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린 - 브레이브걸스 {운동량 보존 법칙}
https://www.youtube.com/watch?v=cfHWIqJkEf4
눈빛만 봐도 설레고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곁에 계속 있고 싶기 마련입니다.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그 주위를 맴도는 지구처럼, 좋아하는 사람의 눈빛에 이끌려 그의 주위를 맴도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그 사람의 눈빛과 마음을 훔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발칙한 생각도 갖게 됩니다.
스윙 바이, 중력을 훔치다.
우주 멀리 무언가를 보낼 때 무엇이 필요할까요? 로켓이죠. 그러나 현재 로켓기술로는 화성까지 가기도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화성 너머로 수많은 로켓들을 보냈고 심지어 태양계 밖으로 나간 인공위성들도 있습니다. 이 인공위성들은 어떻게 저 멀리까지 간 걸까요? 그 비결은 바로 '스윙 바이'에 있습니다. '스윙 바이'는 말 그대로 로켓이 행성에 잠깐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지는 건데, 이때 행성의 중력을 훔쳐서 로켓을 가속시키는 거예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로켓을 추진하기 때문에 로켓의 연료 사용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켓이 행성을 스치는 것만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답은 바로 '운동량 보존 법칙'에 있습니다.
스윙 바이와 운동량 보존 법칙
'스윙 바이'의 원리는 운동량 보존 법칙입니다. 행성은 정지한 채로 있지 않고, 태양 주위를 공전합니다. 행성과 로켓의 운동을 간단하게 2차원으로 근사할게요.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로켓과 행성의 운동량 변화량(△P)은 같습니다. 서로의 운동량 변화량은 각자의 질량과 속도 변화량을 곱한 것이므로 행성에 비해 질량이 작은 탐사선은 속도가 크게 변화하지만, 질량이 매우 큰 행성은 속도가 거의 변화하지 않아요. 편의상 로켓의 질량을 1 행성의 질량을 1000 서로의 운동량 변화량을 1000이라 가정한다면, 행성의 속도가 1만큼 변하는 동안 로켓의 속도는 1000만큼 바뀝니다. 물론 로켓의 속도는 로켓과 행성의 상대적인 운동 방향에 따라 느려질 수도 빨라질 수도 있어요.
행성과 로켓의 상대적 운동의 여러 경우의 수를 보면 행성의 공전 방향과 로켓의 운동 방향이 서로 반대일 때, 로켓이 이전보다 빨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켓은 소위 역주행을 할 때 추진력을 얻는 셈이죠.
역주행을 통해 추진력을 얻다.
10년 동안의 무명 생활로 그룹 해체 직전까지 갔지만 롤린의 기록적 역주행으로 2020년 대중의 원픽이 되었던 브레이브 걸스의 극적인 반전은 '시련과 고난은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다.'는 역전 스토리로 승화되어 당시 코로나 19로 지쳐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피는 시기가 다를 뿐, 피지 않는 꽃은 없다.
행성의 중력을 훔쳐 역주행 궤적을 그리며 미지의 곳을 향하는 로켓처럼, 대중의 마음을 훔쳐 성공의 궤적을 향해 역주행했던 브레이브 걸스의 '스윙 바이'는 삶은 멋진 긴 여정이고 성공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바래져 가던 진리에 다시 색을 입혀주었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게 아닐까요?
쏜살같이 흘러가버리는 하루처럼 인생 역시 너무나 짧으리라는 허망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런 유한함이야말로 삶을 힘껏 살게 하는 구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피우게 될 여러분 각자의 꽃을 위해 그러한 구동력을 발판 삼아 '스윙 바이'하기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