오는 B는 '관성계'가 아니에요. 왜일까요? 관성계는 정지하거나 등속 운동하는 계입니다. B가 행성을 찍고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 방향을 틀어버렸기 때문에 속도가 변해버렸어요. 따라서 B의 세상은 가속 운동을 하는 비관성계입니다. 그렇기에 B의 세상에서는 시간 지연이 나타나지 않아요.
시간 지연을 검증하기 위한 모든 실험 중 가장 저렴한 실험
1971년, 하펠과 키팅은 세슘 원자시계를 갖고 비행기를 타고 한 번은 지구 자전 방향으로 또 한 번은 지구 자전 반대 방향으로 세계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을 마친 후 비행기 내 시계를 지상의 원자시계와 비교했죠.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세상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은 더욱 느리게 흐릅니다.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지구 자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보다 지상에 대한 비행기의 상대속도가 더 빠릅니다. 따라서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행기의 시간이 더욱 느리게 흘러야 합니다. 실제로 지구 자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행기의 세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60나노초 느리게 작동한 반면,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행기의 세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270나노초 느리게 작동했습니다.
4) 길이 수축
모래시계, 흘러가는 시간의 양을 공간의 면적으로 치환하여 계산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말하자면 시간을 공간화한 장치죠. 어디까지나 모래시계는 비유와 같은 장치지만 시간과 공간은 실제로 엮여있어요.
움직이는 세상에서 시간의 흐름이 뒤틀렸습니다. 광속 불변이라는 가정 때문에 시간이 뒤틀리면 공간도 뒤틀려야 하겠죠. 시간의 흐름이 늘어진 만큼 공간은 수축됩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우주선과 민수가 움직이고 있으니 영희가 본 우주선과 민수의 수평 길이는 원래 길이보다 짧습니다. 상대성 원리에 따라 민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움직이고 있으니 영희의 수평 길이는 원래 길이보다 짧게 보여요. 만약 움직이는 세상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그 세상에서의 길이는 더욱 짧게 수축됩니다. 길이 수축은 물체의 운동 방향으로만 일어납니다. 따라서 운동 방향에 수직한 방향으로는 길이 수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유 길이
한 관성계에서 볼 때 고정된 두 지점 사이의 길이
A 관성계에 대해 두 별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A가 측정한 별 1, 2 사이 거리 L은 고유 길이입니다. B 관성계에 대해 우주선이 정지해 있으므로 우주선의 양 끝이 고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따라서 B가 측정한 우주선의 길이 l은 고유 길이입니다. A에 대해 B가 움직이고 있으므로 길이 수축에 의해 A는 우주선의 길이를 l보다 짧게 보고, B에 대해 별들이 움직이고 있으므로 길이 수축에 의해 B는 별 1, 2 사이 거리를 L보다 짧게 봅니다.
길이 수축으로 설명하는 전자기력
움직이는 전하들(=전류) 사이의 상호 작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자기력으로 나타납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자기력의 기원을 공간의 수축으로 설명해요.
(b)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두 전류 사이에는 자기적 인력이 발생합니다.
(c) 도선 1의 전자 입장에서 도선 2의 전자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전자는 정지해 보여요. 따라서 전자 입장에선 도선 2의 양전하만 움직이므로 길이 수축에 의해 양전하의 간격이 수축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국지적으로 도선 2는 양의 전기를 띠게 되므로 전기적 인력이 발생합니다.
(d) 도선 1의 양전하 입장도 마찬가지예요. 전자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므로 길이 수축에 의해 전자 간격이 수축하여 도선 1의 양전하 입장에서 도선 2가 음의 전기를 띠게 되므로 전기적 인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자기력이 전기력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업적입니다.
시간을 달려서 - 여자친구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장소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빛의 속력에 근접하는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선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 길이가 줄어드는, 시공간이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해요.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뒤틀림이 더 심해져서 시간은 더 느리게 가고, 그만큼 길이는 더 짧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선 시공간이 엮여있다 보니 '시간을 달려서'라는 은유적 표현이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지 않을까요?
손에 무한을 움켜쥐고 찰나에서 영원을 보라
아무리 좋아하는 길이라도,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다 해도 오래 달리다 보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에 가슴이 짓눌리고, “관둘까?”라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아득해집니다. 1분 1초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라지만 시간은 분명히 상대적이에요. 가만히 서 있는 사람과 끊임없이 달리는 사람의 시간은 분명 다릅니다.
우리는 부단히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의미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고, 반대로 찰나의 순간에서도 영겁을 붙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달리고 있는가요?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