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물리학 I 에필로그 ①
중력이 이끌어 내고, 빛으로 밝혀진 물리학
'2024 물리학I 톺아보기'는 뉴턴과 아인슈타인, 중력과 빛에 대한 그들의 사유를 토대로 물리학I 이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중력이 이끌어내고 빛으로 밝혀진 물리학, 그 전개도의 최극단에 자리한 새로운 물리학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138억 년간의 우주의 오랜 침묵을 깼습니다.
1. 빅뱅 이후 1초 동안의 우주
1) 빅뱅 이전
좁쌀보다도 작았던 초기 우주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재 우주의 모든 것을 여기에 욱여넣어야 해요. 물질을 쿼크 단위로 쪼개고 갈아내어도 거의 0에 가까운 공간 안에 이 모든 걸 욱여넣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철학적인 도약을 해야 해요. 그것은 바로 물질이 에너지와 다르지 않다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죠. 질량이라는 실체적인 존재가 없이 에너지는 존재할 수 있다는 뜻. 따라서 0에 가까운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집약돼 있을 수 있습니다.
2) 빅뱅 이후부터 10^-43초
우주의 네 가지 힘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모두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때 우주의 크기는 10^-33cm예요.
기본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고전 물리에서의 힘은 입자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켰다면, 현대 물리에서의 힘은 보다 확장하여 입자의 반응, 생성, 소멸, 붕괴와 같은 입자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보게 되는 중력과 전자기력 이외에도 원자핵 단위의 세상에서 입자의 변화에 기여하는 강력과 약력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자연현상의 기본 힘들을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으로 정의합니다.
3) 10^-43초 ~ 10^-32초
중력이 먼저 분리됨으로써 급팽창. 우주의 지름은 1043배, 부피는 10129배로 팽창.
4) 10^-32초 ~ 1초
중력, 강력, 약력과 전자기력이 모두 분리되어 나오고 힉스 매커니즘으로 모든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됨으로써 입자들도 분리되어 나왔어요. 이어서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합니다. 그동안 우주의 크기는 이미 수 광년에 이르렀습니다.
2. 기본 입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원자로 알고 있었으나 다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고, 원자핵도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쪼개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그 내부가 쿼크들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져요. 다만 쿼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기본 입자로 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본 입자라고 알려진 것들은 광자, 경입자, 강입자입니다.
1) 경입자
경입자는 내부 구조와 공간상의 크기가 거의 없는 기본 입자입니다. 이 입자들에겐 강력을 제외한 모든 힘이 작용해요. 그리고 모두 스핀이 1/2인 페르미 입자이며, 각각 반대의 전하를 띠는 반입자를 갖습니다.
2) 강입자
강력이 작용하는 기본 입자로써 크기가 유한하다는 점에서 경입자와 다릅니다. 그리고 스핀에 따라 중입자(=스핀이 1/2, 3/2를 띠는 페르미 입자)와 중간자(=스핀이 0, 1을 띠는 보존 입자)로 나뉩니다. 한편 강입자들은 더 작은 단위인 쿼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쿼크
강입자의 구성 요소인 쿼크는 6가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up/down , strange/charm , bottom/up의 세 쌍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첫 글자만을 따서 u, d, s, c, b, t로 표현하여 사용합니다. 양자 색역학에 따르면 쿼크들은 색전하 Red, Green, Blue 중 하나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쿼크들은 전체가 무색이 되는 조합으로 결합해야만 존재 의미를 갖기 때문에 쿼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어요.
표준 모형
표준 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다루는 현대 입자 물리학의 이론입니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세 쌍의 쿼크들과 6개의 경입자와 이들의 반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로 광자, 글루온, W±, Zº, 중력자 등이 있습니다. 두 입자 간의 힘은 그들 사이에 다른 입자를 교환함으로써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신의 입자, 힉스 입자가 있습니다.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가 된 이유
미국의 물리학자가 힉스 입자를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할 때 '오랜 세월 동안 물리학자들을 무던히도 괴롭혀 온 입자'를 원망하는 뜻에서 "God Damn Particle"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편집진의 언어순화 과정을 거쳐 "God Particle"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별칭에는 철학이나 종교적인 의미가 손톱만큼도 담겨 있지 않아요.
3. 1초에서 138억 년까지의 우주
1) 1초 ~ 3분
이제 우주의 온도가 100억 ℃에서 1억 ℃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1억 ℃면 수소폭탄 터질 때의 중심 온도로써 굉장히 높은 온도이나, 우주 규모에선 낮은 편입니다. 여하튼 이 온도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에 의한 수소 핵융합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수소와 헬륨이 대량으로 생산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주변 온도가 1억 ℃라서 모든 원자핵이 전자와 결합하지 못하고 이온화되어 있어요. 원자핵과 결합되지 않은 자유 전자에 의한 산란때문에 빛은 아직까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2) 3분 ~ 38만 년
온도가 3,000 ℃까지 낮아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분리되어 있던 원자핵과 전자가 안정적으로 결합하며 수소, 헬륨, 리튬 등의 중성 원소가 다량으로 만들어져요. 자유 전자가 사라지면서 빛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때의 빛이 우주 전체에 광범위한 흔적을 남겼고, 이 흔적은 138억 년이 지나 지구라는 행성에서 안테나에 묻은 비둘기 똥을 닦아내고 있던 펜지어스와 윌슨에 의해 우주 배경 복사라는 이름으로 발견되죠. 우주 배경 복사는 쉽게 생각하면 밥솥을 여는 순간 주변으로 확 퍼져나가는 뜨거운 김 같은 겁니다. 우주 초기의 뜨거운 열기는 우주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전체 공간으로 빠르고 고르게 확산되었어요.
3) 38만 년 ~ 4억 년
암흑 물질의 중력이 물질들을 모으고 뭉쳐서 초기 은하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항성, 별이 탄생합니다. 항성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돼요.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철 등이 이때 만들어진 거죠. 태양보다 수백 배 거대한 항성들은 100만 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우주 공간에 무거운 원소들을 흩뿌렸습니다. 그 무거운 원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돌아다니며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지구라는 행성을 이루기도 하고, 생명들과 인간의 몸을 이루기도 했어요.
4) 4억 년 ~ 138억 년
80억 년 무렵에 우리 은하 안에 태양계가 형성되고, 92억 년 무렵에는 원시 지구가 태어났고, 지구는 46억 년 동안 천천히 안정되며 생명을 잉태하고 이들을 길러냅니다. 그리고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8억 년 무렵이 된 어느 날, 세상에 등장한 우리. 물리학 I 수업을 수강하며 장황한 우주의 탄생과 성장을 되돌아보는 범우주적 존재로서의 새로운 우주가 우리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으로 내 안의 가능성에 대해 숙고하게 된 우리.
Bring the right of a dying star, supernova
죽음을 앞둔 별은 그에 굴복하지 않고, 생의 그 어느 때보다 맹렬히 뜨거워지고, 찬란한 빛을 밝힙니다. 그리하여 별은 우주 공간에 자신의 조각들을 흩뿌리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별의 조각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돌아다니며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지구라는 행성을 이루기도 하고, 생명들과 인간의 몸을 이루기도 했어요. 결국 우리는 별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죽음이 무색하게 뜨겁고 찬란했던 별의 최후, supernova가 낳은 별의 후손입니다.
Supernova - aespa
https://www.youtube.com/watch?v=cFWizFSUe0I
우리는 별의 후손이기에 고통에 굴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비롯한 별의 기개를 물려받았습니다. 새로움의 씨앗을 혁신으로 싹 틔울 거대한 explosion, 우리 안의 supernova. 그 어떤 냉혹한 현실일지라도, 막연한 미래일지라도 결코 우리의 hyperstella를 멈출 수 없습니다. 별의 후손인 우리의 고향은 무한의 우주.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습니다.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