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물리학] 빅뱅의 순간과 그 이후의 현대 물리학 {기본 입자와 기본 힘}
학습 목표
- 네 가지 기본 상호 작용을 알고 그 크기와 적용 범위를 비교할 수 있다.
- 표준 모형에 있는 쿼크, 렙톤, 매개 입자의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 전개도
판서 조직도
1. 빅뱅 이후 1초 동안의 우주
1) 빅뱅 이전
좁쌀보다도 작았던 초기 우주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현재 우주의 모든 것을 여기에 욱여넣어야 해요. 물질을 쿼크 단위로 쪼개고 갈아내어도 거의 0에 가까운 공간 안에 이 모든 걸 욱여넣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철학적인 도약을 해야 해요. 그것은 바로 물질이 에너지와 다르지 않다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죠. 질량이라는 실체적인 존재가 없어도 에너지는 무형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 따라서 0에 가까운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집약돼 있을 수 있습니다.
2) 빅뱅 이후부터 10^-43초
우주의 네 가지 힘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모두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때 우주의 크기는 10^-33cm예요.
기본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
고전 물리에서의 힘은 입자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켰다면, 현대 물리에서의 힘은 보다 확장하여 입자의 반응, 생성, 소멸, 붕괴와 같은 입자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보게 되는 중력과 전자기력 이외에도 원자핵 단위의 세상에서 입자의 변화에 기여하는 강력과 약력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자연현상의 기본 힘들을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으로 정의합니다.
3) 10^-43초 ~ 10^-32초
중력이 먼저 분리됨으로써 급팽창. 우주의 지름은 1043배, 부피는 10129배로 팽창.
중력
네 가지 힘 중에서 가장 약한 힘. 그렇지만 작용 범위가 무한대입니다. 이 힘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거시적인 물체 사이의 물리적 현상에 관여합니다. 즉, 태양계 내의 행성들의 운동, 별 및 은하계와 같은 거시 세계의 힘과 관련이 깊죠. 중력은 전자기력과 달리 항상 인력이 작용합니다. 중력의 매개 역할을 하는 입자를 중력자라 합니다.
4) 10^-32초 ~ 1초
중력, 강력, 약력과 전자기력이 모두 분리되어 나오고 힉스 매커니즘으로 모든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됨으로써 입자들도 분리되어 나왔어요. 이어서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합니다. 그동안 우주의 크기는 이미 수 광년에 이르렀습니다.
약력
네 가지 힘 중에서 중력 다음으로 약한 힘으로, 베타 붕괴(=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나눠지는 붕괴)할 때 전자의 방출 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약력은 다양한 원자의 핵을 단단하게 유지할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원자핵이 더 작은 입자로 붕괴되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지구의 내부가 뜨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방사성붕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방사성붕괴에 관여하는 힘이 약력입니다. 그러므로 화산폭발과 지진을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의 원천은 약력인 셈이에요.
전자기력
네 가지 힘 중에서 두 번째로 세고, 전기나 자기를 띠고 있는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작용 범위가 무한대입니다. 이때 전하들은 광자를 매개로 하여 상호 작용합니다.
강력
네 가지 힘 중에서 가장 강한 힘으로 원자핵 내의 중성자와 양성자를 강하게 묶어 놓는 힘입니다. 이 힘이 작용하는 시간과 거리는 매우 짧아요.
2. 기본 입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원자로 알고 있었으나 다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고, 원자핵도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쪼개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양성자와 중성자도 그 내부가 쿼크들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져요. 다만 쿼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기본 입자로 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본 입자라고 알려진 것들은 광자, 경입자, 강입자입니다.
1) 경입자
경입자는 내부 구조와 공간상의 크기가 거의 없는 기본 입자입니다. 이 입자들에겐 강력을 제외한 모든 힘이 작용해요. 그리고 모두 스핀이 1/2인 페르미 입자이며, 각각 반대의 전하를 띠는 반입자를 갖습니다. 그리고 경입자들은 반응 전후에 바뀌지 않는 양이 존재하는데, 이를 '경입자 수'라고 해요. 그 보존 법칙을 '경입자 수 보존 법칙'이라 합니다.
경입자 수 보존 법칙
디랙, 반물질을 예측하다
수학은 자연 현상을 기깔나게 설명하지만, 때로는 자연 현상을 기가 막히게 예측하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블랙홀, 맥스웰의 전자기파를 비롯해 디랙의 스핀과 반물질 역시 수학이 예측해 낸 자연 현상이었죠.
디랙은 자신이 유도한 방정식의 수학적인 해, 이름하여 '전자의 스핀'이 물질의 자성을 설명하는 단서임을 예측합니다. 이후 스핀으로부터 생성된 자기장이 전자의 주변에 형성된 자기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게 밝혀지고, 디랙의 스핀은 물리학계에 정설로 자리 잡죠.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디랙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반물질의 존재를 예견했다는 겁니다. 반물질은 일상적인 물질과 동일한 물리법칙을 따르지만, 전하가 반대예요. 이들 반물질은 보통 물질과 만나면 쌍소멸을 일으켜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그 에너지 밀도는 화학에너지의 무려 100억 배나 된다고 해요.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면, 수 밀리그램의 반물질만 있으면 수 톤 정도의 1인 우주선을 달까지 왕복시킬 수 있다고 하니, 반물질을 마음대로 제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명왕성 정도쯤은 신혼여행 코스로 고려할 수 있을 거예요.
디랙은 이 어마무시한 반물질에 대한 통찰을 뜨개질을 통해 얻습니다. 처음에 디랙은 자신이 유도한 방정식이 자꾸 트롤을 해서 멘탈이 나갔어요. 방정식을 아무리 풀어봐도 하나의 해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항상 두 개씩 짝지어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던 디랙은 어느 날 머리를 식힐 겸 친구 집을 방문합니다. 여느 때처럼 친구와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나누던 디랙은 그날따라 친구의 부인이 뜨개질하던 장면이 유독 눈에 밟혔대요. "스웨터를 짤 때 그대로 뜨다가도 거꾸로 뜨기도 하는군."
그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디랙은 서로 대칭적인 두 가지 뜨개질법이 같은 스웨터 조직을 짜내듯 서로 대칭적인 입자의 운동이 같은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디랙은 우주 만물이 입자와 반입자의 대칭적인 구조로 구성되었기에 방정식의 해가 항상 짝을 지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즉 디랙은 '거꾸로 뜨기'라는 뜨개질 스킬을 통해 '반입자'라는 대칭적 개념을 생각해 낸 거예요.
디랙의 논문이 발표되자 이론적으로 모순이 없었음에도 대단한 비난과 반발이 일었습니다. 닐스 보어는 '코끼리를 생포하는 법'이라는 우화를 만들어 이 엉뚱한 이론을 냉소적으로 평가했어요. 코끼리들이 물을 마시는 강기슭에 커다란 간판을 세우고 거기에 디랙의 반입자론을 써놓으면 코끼리들을 손쉽게 생포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코끼리가 물을 마시러 왔다가 간판에 쓰인 글을 보고 한동안 정신을 잃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러나 불과 1년여 뒤, 디랙의 이론을 전혀 모르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학생이 반입자를 찾아냅니다. 그럼으로써 디랙의 반입자론은 가설이 아닌 정설로 인정되었고, 디랙과 그 공과대학 학생은 노벨상을 받습니다.
2) 강입자
강력이 작용하는 기본 입자로써 크기가 유한하다는 점에서 경입자와 다릅니다. 그리고 스핀에 따라 중입자(=스핀이 1/2, 3/2를 띠는 페르미 입자)와 중간자(=스핀이 0, 1을 띠는 보존 입자)로 나뉩니다. 한편 강입자들은 더 작은 단위인 쿼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쿼크
강입자의 구성 요소인 쿼크는 6가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up/down , strange/charm , bottom/up의 세 쌍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첫 글자만을 따서 u, d, s, c, b, t로 표현하여 사용합니다. 양자 색역학에 따르면 쿼크들은 색전하 Red, Green, Blue 중 하나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쿼크들은 전체가 무색이 되는 조합으로 결합해야만 존재 의미를 갖기 때문에 쿼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어요.
표준 모형
표준 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다루는 현대 입자 물리학의 이론입니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세 쌍의 쿼크들과 6개의 경입자와 이들의 반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로 광자, 글루온, W±, Zº, 중력자 등이 있습니다. 두 입자 간의 힘은 그들 사이에 다른 입자를 교환함으로써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신의 입자, 힉스 입자가 있습니다.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가 된 이유
미국의 물리학자가 힉스 입자를 주제로 한 책을 출판할 때 '오랜 세월 동안 물리학자들을 무던히도 괴롭혀 온 입자'를 원망하는 뜻에서 "God Damn Particle"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편집진의 언어순화 과정을 거쳐 "God Particle"로 바뀐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별칭에는 철학이나 종교적인 의미가 손톱만큼도 담겨 있지 않아요.
3. 1초에서 138억 년까지의 우주
1) 1초 ~ 3분
이제 우주의 온도가 100억 ℃에서 1억 ℃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1억 ℃면 수소폭탄 터질 때의 중심 온도로써 굉장히 높은 온도이나, 우주 규모에선 낮은 편입니다. 여하튼 이 온도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에 의한 수소 핵융합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수소와 헬륨이 대량으로 생산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주변 온도가 1억 ℃라서 모든 원자핵이 전자와 결합하지 못하고 이온화되어 있어요. 원자핵과 결합되지 않은 자유 전자에 의한 산란때문에 빛은 아직까지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2) 3분 ~ 38만 년
온도가 3,000 ℃까지 낮아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분리되어 있던 원자핵과 전자가 안정적으로 결합하며 수소, 헬륨, 리튬 등의 중성 원소가 다량으로 만들어져요. 자유 전자가 사라지면서 빛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때의 빛이 우주 전체에 광범위한 흔적을 남겼고, 이 흔적은 138억 년이 지나 지구라는 행성에서 안테나에 묻은 비둘기 똥을 닦아내고 있던 펜지어스와 윌슨에 의해 '우주배경복사'라는 이름으로 발견되죠. 우주 배경 복사는 쉽게 생각하면 밥솥을 여는 순간 주변으로 확 퍼져나가는 뜨거운 김 같은 겁니다. 우주 초기의 뜨거운 열기는 우주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전체 공간으로 빠르고 고르게 확산되었어요.
3) 38만 년 ~ 4억 년
암흑 물질의 중력이 물질들을 모으고 뭉쳐서 초기 은하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항성, 별이 탄생합니다. 항성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돼요.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철 등이 이때 만들어진 거죠. 태양보다 수백 배 거대한 항성들은 100만 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에 초신성 폭발, supernova을 일으키며 우주 공간에 무거운 원소들을 흩뿌렸습니다. 그 무거운 원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돌아다니며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지구'라는 행성을 이루기도 하고, 생명들과 인간의 몸을 이루기도 했어요.
4) 4억 년 ~ 138억 년
80억 년 무렵에 우리 은하 안에 태양계가 형성되고, 92억 년 무렵에는 원시 지구가 태어났고, 지구는 46억 년 동안 천천히 안정되며 생명을 잉태하고 이들을 길러냅니다. 그리고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8억 년 무렵이 된 어느 날, 세상에 등장한 우리. 고급물리학 수업을 수강하며 장황한 우주의 탄생과 성장을 되돌아보는 범우주적 존재로서의 새로운 우주가 우리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으로 내 안의 가능성에 대해 숙고하게 된 우리.
Supernova - aespa
Bring the right of a dying star, supernova
죽음을 앞둔 별은 그에 굴복하지 않고, 생의 그 어느 때보다 맹렬히 뜨거워지고, 찬란한 빛을 밝힙니다. 그리하여 별은 우주 공간에 자신의 조각들을 흩뿌리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별의 조각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돌아다니며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다 '지구'라는 행성을 이루기도 하고, 생명들과 인간의 몸을 이루기도 했어요. 결국 우리는 별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죽음이 무색하게 뜨겁고 찬란했던 별의 최후, supernova가 낳은 별의 후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EiiTiLCymg
우리는 별의 후손이기에 고통에 굴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비롯한 별의 기개를 물려받았습니다. 새로움의 씨앗을 혁신으로 싹 틔울 거대한 explosion, 우리 안의 supernova. 그 어떤 냉혹한 현실일지라도, 막연한 미래일지라도 결코 우리의 hyperstella를 멈출 수 없습니다. 별의 후손인 우리의 고향은 무한의 우주.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잠재돼있습니다. 오늘도 물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치는 바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원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특수한 현미경으로 볼 수 있고요.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관측하면서 과학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해요. 관측이 되지 않지만, 무엇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들이 발견된 거죠.
① 암흑 물질
수많은 별로 구성된 은하도 공전합니다. 지구의 공전 궤도를 이용해 태양의 질량을 알 수 있듯이 은하에 있는 별들이 공전하는 모습을 보면 은하의 질량 역시 가늠할 수 있죠. 문제는 이렇게 추산한 은하의 질량이 우리가 망원경으로 관측해서 추산한 은하의 질량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질량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는 성간 물질의 질량을 감안하여도 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 즉 암흑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돼요. 은하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강한 중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흑물질은 질량만 있고 전하가 없기 때문에, 손으로 잡으면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요.
② 암흑 에너지
아인슈타인의 계산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들이 존재하는 우주는 이미 붕괴되었어야 할 구조적 모순 자체였습니다. 모든 별은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므로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져야 했거든요. 중력은 무한한 거리에 작용하고 오로지 끌어당기기만 하므로 별들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고 해도 소용없죠. 이것은 중력이 전체 우주가 수축하게 만듦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그는 중력을 상쇄시키는 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우주 방정식을 수정해요. 1920년대에 몇몇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는 우주 방정식에 대한 해를 여럿 발견했는데, 이 해들은 팽창하는 우주를 기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행운이었어요. 왜냐하면 1927년 경에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암흑 에너지는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에서 얻은 통찰입니다. 우주에 작용하는 중력을 거스르는 척력의 기원을 '암흑 에너지'로 봤죠.
이 드넓은 우주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겨우 5퍼센트 정도이고, 25퍼센트는 암흑 물질, 70퍼센트는 암흑 에너지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어요. 이처럼 세상엔 보이는 것보다 볼 수 없는 것이 더 많습니다.
에테르와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에테르. 19세기 말, 당시 이론에 따르면 아직 발견된 적은 없지만 에테르는 반드시 존재해야만 했어요.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이 에테르에 대하여 수많은 논문을 썼지만, 결국 그런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물리학자들은 허탈했겠지만 그 대가로 '상대성 이론'을 얻게 되었으니 슬퍼할 일만은 아니었어요. 지금의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훗날 에테르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4. 물리학의 목표, 대통합
특이점(singularity)은 계산 결과가 무한대가 되거나 무한소가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1/0은 무한대가 되는데 이런 점이 특이점이에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자연현상에서 특이점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됩니다. 어떤 이론을 적용해 계산했을 때 특이점이 나온다면 그 이론이 완전하지 못하거나 틀렸다는 것을 의미해요. 현대의 물리학은 기본 힘 네 가지들을 하나씩 통합하는 과정에서 수학에만 갇혀있던 특이점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1) 약력과 전자기력의 통합
광자와 전자가 충돌할 때 교환되는 상호작용도 '디랙 방정식'으로 서술됩니다. 한때 이 방정식은 무한대를 양산하면서 물리학자들을 실망시켰지만, 리처드 파인만은 무한대를 교묘하게 처리함으로써 과학 역사상 가장 정확한 이론인 양자전기역학(QED)이 완성되죠.
2) 강력의 편입
그 다음 단계는 핵력입니다. 맥스웰의 전자기장을 양-밀스 장으로 대치하고 전자를 여러 개의 쿼크와 뉴트리노 등으로 대치한 후 토프트의 트릭을 도입하여 무한대를 제거함으로써 자연에 존재하는 네 종류의 힘들 중 세 개를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한 표준모형이 완성되었어요.
3) 마지막 과제, 중력의 편입
그런데 지금까지 써먹었던 방법을 중력에 적용하기만 하면 예외 없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는 광자처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점입자로써,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만족하는 중력의 파동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중력자가 다른 중력자나 원자와 충돌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들이 충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계산할 때마다 무한대라는 답이 속출했거든요. 지난 70년 동안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개발한 계산법을 총동원해도 무한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기본 힘의 대통합은 지난 100년 동안 모든 물리학자들이 꿈꿔온 성배입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의기투합하여 몇 가지 가능성 있는 후보 이론(=끈 이론, 고리양자중력이론 등등)들을 개발했는데, 이들 중 어떤 것도 정설로 인정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끈 이론
끈 이론의 핵심은 전자를 비롯한 기본 입자들이 야구공 같은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이라는 거예요. 만물의 기본 구성요소는 끈이며, 끈이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입자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기타 줄의 진동수에 따라 각기 다른 음이 생성되는 것과 비슷해요. 특정 모드로 진동하면 전자가 되고, 다른 진동모드에서는 쿼크가 되고, 또 다른 진동모드에서는 중력자가 되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끈 이론은 아원자 세계를 "양자역학적 교향곡"으로 바꿔놓은 셈이죠.
끈 이론은 원자나 분자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서술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그 진위 여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끈 이론 지지자들은 이런 일로 위축되지 않아요. 과거에도 대부분의 이론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검증되었거든요. 원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섭씨 약 6000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의문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것을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누군가가 태양 근처까지 가서 온도계로 재봤을까?" 그럴 리가 없죠. 과학자들이 태양의 온도를 알 수 있었던 것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의 파장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구성 원소는 태양에서 날아온 빛의 스펙트럼으로부터 알아냈고, 빅뱅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함으로써 사실로 입증됩니다. 이와 비슷하게 끈 이론 학자들은 10차원이나 11차원에서 날아온 메아리를 찾고 있어요. 끈 이론의 증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론을 입증하려면 직접적인 증거보다 메아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초공간에서 날아온 메아리 중 하나가 바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일지도 모르겠네요.