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물리학 양자역학 내용 2편] 상보성 원리, 불확정성 원리, 보어의 수소원자모형, 슈뢰딩거 방정식, 터널링
<고급물리 양자역학 단원 내용 흐름도>
1. 상보성 원리
빛의 회절과 간섭으로 대표되는 파동성에 관한 실험은 오로지 빛의 파동성에 의해서만 설명된다. 마찬가지로 광전 효과와 콤프턴 효과는 빛의 입자성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즉 한 실험에서는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간섭 실험을 입자적인 관점에서 또는 광전 효과를 파동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주어진 실험에 따라서 빛이나 물질의 행동은 어떤 경우에는 입자적이며 또 다른 경우에는 파동적이어서 두 성질이 모두 나타나는 현상은 있을 수 없고 두 성질이 배타적인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빛이나 물질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이들이 이중성을 띠고 있으므로 입자성과 파동성 중 하나만이 아니고 모두를 필요로 한다.
닐스 보어는 이러한 서로 배타적이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상보성의 원리라 하였다.
이러한 상보성의 원리는 미시 세계의 물리학인 양자역학의 중요한 특징으로 다음에서 살펴보게 되는 불확정성 원리도 이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 불확정성 원리
고전 물리학에서는 관측의 대상과 관측하는 실험 기구는 철저히 독립적이며 모든 관측은 원리적으로 얼마든지 정밀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내재되어 있다. 내가 뭔가를 본다는 것은 물체에 반사된 빛을 내 시각 기관이 받아들인 것이고 내가 보는 물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물체가 빛에 반사되었다고 물체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시 세계의 매우 작은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시 세계에서는 빛을 하나의 알갱이로 취급해야 함과 동시에 빛 알갱이가 운동량을 가지고 있으니 매우 작은 무언가를 건드려 위치의 교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미시세계에서는 관측 대상과 관찰자의 상호 작용이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양자론은 관측 주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인 대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고전 물리학과는 다른 입장이다.
그림과 같이 여러분이 아주 긴 로프의 한 쪽 끝을 잡고 그것을 리듬 있게 아래위로 흔들어서 파동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파동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소?"하고 물어본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이 조금 돈 게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파동이란 것은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 미터 범위에 걸쳐 쭉 퍼져 나가는 것이다. 반면 그 사람이 파장이 얼마냐고 물었다면 적절한 답을 줄 수 있다. 아마도 "2m 정도 되지 않겠나"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프 한 끝을 규칙적으로 흔드는 것 대신에 한 번 휙 잡아 채고 동작을 멈추었다면 그림 1.8처럼 아마도 로프의 비교적 좁은 부위가 불룩 솟아난 모습이 줄을 타고 진행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파동이 어디에 있지?가 말이 되는 질문이고 파장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은 말이 안 되는 질문이 된다. 두 번째 경우에는 로프의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주기적이지 않다.
파동의 위치가 정확하게 정해지게 될수록 파장 측정의 불확정성은 커지게 되며,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파동의 위치 x가 정확하게 측정되어 △x=0이라면 △p=∞ 가 되어야 한다. 파동의 위치가 정확히 측정된 경우에는 파장 값이 정의되지 않으므로 운동량 값 자체가 특정한 값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반대로 파동의 위치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x=∞가 되고 이때는 파장 값이 명확하게 결정되므로 운동량 값이 명확하게 결정된다. 따라서 △p=0이 된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파장이 짧은 빛을 입사하면 높은 운동량으로 인해 입자가 튕겨나가면서 원래 속도를 알 수 없게 되며 입자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운동량을 최소로 하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입사시킨다면 파장이 길다보니 입자를 건너뛰게 되어 입자의 위치를 모르게 된다.
또 다른 예를 살펴 보자.
빛을 쪼여 전자의 위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다음의 실험을 생각해 보자. 전자의 위치는 전자에 의해서 산란되는 광자, 즉 전자와 충돌하여 번쩍이는 빛을 현미경을 통해서 보아 결정한다.
광학 기구의 잘 알려진 분해능에 관한 결과에 따르면 D 정도 이내의 거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불확정성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의 짝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시간의 짝에 대해서도 성립한다.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하여 핵력을 좀 더 직관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는 중간자라는 입자의 교환 때문에 강력이 생긴다는 제안을 하였다. 유카와 이론에 따르면 모든 핵자들은 지속적으로 중간자를 내놓고 또 재흡수한다. 이 이동에 수반되는 운동량의 전달은 힘의 작용과 대등하다. 대강의 비유를 보도록 하자.
농구공을 주고받는 두 소년을 생각해보자.
각기 상대편에게 공을 던진다면 소년들은 뒤로 물러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던져진 공을 잡을 때 뒤로 향한 운동량이 다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방법의 교환은 소년들 간에서 반발력과 같은 효과를 준다.
만약 소년들이 서로 공을 뺏는다면 결과는 두 소년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력과 같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 만약 핵자들이 계속하여 중간자를 방출하고 흡수한다면 어째서 핵자들이 다른 질량으로 측정된 적이 결코 한 번도 없는가 하는 점이다.
해답은 불확정성 원리에 있다. 핵이 질량의 변화 없이 중간자를 방출할 수 있는 경우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지만 핵자가 이를 방출하고 재흡수하는지 모를 만큼의 빠른 시간 내에 과정이 진행된다면 즉 지속시간이 h/2△E 만큼이라면 에너지의 양이 △E만큼 보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를 표현하는 부등식의 오른쪽은 플랑크 상수다. 이 양은 일상생활의 현상과 같이 거시적인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작은 양이어서 실질적으로 0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거시 세계에서는 불확정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 원자 모형
톰슨은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의 비전하(전자의 전하, 질량비)를 측정하고 인사이트를 발휘하여 1904년 원자 내부에 양전하가 균일하게 분포되어있고 그 속에 전자 입자가 건포도처럼 박혀있다는 원자 모형을 제안하였다. 이 원자 모형을 수박에 비유하면 양전하는 수박의 붉은 살에 그리고 전자는 수박씨에 빗댈 수 있다. 톰슨의 원자모형은 원자가 전자를 포함하면서도 전기적으로 중성임을 설명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톰슨의 원자모형에 근거하여 알파 입자가 금박에 거의 굴절하지 않고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처럼 대부분의 알파 입자들은 마치 빈 공간을 지나가듯 금박을 그대로 통과하였다. 그러나 몇 개의 알파 입자들은 아주 큰 각도로 산란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것은 아예 반대 방향으로 반사되기도 하였다.
이 실험을 했던 러더퍼드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당시 러더퍼드 말에 따르면 "마치 총알이 휴지 종이에 튕겨나가는 것과 비슷한 결과와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반전의 결과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알파 입자는 속력이 2천만 m/s에 육박했고 전자 질량의 약 8,000배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알파 입자가 큰 각도로 굴절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러더퍼드는 원자의 질량과 양전하가 원자 내의 작은 부피에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 후 계속된 연구 결과에 의해 원자 내부 중심에 원자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러더퍼드는 가운데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공전하는 새로운 원자모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다음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러더퍼드 원자모형에 따르면 전자는 가속 운동을 한다.(원운동 하면 방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속도가 변한다.) 고전 전자기학에 의하면 가속 운동하는 전하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그렇게 방출된 전자기파로 에너지를 잃어가는 전하는 결국 원자핵과 만나게 돼 원자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원자는 굉장히 안정적이다. 게다가 전자기파는 연속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스펙트럼 상 연속적인 분포를 보여야 할진데 실제로는 원자의 스펙트럼은 불연속 선 스펙트럼이었다.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점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원자 모형이 필요하게 되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개념보다 10여 년 앞선 1913년, 보어는 원자의 안정성과 선 스펙트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랑크의 최초 양자 이론과 아인슈타인의 광자에 대한 개념을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에 적용하여 새로운 원자 모형을 발표하였다.
그림에서와 같이 전자와 원자핵과의 전기적인 인력이 구심력 역할을 하여 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원운동 한다. 전자의 전하량과 질량이 각각 e, m이고 핵을 중심으로 r만큼 떨어져 v의 속력으로 회전하고 있다면 밑의 식을 만족한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보어만의 통찰이 개입된 가정이기 때문이다.
원자의 안정성과 선 스펙트럼을 위해 그는 고전 전자기학적 사고를 포기해야만 했다.
여기서부터 가장 기본적인 수소 원자에 한해서 설명을 한다.
보어는 플랑크 상수와 양자화에 어떤 큰 의미와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수소 원자 내 전자의 각운동량이 플랑크 상수의 특별한 배수를 갖는다고 가정하여 원자 구조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리고 수소 원자에게 있어 전자기파의 방출 없이 안정적인 상태의 궤도가 있으며 그 궤도의 각운동량은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만큼의 크기를 갖는다는 가정을 하였다. 이 가설은 원자가 왜 이 궤도에서 안정한가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단지 특정한 조건에서는 안정하다는 가정만 했을 뿐이다. 이 가정으로 원자의 안정성을 때려 맞춰 설명했다.
이제 수소 원자의 선 스펙트럼 설명이 남았다.
이렇게 안정한 궤도를 도는 전자를 정상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정상 상태 궤도는 원자에 여러 개 있을 것 아닌가? 각운동량이 정수배로 양자화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전자는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겨갈 수 있으며 이때 두 궤도에서의 총 에너지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갖는 광자를 한 개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E = En - Em = hf (f: 방출되거나 흡수된 광자의 진동수)
러더퍼드 원자 모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어는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전자의 궤도 반지름과 에너지 및 각운동량이 양자화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보어의 정상 상태 조건은 10여 년 후에 발표된 드브로이의 물질파의 개념으로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으며, 그 둘의 결과가 똑같다는 사실은 보어의 업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4. 에너지 준위와 스펙트럼
보어의 수소 원자 모형은 양성자 1개로 구성된 원자핵과 그 주위를 원운동 하는 전자 1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무한대 떨어져 있을 때를 퍼텐셜 에너지의 기준점으로 하였으므로 궤도 전자의 총에너지가 (-) 값을 가진다. 에너지가 음의 값이라는 건 전자가 원자핵에 속박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식에 의하면 바닥 상태의 전자를 분리하여 수소 원자로부터 이온화시키기 위해서는 13.6eV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제 이 에너지 준위식을 이용하여 궤도 전이에 따른 에너지로 인한 빛의 파장을 구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왜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이 선 스펙트럼으로 방출되는지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제시한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양자화되어 있어서 전자의 전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파장 또한 특정한 값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5. 슈뢰딩거 방정식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물체는 입자성이 매우 우세하기 때문에 뉴턴 방정식으로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원자, 분자 및 고체 내의 전자들과 같은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가 파동처럼 운동하기 때문에 입자의 운동을 논할 때 입자의 파동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입자의 운동은 파동으로 기술되어야 하고 그 파동 함수를 만족하는 방정식이 필요하다.
이 파동 방정식이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1차원 퍼텐셜 에너지 장을 움직이는 입자의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겠다.
자유 입자에 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는 두 파동 함수의 선형 결합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파동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파동)에게 중첩의 원리가 적용되듯이 입자의 파동적 특징에서 시작한 슈뢰딩거 방정식도 어떻게 보면 파동 방정식이기 때문에 그 해도 역시 중첩의 원리를 만족해야 함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파동의 기본 성질인 간섭과 회절이 입자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파동함수 자체는 물리적 의미가 없다. 주어진 시간 동안 측정되는 확률이 물리적 의미를 가지고, 이때 파동 함수의 제곱이 확률을 의미한다. 이것만 기억하면 되겠다. 파동함수의 제곱이 측정 확률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관심 있는 물리량인 위치, 운동량, 에너지 등도 이러한 확률 분포를 고려하여 구해야 한다.
어떤 임의의 위치 x에서 구간 dx 안에 이 입자가 발견될 확률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1차원 공간에서 입자는 어느 위치에서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규격화'라고 한다.
파동 함수는 보통 복소수이기 때문에 제곱을 할 때 켤레곱을 하여 구한다.
6.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의 입자
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입자의 파동 함수를 구하고 그 파동 함수로부터 물리량들을 계산해보자. 특히 슈뢰딩거 방정식 문제들 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제로 자주 관측되는 물리적 상황인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에서의 입자의 운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에 설명했듯이 파동 함수의 제곱은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을 의미한다.
바로 위의 무한 퍼텐셜 상자에서 n에 따른 파동함수의 제곱을 보면 n이 뭐냐에 따라 다르다.
n이 1인 파동함수의 경우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 상자의 중앙위치 x=L/2에서 최대치를 보이는 반면
n=2인 파동함수의 경우에는 입자가 중앙위치에 존재할 확률이 0이다.
즉 양자수 n이 변함에 따라 특정 위치에서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 달라지게 된다.
반대로 고전 물리학 관점에서는 상자 안의 입자는 x=0과 x=L 사이를 자유롭게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지 입자가 존재할 확률은 일정하다.
만약 양자수 n이 아주 큰 경우에는 근사적으로 상자 내의 어느 위치에서든지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 일정하기에 고전 물리학에서의 결과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양자수가 아주 큰 경우 양자 역학적인 결과와 고전 물리학적 결과가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대응 원리'라 한다.
7. 터널링
터널 효과라는 입자의 장벽 투과 현상은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물리 현상이다.
고전 역학적인 관점에서는 입자의 총에너지보다 큰 위치 에너지를 가지는 영역에서는 입자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물체의 역학적 에너지가 10J이라면 이 물체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위치에너지는 10J이다. 만약 위치에너지가 15J이라면 운동에너지가 -5J이 되어야 하는데 운동에너지가 음의 값을 절대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10J만큼의 위치에너지에 해당하는 높이를 넘어간다는 것은 최소 10J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입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10J이 되지도 않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들이 이 벽을 뛰어넘는다. 고전 물리학 관점에서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미시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 그림의 E'<U 인 입자의 경우에도 장벽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현상을 '터널링'이라 부른다. 이러한 터널 효과는 장벽의 높이가 낮고 너비가 좁을수록 크게 일어난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정량적으로 분석하자.
알파 붕괴와 같은 방사성 붕괴 현상은 터널 효과로 설명된다.
방사성 붕괴할 때 방출되는 알파 입자의 운동에너지는 핵력에 의한 퍼텐셜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고전 물리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알파 입자가 핵으로부터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적으로 해석한다면 터널링 현상으로 알파 입자가 충분히 핵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 직관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핵력에 의한 퍼텐셜을 뚫는 터널링 효과를 일으키는 핵자들이 있기에 핵융합이 발생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고전 물리학자들은 양자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관찰자 현상을 인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소립자가 우리가 관측하지 않을 때는 물결과 같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측하기 시작하면 야구공 같은 '입자'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고전 물리학자들은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고, 그건 그저 너무 작은 대상들을 측정하려다 보니 발생한 장비의 문제와 감각의 한계로 치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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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는 양자 역학의 승리였다. 이후에 이루어진 실험 결과들은 양자역학의 예측에 정확히 부합했다. 기세등등해진 양자역학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선언을 했다. 이것이 고전 물리학이 막을 내리고 현대 물리학으로 전환하게 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이렇게 선언했다. "소립자들은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파동함수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자가 관찰을 시작하면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나면서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분쟁은 일단 소강되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고전 물리학자들과 양자 물리학자들이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전 물리학이 다루는 세계는 거시 세계였고, 양자 역학이 다루는 세계는 미시 세계였다. 이들 중간에 모종의 높은 턱 같은 것이 있어서 서로 분리되는 독립적인 영역이라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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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평화를 흔든 사람이 슈뢰딩거였다. 그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유 실험을 통해,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중간에 놓인 높은 턱같은 것은 없으며, 미시 세계의 문제가 거시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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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에 고양이, 독가스가 담긴 유리병, 알파 입자 가속기를 넣는다. 알파 입자 가속기는 정확히 1시간 후에 50%의 확률로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 1시간 후에 알파 입자가 방출되고 독가스 유리병이 깨진다. 그러면 고양이는 죽을 것이다. 둘째, 1시간 후에 알파 입자가 방출되지 않고 독가스 유리병은 깨지지 않는다. 그러면 고양이는 죽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1시간 후에 천천히 뚜껑을 열어볼 예정이다.
문제는 뚜껑을 열어보기 바로 직전이다.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 고전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고양이는 죽어 있거나 혹은 살아 있을 것이다. 관찰자가 확인을 하든 하지 않든 고양이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기대되는 건 양자 물리학자들의 대답이다. 그들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알파 입자 때문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알파 입자는 미시적 존재이고, 미시적 존재는 관찰자의 관측 여부에 따라서 상태가 결정된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파동 함수로 존재할 뿐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고양이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양자 물리학자들의 대답이 바보 같아 보이지만, 앞서 말했듯 오늘날의 과학은 양자 역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자 역학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물리 이론이고, 양자 역학의 여러 방정식에서 도출되는 예측들은 놀랍도록 정확한 값으로 들어맞는다. 그렇기에 납득이 안 되더라고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멋진 말이 있다. 코넬 대학의 응집 물리학자 데이비드 머민의 말이다.
"입 닥치고 그냥 계산이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